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비욕, 일렉트로니카의 진수를 보여주다

[현장] 16일 성공적으로 첫 내한 공연 마친 '일렉트로니카의 여신 비욕'

등록 2008.02.20 18:51수정 2008.02.2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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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큐,코리아 아이슬란드 출신의 비욕 일렉트로닉계의 세계적 뮤지션 비욕이 우리나라에 왔다
쌩큐,코리아아이슬란드 출신의 비욕 일렉트로닉계의 세계적 뮤지션 비욕이 우리나라에 왔다 옐로우나인
▲ 쌩큐,코리아 아이슬란드 출신의 비욕 일렉트로닉계의 세계적 뮤지션 비욕이 우리나라에 왔다 ⓒ 옐로우나인

아이슬란드에서 날아온 일렉트로니카의 여신 '비욕(43·Bjork)'이 지난 16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1살 어린나이에 데뷔해 '여신', '마녀', '소녀', '사이보그' 등으로 불리며 신비롭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는 비욕. 그는 20여년 이상 '팝계의 가장 독특한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며 수많은 컬트팬들을 양산했다. 그랬던 그도 이제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겼다. 현재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신비로운 음색이나 열정은 그대로다.

 

그의 음악적 팬이 아님에도 그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곳곳에서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에서 그를 쉽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라스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속의 댄서> 여주인공을 맡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었다. 또 <존말코비치 되기>의 스파이크 존스 감독, <이터널 선샤인>인 미셸 공드리 감독, 최고의 뮤직비디오 감독인 크리스 커닝햄 등과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번 내한공연은 지난해 5월경 발표한 6집에 맞춰 진행된 '볼타 투어(The Volta Tour)'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날 내한공연에는 5000명의 관객이 찾아 그의 인기를 대변해 주었다. 무엇보다 그 어떤 해외뮤지션이 공연했을 때보다 많은 외국관객들이 자리해, 그의 국제적인 인기를 실감케 했다.  

 

맨발의 비욕, 카리스마로 관객을 사로잡다

 

16일 저녁 7시20분. 10여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브라스 오케스트라가 입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비욕이 무대에 등장했다.

 

무대는 새와 물고기, 개구리가 그려진 형형색색의 대형 깃발들로 장식됐고 비욕은 은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진 파격적인 의상을 입은 채 강렬하고 열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맨발로 무대에 오른 비욕은 'Volta' 앨범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첫 곡 'Earth Intruders'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현장에서 직접 들은 그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음성은 소름을 돋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만의 강렬한 몸짓과 카리스마가 결합되어 강렬한 비트감의 위력은 배가 되었다. 두 번째 곡 'Hunter'는 영화 <엑스파일>에 삽입된 곡으로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신비로운 음색이 인상적이었다. 이 곡을 부를 때 흰색 거미줄이 터져, 공연장 분위기를 더욱 고조 시켰다. 불혹을 넘긴 그였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소녀의 음색을 유지하고 있었고 힘도 넘쳤다.

 

최근작인 'Volta앨범' 중심으로 이뤄진 공연이었지만 이전 히트곡도 불러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신비로운 음색 안에 천사와 악마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준 'Desired Constellation', 불규칙하면서도 열정적인 몸짓을 보여준 'Anchor Song'와 'Vokuro' 등. 그는 1시간20분이란 시간동안 지치지도 않고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비욕의 열정적인 몸짓
비욕의 열정적인 몸짓옐로우나인
비욕의 열정적인 몸짓 ⓒ 옐로우나인

 

비욕의 음성이 더욱 돋보인, 'All Is Full of Love'에서는 관객들이 코러스를 맡아 관객과 하나가 되는 묘한 감동을 전해줬다. 또 'Joga'에서도 아름다운 음색으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Bolta'에 수록된 곡 'Innocence'는 강한 비트감으로 객석을 들썩이게 했고, 'Bachelorette', 'Pleasure Is All Mine'에서 느낄 수 있었던 비욕의 카리스마와 파워풀한 음성은 일품이었다. 'Wanderlust'를 부를 때는 대형 모니터에 비춰진 비욕의 얼굴에도 살며시 미소가 그려졌다.

 

인트로가 인상적인 'Hyper-ballad'가 흐르며 천장에서 하얀색 종이가루가 마치 눈처럼 관객석으로 쏟아졌고 관객들은 열광했다. 마지막 후렴구 부분이 리믹스 되면서 마지막 곡 인 'Pluto'가 이어졌다. 거의 대부분의 곡들이 정규앨범 곡들과 달리 편곡되어 익숙하고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잠시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던 비욕과 밴드들이 다시 등장했다. '비욕'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과 함께 무대에 오른 비욕은 공연 당일 생일을 맞은 브라스 오케스트라의 멤버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따스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어 밴드와 세션들을 소개하며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비욕의 소녀다운 맑고 순수한 음성이 빛났던 'Anchor song'와 관객들이 함께 열창한 'Declare independence'이 앵콜곡으로 불려졌다. 앵콜곡을 열창할 때는 화려한 레이저쇼와 꽃가루가 다시 관객석을 수놓아 마지막 아쉬움을 위로했다.

 

이날 무대에는 기존의 디제잉 머신이 아닌  리액터블(Reactable)이라는 LCD 터치스크린 방식의 기기가 사용되어 또 다른 시·청각적 즐거움을 주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공연 내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제공됐다. 이는 이날 공연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평소 파격적인 음악과 영상을 창조해 온 비욕. 하지만 무대 위에서 펼쳐진 공연에서 그의 가창력이나 열정은 최고였지만 비주얼적인 면에서는 다소 아쉬웠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그 점을 달래주기에 손색 없었다.

 

 관객석으로 꽃가루가 떨어지자, 무대와 객석은 뜨거운 열기와 하나가 됐다
관객석으로 꽃가루가 떨어지자, 무대와 객석은 뜨거운 열기와 하나가 됐다옐로우나인
관객석으로 꽃가루가 떨어지자, 무대와 객석은 뜨거운 열기와 하나가 됐다 ⓒ 옐로우나인

 

일렉트로니카의 진수를 보여준 최고의 공연

 

브라스 오케스트라는 비욕의 그로테스크하고 신비로운 음성과 불규칙적인 몸짓을 보완하며 객석을 가득 메운 공연장의 공기를 신비롭게 만들었다. 무대 위에서 보여준 비욕의 카리스마와 열정은 그의 음악적 팬이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일렉트로닉과 락, 팝이 조화를 이루고, 사운드와 이미지가 충돌하거나 혹은 결합하면서 새로운 음악적 즐거움을 준 것.

 

비욕은 이번 'Bolta' 투어공연에서 얻은 수익금 일부를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해 휴머니스트로의 모습도 보여줬다. 다소 짧은 공연 시간이 아쉽기도 했지만 비욕의 첫 번째 내한 공연은 깨고 싶지 않은 꿈과 같은 달콤한 시간이었다. 공연은 막을 내렸지만 그의 강렬한 음악과 몸짓은 오래도록 관객들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2008.02.20 18:51ⓒ 2008 OhmyNews
#비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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