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들에게 들려주는 글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교문을 나서는 제자들에게

등록 2008.02.13 09:00수정 2008.02.13 10:56
0
원고료로 응원
a

검암중학교 교문에 졸업식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렸다. ⓒ 전갑남


졸업식이 코앞입니다. 내가 검암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하고 처음 맞는 졸업식입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졸업식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주제를 뭐로 정하면 좋을까?' 활기찬 학생들을 보며 고심에 또 고심을 합니다.

문득, 중학교 학창 시절의 졸업식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졸업식은 숙연하고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는 분위기였지요. 요즘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작은 체구에서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압도하셨습니다. 그때 교장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말씀 가운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은 대목이 있습니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와 함께 숨쉬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행복입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야한다는 훈화는 지금도 내게 큰 교훈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야한다는 말을 들려주면 어떨까?'

며칠 전 히스이 고타로가 쓴 <3초 만에 행복해지는 명언 테라피>를 읽었습니다. 거기에서 '운 좋은 사람의 심층의식'이라는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그 부분에 소개된 일화를 바탕으로 '감사하는 생활'을 주제로 <졸업생들에게 들려주는 글>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우리 학교 졸업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 말을 귀담아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졸업식에서 내가 들려줄 이야기를 듣는 학생들의 표정이 자못 궁금합니다. 여기 내가 작성한 <졸업생들에게 들려주는 글>을 소개합니다.


운이 좋았다는 사람은 감사할 줄 안다

잔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겨울의 끝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산뜻한 봄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땅 속 깊은 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감추며 내일을 준비하는 연초록의 생명들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 졸업을 하는 여러분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희망의 새 봄을 앞두고, 졸업생 여러분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바쁘신 가운데서도 졸업생들의 영광스런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참석해주신 내빈과 학교운영위원장님을 비롯한 학부모 단체장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3년을 한결같이 열과 성을 다해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은 학부모님들께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a

눈이 내린 날 검암중학교의 아름다운 교정. 졸업생들에게 영원한 모교로 기억되기를…. ⓒ 전갑남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졸업을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늘 졸업식에 참석하신 여러분! 새로운 세계로 힘찬 도약을 하는 졸업생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냅시다.

졸업생 여러분!

어떤 회사 사장님께서 신입사원 면접시험에서 다음과 같이 물었다고 합니다.

"당신의 인생은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물음에 사장님은 "아니요,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설사 내로라하는 명문대학을 졸업했다고 해도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저는 운이 매우 좋았습니다"라는 사람은 전원 합격시켰습니다.

아마 사장님은 머리가 명석한 사람보다 운이 좋았다는 사람을 우선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사장님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사람을 뽑았을까요?

"나는 운이 좋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엔 세상 일은 내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고, 주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지녔을 거라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평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으로 파악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마음 속 깊이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지금은 우수하게 보이지 않아도, 지금은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할 거라는 믿음을 가진 것이지요.

여러분!

우리는 생활하면서 늘 감사하고 살아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도, 따뜻한 밥을 먹으면서도, 운동장에서 헉헉대며 공을 차면서도, 편안하게 잠을 자면서도…. 생각해보면 얼마나 감사해야할 일입니까?

또,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는 나 자신의 부단한 노력도 있었지만, 내 가족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감사할 분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현재 이 자리에 있기까지 낳아주시고 보살펴주신 부모님, 가르침을 통하여 깨우침과 슬기로움을 채워주신 선생님들께도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감사하며 사는 것은 그 자체가 행복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졸업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라는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 과정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새 친구를 만나 새로운 만남이 시작됩니다. 읽어야할 책도 많을 것입니다. 생각하는 폭도 넓히고, 남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을 배워가야 합니다. 큰 꿈을 키우며 한 단계 도약하는 자랑스러운 '검암인'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늘 행운이 뒤따르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졸업에 즈음한 당부의 말로 갈음합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전갑남기자는 검암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전갑남기자는 검암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졸업식 #검암중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4. 4 '판도라의 상자' 만지작거리는 교육부... 감당 가능한가
  5. 5 [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시도 있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