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70·80년대 공안수준이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특검 면담 거부... "삼성 특검, 수사 의지 있나"

등록 2008.02.27 19:15수정 2008.02.27 19:15
0
원고료로 응원
 
a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종훈 신부는 27일 오후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의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종훈 신부는 27일 오후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의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이경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종훈 신부는 27일 오후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의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이경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7일 오후 3시 예정됐던 조준웅 특별검사와의 면담을 거부했다.

 

오후 3시 30분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사제단의 전종훈, 김인국, 김영식, 김진화 신부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김용철 변호사의 변호인인 김영희 변호사와 이덕우 변호사도 함께였다.

 

김인국 신부는 경직된 얼굴로 "유사 이래 최대 부패 사건의 핵심인물인 이학수와는 4시간 여 환담만 나누고 이 일에 연루되지 않은 신부들을 소환 통보 없이 참고인으로 부른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제갈복성 특검보가 김영희 변호사에게 조 특검이 사제단 신부들을 만나고 싶어한다고 요청했다. 사제단은 논의 끝에 면담을 수락했고 오늘 3시 만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제갈 특검보와 김 변호사는 3~4차례 전화통화를 했지만 특검이 참고인으로 조사하겠다는 의사 표시는 전혀 없었다. 이는 면담 요청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거니와 사제들에게 무례한 행위다. 이 참에 특검의 능력과 수사 의지에 대해 말해야겠다."

 

"특검이 70·80년대 공안수사인가... 참고인 조사 한차례도 언급 안 해"

 

정의구현사제단, 특검 참고인 조사 거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왼쪽)가 27일 한남동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조준웅 특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특검의 참고인 조사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 특검 참고인 조사 거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왼쪽)가 27일 한남동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조준웅 특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특검의 참고인 조사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 정의구현사제단, 특검 참고인 조사 거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왼쪽)가 27일 한남동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조준웅 특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특검의 참고인 조사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애초부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신부들을 참고인 조사한다는 이야기가 이상했다.

 

이날 기자들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조준웅 특별검사와 면담을 할 것으로 알고 있었다. 김영희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부소장)는 지난 26일 기자실에 오늘(27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4명과 한남동 특검 사무실을 방문할 것이라고 미리 언질을 줬었다. 그러나 윤정석 특검보는 '조사'라는 표현을 썼다. 기자들이 다시 물었다.

 

"면담인가? 조사인가?"

"참고되는 내용이 있으면 조사라고 할 수 있다. 필요하면 참고인 조서 쓸 것이다."

 

이후 사제단에게 삼성그룹의 불법로비의혹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부르는지, 왜 수사 초기가 아닌 지금에서야 부르는 것인지 질문이 쏟아졌다. 윤 특검보는 "김용철 변호사의 인터뷰 등 전반적인 사항이 (사제단과) 관련돼 있고, 그 분들이 직접 경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사에 참고가 될 수도 있으니까 부르는 것"이라며 "(수사 결정 이유 등)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말하기는 곤란하다"고만 답했다.

 

10분 뒤 포털사이트에는 "삼성특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참고인 조사 방침"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론은 파행이었다.

 

사제단과 동행한 김영희 변호사가 면담 무산 경위를 추가 설명했다.

 

"오늘 아침에 참고인 조사 방침을 전해 듣고 제갈 특검보와 다시 통화했다. '참고인 조사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다며 참고인 조사라면 응할 생각이 없다'고 전달했다. 그러니 제갈 특검보가 '조 특검과 상의해보겠다'고 했고 이후 '그러면 참고인 조사 없이 면담만 하고 가시라'고 했다."

 

또 "설사 절차가 지켜졌다 하더라도 신부님들이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에 대한 경위 등을 조사하는 것은 사건의 실체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특검의 참고인 조사 방침을 비판했다.

 

전종훈 신부는 붉어진 얼굴로 "70년대, 80년대 공안수준이다"며 "과거에 이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참고인 조사로 불려 갔다가 피의자 조서를 작성했다. 특검이 공안수사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 "혐의 없는 이들을 어떻게 소환하나"

 

a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 사진 오른쪽부터 조 특검과 윤정석·조대환·제갈복성 특검보.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 사진 오른쪽부터 조 특검과 윤정석·조대환·제갈복성 특검보. ⓒ 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 사진 오른쪽부터 조 특검과 윤정석·조대환·제갈복성 특검보. ⓒ 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무엇보다 사제단이 면담을 거부하게 된 큰 이유는 특검에 대한 불신이었다.

 

사제단은 그 근거로 ▲이학수 부회장과 조준웅 특별검사의 독대 ▲특검팀의 대언론태도 ▲지지부진한 불법로비수사를 지적했다.

