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투자처, 외국인들 마저 눈독 들이는 사교육 시장

소득·성적·지역 격차 그대로 반영되는 '사교육비'

등록 2008.02.26 16:45수정 2008.02.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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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은 밤 11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예비중학생 아들 녀석을 안아주었다. 안쓰럽고 대견스러워서 안아주는데 아들 녀석의 "할만하다"는 씩씩한 말에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초등학교 때는 틈이 나는 대로 절집이나 문화유산을 찾아 함께 돌아보고, 책도 읽히며, 틈틈이 우리 부부가 교대로 학습지도를 해왔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자 왠지 불안한 마음에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경제적 부담 이상으로 심신이 무겁다. 사교육을 권하는 공화국을 만들어 버린 어른들의 책임이자, 교육자들의 책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최근 사교육을 권하는 대한민국의 실태를 알아볼 수 있는 통계자료가 발표됐다. 통계청이 지난 2007년 7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서 전국 초중고 272개교 약 3만 400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공교육 내실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목적으로 의뢰해 조사했다고 하니 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눈 크게 뜨고 분석해볼 일이다.

사교육 전체 규모 20조 400억원... 1인당 월평균 28만8천원

통계청이 지난 2월 23일 발표한 '2007년 사교육비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2007년 전국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전체 규모는 20조 400억원이다. 이는 가계 총 소비의 평균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초등학교가 10조 1000억원, 중학교가 5조 6000억원, 고등학교가 4조 2000억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2만 2000원이고, 그 중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면 1인당 평균 28만 8000원이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경우 참여 학생 비율은 적지만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은 38만 8000원으로 높았다. 참여율은 학교 급별로 초등 88.8%, 중등 74.6% 일반고 62%로 전체 평균 77.0%나 되었다. 주당 시간으로 따질 경우 모든 학생들이 주당 7.8시간의 사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사교육 유형별로 보면 학원수강이 가장 많았고, 1인당 월평균 10만 9000원을 학원비로 지출하고 있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개인과외나 그룹과외 유형의 사교육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강과목별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을 보면 영어 6만 8000원, 수학 5만 7000원 순이고, 과목별 참여율은 수학 58.6%, 영어 55.6%, 국어 39.3%순이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국어 및 예체능 과목은 참여율이 떨어지고 있으나 영어와 수학과목은 늘어나는 추세다.

a  유형별 월평균 사교육비. 상급학교로 갈수록 과외의 비중이 높아진다 (자료출처 : 통계청 발표 '2007 사교육비 실태조사')

유형별 월평균 사교육비. 상급학교로 갈수록 과외의 비중이 높아진다 (자료출처 : 통계청 발표 '2007 사교육비 실태조사') ⓒ 새사연


사교육 진원지는 대도시와 성적 상위자들


지역별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울이 80.6%로 사교육 참여율이 가장 높았다. 경기도 등 신도시의 영향으로 중소도시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사교육비로 5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비율을 따져볼 때 읍면지역은 1.3%에 지나지 않으나 서울지역은 16.5%나 되었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50만원 이상 지출이 늘어났고, 지역별 사교육 참여율 격차도 커졌다.

a  지역별 월평균 사교육비 계층 분포, 대도시로 갈수록 고액 지출이 늘어난고 있다 (자료출처 : 통계청 발표 '2007 사교육비 실태조사' )

지역별 월평균 사교육비 계층 분포, 대도시로 갈수록 고액 지출이 늘어난고 있다 (자료출처 : 통계청 발표 '2007 사교육비 실태조사' ) ⓒ 새사연


학생의 성적 순위별 사교육 참여율을 보면 성적 상위 10%이내 학생 89.3%가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하위 20% 학생은 51.2%만이 사교육을 받고 있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지출 금액으로 비교할 경우에도 상위 10%의 학생들은 평균 35만원, 하위 20%의 학생들은 평균 11만원으로 3배의 차이를 보였다.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을 많이 받으며, 지출 비용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  성적 순위별 월평균 사교육비, 상위권 학생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다 (자료출처 : 통계청 발표 '2007 사교육비 실태조사')

성적 순위별 월평균 사교육비, 상위권 학생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다 (자료출처 : 통계청 발표 '2007 사교육비 실태조사') ⓒ 새사연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 46만원 vs. 5만원

가구의 월평균 소득수준별로 사교육비를 비교해 보면 월평균 소득 700만원 이상인 가구는 93.5%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고, 그 비용도 월평균 46만 8000원에 이른다. 반면에 월소득 100만원 미만의 경우 참여율은 36.9%에 그치고 그 비용도 5만 3000원에 그치고 있다. 두 그룹은 사교육비 지출에 있어서 8.8배의 차이를 보인다.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사교육에 대한 지출도 늘어났으며, 부모 중 아버지의 학력수준보다는 어머니의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를 더 많이 지출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모의 경제활동상태별로 사교육 현황을 살펴보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가구와 어머니가 혼자 버는 가구는 다른 가구에 비해 사교육비 지출이나 참여율이 낮다. 반면 맞벌이부부의 경우 자녀가 초등학교를 다닐 경우 90.6%가 사교육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첨단 수익산업이 되어버린 사교육 시장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들의 국내 사교육 시장에 대한 투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돈을 사교육에 쏟아 붓는 교육현실이 외국인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교육전문업체인 '메가스터디'의 외국인 지분율이 절반을 넘었고, 웅진 싱크빅이 30% 수준에 이르렀다. 국내 사교육시장에서 '한 몫' 챙기려는 외국인들의 투자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상장 사교육업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세계적 공룡펀드 칼라일은 최근 특목고 입시 전문업체인 '토피아 아카데미'에 186억여 원을 투자, 30%의 지분을 확보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자산운용사 골드만삭스의 투자펀드인 오즈매니지먼트는 2006년 6월과 11월 논술업체인 '엘림에듀'의 전환사채(CB) 발행에 참여, 총 12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이런 경향에 기름을 부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안정책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이영탁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운영위원이며, 중학교 도덕 교사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안정책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이영탁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운영위원이며, 중학교 도덕 교사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사교육비 실태 조사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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