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아름다움, 새 옷 입고 활짝

[문화원형 활용사례_2 디자인] 한국 전통문양 텍스타일 공모전

등록 2008.02.11 12:46수정 2008.02.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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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원형을 디지털 콘텐츠 형태로 가공, 문화콘텐츠산업과의 접목을 꾀한 문화원형콘텐츠. 역사 다큐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한 장면의 그래픽에서 교육교재, 드라마 소재에까지 우리문화원형을 디지털화한 문화원형콘텐츠가 활약하고 있다. 문화원형콘텐츠 활용 실사례를 분야별로 살펴본다. - 기자 주

글 싣는 순서
1 방송
2 디자인_한국 전통문양 텍스타일 공모전
3 전시
4 에듀·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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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원형콘텐츠와 섬유디자인이 결합된 ‘한국 전통문양 텍스타일 디자인 공모전’이 2004년부터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 홍지연

2006년 2월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 런웨이를 수놓은 한글의 물결.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선보인 이른바 ‘한글 패션’이 큰 화제가 됐었다. 한글 글씨체에는 힘과 멋, 그 해 발견된 어떤 것과도 비교되지 않을 전혀 다른 새로움이 있었다.

해외 바이어와 언론의 호평 속에 한국적 문양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한글뿐 아니라 자수문양, 노리개, 복주머니, 조각보 등 관심은 한국문화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적 문양을 잡아라!”

우리 전통문양에 대한 디자인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그 중심에 선 것은 국내 대표적인 섬유산지인 대구. 이곳에서는 매년 가을 특별한 공모전을 만날 수 있다. 2004년 첫 출범한 ‘한국 전통문양 텍스타일 디자인 공모전’(이하 텍스타일 공모전)이다.

문화관광부와 대구시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는 텍스타일 공모전을 처음 고안한 것은 주관사인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회장 안도상)다.


협회는 IMF 이후 척박해진 섬유업계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문화원형콘텐츠를 활용한 사업을 다수 만들어냈다. 우리 문화원형콘텐츠를 활용, 우리만의 색을 담은 아이디어를 발굴해내고 디자인 인력도 함께 길러내자는 목표를 세웠던 것.

협회 박지주 상무이사는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 인력을 육성하고 전통문양을 소스로 활용, 디자인 소스 부재 역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지금 세계 디자인계의 핫이슈인 오리엔탈리즘을 반영한 전통문양 텍스타일 디자인이 고부가가치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판단이 이를 뒷받침했죠”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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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한국전통문양텍스타일디자인공모전 대상작인 한왕모 씨의 <場-마당> ⓒ 홍지연

사업 초기 ‘전통문양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디자인 개발’과 ‘한국 전통문양 텍스타일 공모전’, 이와 관련한 ‘패션쇼’ 등의 사업이 만들어졌다.

‘전통문양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디자인 개발’ 사업은 대구지역 12개 업체가 디자인 컨소시엄을 맺고 어패럴과 홈인테리어 분야에 걸쳐 문화원형을 소재로 한 디자인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다.

‘한국 전통문양 텍스타일 공모전’ 역시 문화원형콘텐츠를 소스로 열리는 텍스타일 디자인 공모다. 일반부와 초등부로 나뉘어 진행되며, 수상작들은 국내외 수십 명의 초대작가들과 함께 ‘대구국제섬유예술전’이라는 전시회에 내걸린다.

협회는 대부분의 공모전에서 보이듯 참신한 아이디어가 곧바로 산업계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때문에 수상자와 업계를 직접 연결, 실질적인 상품 제작을 발생시키는 데 주력했다. 대구가 섬유업계의 산지라는 장점을 활용한 결과다.

“세계 패션계를 사로잡고 있는 ‘오리엔탈리즘’, 그 안에서도 중국적 디자인과 일본의 젠 스타일 간의 차이점은 분명하죠. 그러나 아직 한국을 대표할 만한 뚜렷한 트렌드가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원형콘텐츠를 이용, 전통문양 디자인을 소재로 적용한 상품개발은 우리 전통문양의 제 모습과 그 정서가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좀 더 뚜렷한 색을 갖고 발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업에 대한 업체들의 반응은 처음부터 뜨거웠다. IMF 때 대거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섬유업체들은 디자인 개발이나 R&D에 투자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을 세우고 있었던 터였고, 문화원형 활용 사업은 중요한 기폭제가 됐다. 또, 빠른 판단으로 협회는 보다 현장에 맞는 사업 형태를 만들어갔다.