 

특히 김영희 변호사는 "김용철 변호사가 참고인 신분이고 특검이 이야기를 듣는 것이 진술조서로 남아야 증거능력이 있는 수사기록이 되는 것인데 로비와 관련해서는 조서를 받은 적이 없다"며 "제갈 특검보가 진술서를 팩스로 보내달라는 자의적인 행동을 취하고 수사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명단을 공개하거나 진술서를 제출할 수 없었다"고 폭로했다.

 

사제단은 "차라리 물리적으로 시간도 부족하고 전문수사기관이 아닌 특검이 수사 의지마저 약하다면 1차 수사기한으로 수사를 마감하고 검찰에 넘기는 것이 삼성의 병폐를 개선하는데 현실적인 것 아니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건희 일가 및 이학수·김인주·최광해 등 핵심인물을 즉각 소환 조사할 것 ▲국세청 등 관계기관 장에게 수사 지원을 요청하고 불응할 시 특검법에 명시된 징계절차 요구 권한을 행사할 것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외면하고 하지 않았던 이건희 등 핵심 인물들을 기소할 것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특검의 로드맵을 제시할 것 ▲조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를 만날 것 등을 특검팀에 요구했다.

 

"김용철 만나지도 않는 조 특검과 변죽만 울릴 것도 아니고"

 

a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은 작년 11월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삼성물산 해외비자금 조성 증거, 이건희 회장 부인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 미술품구입에 비자금이 사용된 내역, 참여연대에 관계하고 있는 변호사들을 관리할 '로비지침' 등을 공개했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은 작년 11월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삼성물산 해외비자금 조성 증거, 이건희 회장 부인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 미술품구입에 비자금이 사용된 내역, 참여연대에 관계하고 있는 변호사들을 관리할 '로비지침' 등을 공개했다. ⓒ 권우성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은 작년 11월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삼성물산 해외비자금 조성 증거, 이건희 회장 부인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 미술품구입에 비자금이 사용된 내역, 참여연대에 관계하고 있는 변호사들을 관리할 '로비지침' 등을 공개했다. ⓒ 권우성

나가는 길에도 사제단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전 신부는 "사제로서 이런 의심을 해서는 안 되지만 삼성에 특검의 정보가 새고 있는 판에 삼성이 접촉 불가능한 사제단이 특검과 면담을 해 역으로 정보가 삼성에 넘어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든다"며 불신감을 표현했다.

 

또 "더 웃기는 것은 조 특검이 지금까지 김 변호사를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가 더 잘 알고 있지 않겠나. 그러면 그 사람을 붙들어 놓고 들을려고 해야지. 조 특검이 만나줘야지 않나. 왜 김 변호사를 만나지 않는건가. 우리가 조 특검을 만나서 변죽만 울릴 것도 아니고 무의미한 면담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덕우 변호사도 이날 특검팀의 행동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1차 수사 기간은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고 이학수씨는 4시간 동안 특검보 배석도 없이, 조서도 작성하지 않고 대화만 나누고 돌아갔다. 그 이후 압수수색도 없다. 특검이 수사 초기에 사제단을 만난 것도 아니고 오늘 사제단이 참고인 조사 이야기가 나온 경위에 대해 항의를 하니깐 '참고인 조사는 하지 않을테니 면담만 하고 가시라'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수사 의지가 없다. 신부님들을 오늘 보자고 한 것은 그저 구색을 맞추려고 하는 것 아닌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바라보는 특검 수사 3대 불신요인

▲이학수 부회장과 조준웅 특별검사 독대

"조 특검과 이학수 부회장의 독대는 소환절차, 면담 방식과 내용의 문제가 있다. 조 특검은 이학수 부회장을 소환하면서 특검보들이나 파견검사들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 방식도 둘 간의 독대로만 이뤄졌다. 게다가 핵심 피의자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하고 그 피의자는 압수수색 자제를 요구했다. 실제로 그 이후 압수수색이 없다. 또 여러차례 소환하겠다고 했던 이학수 부회장은 그 이후로 소환되지 않고 있다. 조 특검의 수사의지가 변질되지 않았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특검팀의 대언론태도

"삼성은 수시로 수사진을 압박하고 역공작을 펴고 있다. 그러나 삼성 특검은 역대 특검 중 내용이 없는 최악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정보인데도 감추고 있다.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 생각한다. 특검이 국민의 지지를 구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지지부진한 불법로비수사

"로비관련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갈 특검보의 능력과 의지에 심각한 의문이 생긴다. 김용철 변호사가 분명히 임채진, 이종백, 이귀남 등 뇌물 검사 명단을 밝혔고 특검에게 로비 수사를 요청했었다. 처음에는 로비 의혹과 관련된 이들을 확실히 수사하겠다던 제갈 특검보는 2주 뒤 혐의 없는 사람을 어떻게 소환하느냐고 태도가 바뀌었다. 더불어 삼성이 은혜를 잊지 않는다며 특검에 광범위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

2008.02.27 19:15ⓒ 2008 OhmyNews
#삼성특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4. 4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5. 5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