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문광위 국회의원도 책임져라

상임위 책임정치 필요...공천반영하면 '신선'

등록 2008.02.11 18:30수정 2008.02.1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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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얼굴이 불탔다.  600년 역사가 사라지는 데 5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설 연휴 끝자락에 발생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사고’는 전 국민의 애통함과 함께 안일한 문화재 관리의식이 커다란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통합민주신당은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숭례문 화재사건과 관련, 당 차원의 대책과 향후 이러한 문화재의 소실, 유실에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대책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이날 최고위는 ‘숭례문 화재대책위원회’의 위원장에 국회 문광위원장인 조배숙 의원을 임명했다. 한나라당 역시 당대표를 비롯한 중진들이 현장을 방문하면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숭례문 화재사건은, 낙산사 화재사건 이후 그동안 목조문화재에 대한 화재우려의 여론이 계속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한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의 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라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다 행정기관의 정책과 집행실태의 잘잘못을 감시하고 지적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소속 상임위에서 피감기관의 정책 등에 대해 국정감사와 상임위 등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것은 물론, 예산편성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필요시 새로운 법안을 입안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 개정 등을 통해 행정부의 원활한 정책을 돕는, 그야말로 총체적, 사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현실은,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들의 광의적인 책임은 뒤로 한 채 호통만 치면서 감독자의 권한만 행사하는 것이 전부인 것 처럼 일상화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숭례문 화재'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그대로 재현됐다.

 

국회 문광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 조배숙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보1호임에도 관리체계가 너무나 허술했다”면서 “복원이 가능하다지만 사라진 문화재는 돌아올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수준인 이 정도의 말은 국민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말이다.

 

적어도 문화재청을 감독하고 정책에 대한 잘잘못을 가려내 질타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했어야 할 문광위 최고책임자인 조배숙 의원의 이날 발언은 국민들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저 남의 일인양, 적당히 지적하고 폼 잡으며 넘어가는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왜 생기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모습이기도 했다.

 

적어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상임위 소속 집행기관에서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국익과 직관된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는 정치인으로서 자기반성과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이고 국민들은 그것을 원하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통합신당은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의 얼굴’을 화마로 휘감게 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직접 당사자의 광의적인 선상에 놓여있는 국회의원을,  ‘대책위원장’이라는 포장을 씌워 서둘러 얼버무리려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금까지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면서 문광위원장까지 맡았다면 어쩌면 문화재청장 못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당의장이 교체되면서 개혁을 부르짖으며 국민곁에 다가선다는 대통합신당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시기에 '감투 하나 더 씌워주는' 그러한 우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화재청과 지자체 문화재 담당자는 물론이거니와 국회 문광위 소속 국회의원들 모두 국민과 조상 앞에 석고대죄라도 해야 한다. 책임을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소방당국에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이를 간과한 문광위 소속 국회의원들도 응분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국회에 소속된 위원회에서의 맡은 직분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각 정당에서 책임을 묻는 개혁적인 정치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뜨겁게 달아오른 이번 공천에서 각 정당이, 17대 국회 문광위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정초부터 국민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 이번 '숭례문 화재사건'의 책임을 물어 공천배제라는 처방을 내리는 것도 어쩌면 국민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작금의 정치행태를 보면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이제 국회에서도 정책적인 문제에 의해 파생된 행정부의 잘못은, 함께 책임을 지는 모습의 정치가 진정 국민 곁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08.02.11 18:30 ⓒ 2008 OhmyNews
#숭례문 화재 #국보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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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 경남매일 편집국에서 정치.사회.경제부 기자를 두루 거치고 부국장 시절 서울에서 국회를 출입했습니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 8월6일까지 창원일보 편집국장을 맡았습니다. 지방 일간지에 몸담고 있지만 항상 오마이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뉴스에 대해 계속 글을 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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