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는 죄가 없다

화장품 업체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가수 아이비를 위한 변

등록 2008.03.04 17:44수정 2008.03.04 17:44
0
원고료로 응원

나는 아이비라는 가수를 잘 모른다. 그녀가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심지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관심이 없다. 다만 한동안 인기를 누리다가 이른바 동영상 공개 협박 파문 이후 활동이 뜸해졌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오늘 어떤 기사에 의하면 그녀가 자신이 모델로 활동했던 화장품 회사로부터 손해배상 피소를 당했다고 한다. 그녀의 잘못은 무엇이고, 화장품 회사가 입은 손해란 무엇일까?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그녀의 이미지를 제품의 홍보에 활용하기 위해서 그녀를 모델로 써서 광고를 했던 A라는 화장품 회사가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동영상 파문과 또 다른 교제설이 나와서 회사와 제품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고, 그 책임을 그녀가 금전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광고모델 계약서에는 "명예를 훼손시키거나 사회적 무리를 일으키는 행위로 제품과 기업 이미지에 손상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문항이 들어 있다고 한다. 화장품을 만들어서 파는 회사의 입장에서 광고모델을 선정하며 이 정도의 문항을 넣은 점은 이해가 된다. 광고모델이 회사의 매출과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시 일정한 품위를 유지하기로 약속한 것은 크게 무리한 요구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명예를 훼손한 것인지와 사회적 무리를 일으킨 행동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각기 보는 눈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일 뿐 아니라 객관적 기준이 될 법적 근거가 박약하기 때문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화장품 회사가 아이비를 모델로 선정하며 기대했던 수준의 이미지 고양이나 매출의 증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좀 손해를 본 느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녀가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회적 무리를 일으켰다고 판단하기에는 더욱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비싼 모델료를 지불한 회사의 입장에서 억울하게 되었지만 그녀의 명확한 귀책사유는 좀처럼 찾기가 어려울 것같다. 그녀의 명확한 잘못이 무엇이란 말인가?

 

동영상 공개파문을 보자. 아마도 동영상이 있다면 그것이 촬영된 시점은 분명히 광고모델 계약을 하기 이전의 일이었을 것이다. 계약을 체결하기도 전에 있었던 일을 가지고 계약서의 내용을 위배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대단히 무리가 따른다. 또 그녀가 과거 무슨 행위를 했건 그것은 그녀의 사생활일 뿐이다. 사생활의 자유는 그 어떤 계약으로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녀의 또 다른 남성과의 교제설도 그렇다. 설혹 그러한 교제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모델 계약서가 그것을 막을 권리는 없다. 젊고 건강한 여성이 남성과 교제하는 것이 누구의 명예를 훼손하고, 어떤 사회적 무리를 일으킨다는 말인가? 이 역시 그녀의 사생활이고 권리일 뿐이다. 개인의 자유를 계약에 의하여 제약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하면서 '문란한 생활' 운운한 부분에서 회사가 오히려 그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는 각기 다른 많은 직업이 있고, 때로는 좀 특수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이성교제를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는 없다. 법률상 제한은 소위 말하는 간통죄가 있을 뿐이다. 배우자가 있는 자가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통정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최근 그리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고 있으며, 위헌심판이 청구돼 있는 상황이다.

 

그녀를 모델로 써서 원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감수해야 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그 회사의 책임이다. 왜냐하면 과거 전혀 이성교제를 한 경험이 없고, 모델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그 회사의 일방적 기대일 뿐이다. 계약으로 그렇게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불법의 소지가 충분한 일이다. 모델을 선정할 때 그러한 기대를 가졌다면 그 기대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다. 정말 많은 비용을 치르더라도 그렇게 하려면 분명하게 규정했어야 할 일이다.

 

화장품 모델을 했던 여성이 이성교제를 했고, 그 사실이 알려졌다고 법을 어기거나 계약을 어겼다고 주장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누가 누구의 사생활을 계약서로 제한할 수가 있겠는가? 애매한 문구를 넣어두고 압박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분명하게 특정한 행위를 명시하여 계약한 것이 아니라면 사생활을 계약의 위반으로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그녀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과거 사귀던 남자친구가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유포한다고 협박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당사자들의 동의없이 그러한 것을 유포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일이 보도되고 알려져서 사실이건 아니건 그녀는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가수활동이나 광고모델 등으로 많은 수입을 올릴 기회가 박탈되거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그녀는 그것을 침해받았을 뿐 아니라 경제적 손실까지 입은 것이다.

 

그녀가 설혹 이 사람 저 사람을 자주 바꿔가며 사귀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다른 사람들은 좋지않게 생각할 권리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비난할 권리는 없다. 바로 부당한 비난에 노출된 그녀는 진정한 피해자인 것이다. 사실 피해로 따지면 막대한 피해이다. 그런 피해자에게 사생활을 이유로 피소한 것은 과도한 기업의 욕심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나는 그녀가 무슨 화장품의 광고에 언제 모델로 활동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누구라도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받지 말아야 할 권리가 있음은 알고 있다. 화장품 회사가 억울하다면 그녀에게 지급된 모델료의 일부를 삭감하고 되돌려 달라고 사정해서 그녀가 들어주면 몰라도 법에 호소할 일은 아닌 듯하다. 분명한 위법이나 계약에 위배되는 일이 없는데 소송을 당한다면 그녀가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서는 종종 연예인의 사생활을 안주삼아 씹고 짖이기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연예인도 사람이고 사생활이 있다. 불법한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좋아하지 않으면 될 일이지 비난해선 안 된다고 본다.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으로 이미 피해를 본 후 또 이중삼중의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되는 일이다. 싫으면 싫어하면 될 일이다. 좋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반감을 표하거나 비난을 해선 안 된다. 더욱이 손해배상을 요구해서야 될 일인가?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3.04 17:4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아이비 #손해배상청구소송 #연예인의 사생활 #피해자 #광고모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개 눈 은둔자' 표범장지뱀, 사는 곳에서 쫓겨난다
  2. 2 [단독] '김 여사 성형' 왜 삭제? 카자흐 언론사로부터 답이 왔다
  3. 3 카자흐스탄 언론 "김 여사 동안 외모 비결은 성형"
  4. 4 최재영 목사 "난 외국인 맞다, 하지만 권익위 답변은 궤변"
  5. 5 한국의 당뇨병 입원율이 높은 이유...다른 나라와 이게 달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