“패션쇼는 사업으로는 좋았지만 실질적인 산업과 연결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곧 폐지됐습니다. 반면 문화원형 소스에 따른 디자인 개발은 반응이 좋았고, ‘전통문양을 활용한 문화상품 개발’ 사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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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문양을 활용한 디자인. 좌로부터 사용된 문화원형과 개발된 디자인, 개발 소재. 영진섬유와 지오디자인, 명종섬유 등이 참여했다 ⓒ 홍지연


이미 꽉 찬 내수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로 나아가는 일 또한 꼭 필요했다. 협회는 내친김에 ‘프리뷰 인 대구(Preview in Daegu)’, ‘하임텍스틸 프랑크푸르트’, ‘텍스월드 USA’ 등 국제 규모의 텍스타일 전시회에 업체들을 내보내기로 했다. 기존에는 업체가 개별적으로 참가했었던 것.

텍스타일 공모전의 성격도 지극히 현장 중심으로 바꿨다. 공모전이 하나의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요람으로 만들기 위해 협회는 상금을 낮추는(대상 500만 원) 대신 해외 전시회 연수 기회를 제공했다. 수상자들의 공모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세계적인 텍스타일 디자인의 트렌드를 직접 체험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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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문양을 활용한 디자인. 유상실업과 MW디자인, 중원무역 등이 참여했다 ⓒ 홍지연


“대구시는 섬유와 관련한 문화적인 코드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실제 성과가 나타나면서 사업의 규모 역시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 업체들 사이에서도 저희 사업이 대단히 이슈화하고 있고요. 현지 마켓에 대한 동향을 업체에 제공하면서 컨설팅도 긴밀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것을 들고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현지 입맛에 맞게 현지화하느냐가 문제니까요.”

국내 최대 섬유생산도시인 대구의 이름을 알리는 한편, 해외 전시회를 통한 업체들로부터 반가운 소식 역시 속속 들려오고 있다.

“업체들은 전통문양 디자인 개발소재를 텍스월드 USA나 독일 하임텍스틸 전시회 등을 통해 해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예년의 경우 하임텍스틸에서 전통문양 디자인개발원단으로 60만 달러의 현장 계약이 성사됐고, 이번 2008년도에도 400만 달러 이상의 수출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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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도 판매율 1위에 올랐던 바른손카드의 연하장(우측)과 이에 활용된 문화원형콘텐츠 ⓒ 홍지연


“질 높은 고급 콘텐츠는 사실 디자이너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막상 주변에서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죠.”

2004년, 2005년도까지 문화원형콘텐츠를 디자인 소스로 활용했다는 바른손카드의 최은희 차장. 바른손카드가 문화원형 소스를 활용, 내놓은 연하장은 약 20종에 달한다. 이 업체가 주로 활용한 소스는 자수문양. 빗질한 듯 곱디 고운, 자수 특유의 촘촘하고 섬세한 느낌이 인상적인 작품들이 탄생했다.

“컴퓨터에서 펜마우스로 일일이 자수문양을 그려내며 십장생 병풍 한 폭을 다 그린 적도 있어요. 그러다 사이트에서 자수문양을 봤을 때 진짜 놀랐죠. 손으로 직접 그리지 않고도 고급스런 느낌이 나니까요. 솔직히 처음에는 쓸 만한 것들이 있을까 반신 반의 했거든요.”

최 차장은 디자인업계에서 더욱 주의해야 하는 저작권 문제도 일시에 해소할 수 있었던 점을 특히 높이 쳤다. 비교적 값싼 사용료를 내고 고급 콘텐츠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었던 것. 또, 카드 뒷면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국립민속박물관이라 출처를 밝힌 부분이 “일반에 더욱 신뢰감을 준 것도 같다”고 덧붙였다.

자수로 표현된 길상문과 십장생들. 건강과 안녕, 부귀 등 그 모습만큼이나 아름다운 뜻을 담은 카드들은 실제 매출에 있어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2005년 출시된 카드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은 자수문양 카드였다고.

