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들도 지지 선언 "마르크스경제학 교수 채용하라"

서울대 사회학 67명, 정치학 등 44명 ... 학부생도 동참

등록 2008.02.27 17:22수정 2008.02.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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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를 김수행 전 교수의 후임으로 채용해 달라는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생들의 호소에 사회학과, 정치학과 등 여타 사회대 대학원생들이 잇따라 호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경제학부 대학원생들이 붙인 호소 자보.


학문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생들의 호소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학부 대학원생들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33명 중 유일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이자 이번 달에 퇴임한 김수행 전 교수 후임으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를 채용할 것을 지난 18일 대자보를 통해 호소했다.

이러한 호소에 먼저 호응한 곳은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 사회학과 대학원 석사-박사과정생 67명은 25일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 채용 호소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붙였다.

사회학과 대학원생들은 "경제학부에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가 없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학부만의 문제가 아니"며 "서울대에서 마르크스경제학을 인위적으로 배제·소멸시키는 것은 경제학뿐 아니라 사회과학 전체의 학문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처사"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신고전학파 중심의 주류경제학 일변도로 연구와 교육이 진행되는 현 경제학계의 관행에서 김수행 교수의 마르크스경제학 강의와 연구는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는 우리에게도 더 넓은 사회과학적 사고와 연구의 발전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자양분이었다"며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가 김 전 교수의 후임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학부, 노교수의 충고와 제자들의 호소에 귀 기울일까

사회학과에 이어 27일에는 정치학·언론정보학·여성학협동과정 등 여타 사회대 대학원생 44명도 대자보를 통해 경제학부 대학생들을 지지하는 선언을 했다.

이들은 "학생들은 주류경제학과 마르크스경제학의 공존 속에서 도그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강한 학문 정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 현상을 진단할 수 있는 하나의 시각을 닫지 말아 달라"고 경제학부 교수들에게 호소했다.


정치학과 대학원생 오창룡(33)씨는 27일 통화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대학에서마저 비판적 사회과학이 전반적으로 퇴조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마르크스경제학은 그러한 자본주의와 시장에 대한 하나의 의미 있는 분석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대 학부생들도 경제학부 대학원생들의 호소에 동참했다. 이들은 26일 '사회대 교육투쟁 특별위원회' 명의로 붙인 자보에서 "다른 시각에 따른 접근 방식에 관심이 있고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당장 교과목이 폐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님이 계시지 않은 수업의 경우, 수업의 질이나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피드백 수준이 낮아질 것은 자명한 이치"라는 것이 이들의 우려다.


경제학부장 이영훈 교수의 스승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이 문제와 관련해 "서울대 경제학부가 마르크스경제학자 1명을 용인하지 못할 정도로 옹졸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노교수의 '충고'와 제자들의 '호소'가 김 전 교수 후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이는 경제학부 인사기획위원회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마르크스경제학 #서울대 #김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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