[시] 망해사 팽나무가 위험하다

등록 2008.02.09 18:48수정 2008.02.11 08:50
0
원고료로 응원

정월 초이틀

김제 망해사 낙서전 앞

400년 늙은

두 그루 팽나무

서해바다를 거슬러 온

나이 어린 바람에 가만히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면서 힐끔힐끔   

제 몸의 이력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나이 든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사람은 나이 들수록

제 몸에 오목새김 된 생채기를 근거로

세상의 깊이와 넓이를 재단하고픈

충동이 점점 강해지기 마련이다

 

사려 깊은 사람들은 저마다

늙어가는 팽나무의 몸을 염려하지만

나는 어리석게도

편견에 갇힐는지도 모르는

팽나무의 정신이 더 두렵다

한갓 나무라고 해서

사람처럼 그러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2008.02.09 18:48ⓒ 2008 OhmyNews
#망해사 #팽나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