“디자이너들에게는 디자인 모티프를 얻을 만한 좋은 소스를 만나는 일이 가장 어렵죠. 저작권 문제를 피해가는 것도 그렇고요. 그 점에서 문화원형콘텐츠는 많은 도움이 됐고, 앞으로 자수 외에도 서화, 조각보 등 우리 전통문양들이 많이 개발돼 일반에까지 활발히 사용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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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택 실장 ⓒ 홍지연

“디자인 분야가 필요로 하는 문화적 소재를 발굴·제공한다는 것, 디자인산업에서 바라본 문화원형콘텐츠의 큰 미덕이다.”

초기 문화원형사업부터 현재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해 문화원형사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국립중앙박물관 박현택 실장은 이렇게 말한다.

- 문화원형사업을 심사하면서 느낀 사업의 의미가 있다면?
“문화원형사업은 문화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사업으로 그 의미가 높다. 문화원형사업이 실제적으로 창출하게 될 부가가치를 사업 초기에는 적절히 적시 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종래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 방향이 주로 제조업 기반의 기술개발 등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과 비교해볼 때 바야흐로 문화적 자원의 산업적 활용성과 가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이 사업은 인문학·예술·기술 등의 다양한 분과(학)와 학제 간의 협조 및 생산적인 융합 기회의 장 역시 제공하고 있지 않은가.”

- 문화원형콘텐츠는 특히 디자인 분야에 있어 활용이 활발한데 디자인산업에 있어 문화원형은 어떤 가치를 가질까?
“디자인의 품질을 구성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이른바 기능성, 경제성, 조형성 등을 만족시키는 합목적성이라 하겠다. 문화원형의 디자인 산업적 가치는 이러한 조형적 활용 기회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문화원형이 디자인산업에 활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산업 생산품의 장식적 모티프이거나 미디어에 탑재되는 콘텐츠에서의 시각적 형상이나 표현들이다.

이 때문에 문화원형이 디자인의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핵심요소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디자인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매우 편협한 결과다. 디자인의 결과물은 문화원형을 통해서 일부 이뤄지기도 하지만, 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완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보다 문화원형이 디자인에 미치고 있는 영향에서 주목할 점은 문화원형화한 대상의 특성과 구조 등이 디자인 분야에서의 핵심요소라 할 창조적 발상의 모델이 되기도 하는 점이다. 또, 디자인 결과물들이 문화적 실천행위의 결과물이라는 인식의 폭을 넓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방편적으로 문화원형은 디자인 분야가 필요로 하는 문화적 소재 발굴·제공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 세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이란 한마디로 무엇일까?
“전통적 아름다움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란 어렵다. 통상적으로 언급되는 한국미의 특질들은 자연미, 단순미, 소박함, 유연성, 역동성, 해학미 등 다양한 양상들을 띠지만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라면 최적성과 해학성-유희, 풍류적 기질 등-으로 요약하고 싶다.

‘최적성’이란 지나치게 수식하지 않으면서도 허전함과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다. 최소한의 요소 즉, 단순미와 소박함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하겠다. ‘해학성’이란 삶에 대한 여유와 관조로부터 출발한다. 즉, 이는 비록 현실적으로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현명하게 극복하려는 의지로 미래지향적 희망을 가진 자만이 가능한 태도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특성들은 외국이나 타 문화권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다른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의 힘은 ‘최소한의 요소만으로도 최대의 효과를 달성’하려는, 그리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이를 현명하게 극복하면서 ‘희망찬 미래를 그려가는 힘’이라 할 수 있다.”

- 문화원형콘텐츠가 산업적으로 활용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문화원형사업 자체가 산업적 목적으로 시도된 것이므로 산업적 활용이 되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서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산업적 활용과 가치에만 몰입하게 되면 자칫 문화·예술의 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산업의 논리로 접근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문화와 예술이 설 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 그렇다면 활용에 있어 업계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면 무엇일까?
“‘문화원형이 디자인 분야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가?’ 라는 문제는 ‘문화원형의 질’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 행위의 질’ 문제일 수 있다. 업계의 활용 관점은 문화원형의 외적인, 표피적인 형상의 차용이 아닌 문화원형에 내재한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전파할 수 있는 방법론의 개발에서 먼저 출발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화원형콘텐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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