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숭례문 화재, 사회감시 소홀했던 언론부터 자책하라!

등록 2008.02.20 18:46수정 2008.02.2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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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보유고가 부족해 국가가 큰 위기에 직면했던 때가 있었다. 긴급하게 IMF 구제금융과 전국민적 금모으기 행사를 통해 직면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 다시 그때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악몽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파산했고, 가장은 직장을 잃었다. 국가경제도 끝모를 나락으로 떨어졌다.

 

당시 국가권력과 언론은 긴밀하게 유착돼 국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았다. IMF 사태 직전까지만 해도 언론들은 외환보유고가 심각한 실정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언론의 직무유기였다.

 

특히 매일경제, 한국경제와 같은 경제일간지는 물론 공중파와 일간지 경제부 출입기자들은 IMF 사태 이후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무너저가는 우리나라 경제를 정확하게 꾀뚫고 문제점들을 진단하는 노력을 언론이 해줬더라면  국민들의 마음도 그처럼 처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숭례문이 방화로 석축만 남기고 불에 탔다.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건데 숭례문을 비롯한 국보급 문화재에 대한 시민개방은 바람직했고,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단지 시민개방에 맞춰 문화재 보호를 위한 제대로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췄어야 했는데 그렇지를 못했다. 안타깝다. 숭례문 사건에 대한 문화재청, 서울시, 중구청, 소방당국의 책임공방이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적어도 IMF 사태와 숭례문 사건은 언론의 책임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공중파, 일간지 등 한국언론들은 숭례문 사건 책임자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과연 언론은 스스로 무죄라고 외칠 자격이 있는 것인가?

 

2006년 3월 3일 숭례문 중앙통로가 개방됐고, 같은 해 6월 28일에는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숭례문 앞에서 개방행사를 진행했고, 그 옆에는 유홍준 문화재청장도 함께 있었다.

 

문제는 권언유착이었다. 서울시는 국보급 문화재들을 잇따라 개방하면서 큰 치적으로 홍보했고, 언론들은 시정 홍보성 기사로 내보내기에 바빴다. 엠파스와 네이버 기사검색을 통해 2006년 1월부터 12월까지 문화재 개방 관련 기사내용을 살펴봤다. 그런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언론사도 문화재 개방에 따른 예산확보, 문화재 훼손 대책, 화재 방비, 경비시스템 구축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충격이었다.

 

IMF 사태 이후 언론들은 우리 경제를 직시하지 못한 직무유기를 범해 큰 반성을 하지 않았던가. 숭례문 사건은 어떤가. 마찬가지로 문화재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제대로 지적하고 비판해야 했음에도 시정 홍보기사로 안주했다. 언론때문에 불이 났다고 한다면 오버일까.

 

아름다운 우리 문화재들이 시민 품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하지만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사회감시 기능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언론이 제 눈 가리고 남만 탓할 때가 아니다.

 

국보1호가 불에 탔다. 먼저 언론이 자성하고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2008.02.20 18:46ⓒ 2008 OhmyNews
#숭례문 #한국언론 #사회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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