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파는 피에로.전통복장을 입은 이들은 음악회 티켓을 팔고 있다.
노시경
나는 무심코 케른트너 거리를 걷다가 거리의 바닥에 무언가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대로 바닥에는 큰 별이 그려져 있고, 그 별 속에 음악사를 빛낸 사람들의 이름과 사인이 새겨져 있었다. 오스트리아와 빈의 음악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왜 이 케른트너 거리 바닥이 온통 음악가들의 사인으로 뒤덮여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학시절, 유럽 음악사 한 과목을 수강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나는 길바닥을 유심히 보며, 이 거리의 음악 스타들을 살펴보았다. 모차르트와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진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 불멸의 오페라 작품들을 남긴 지아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백조의 호수'를 남긴 러시아의 작곡가 페테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화려한 바이올린 연주로 유명했던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 낭만파 음악의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그들은 현세를 떠났지만 이 거리에 그려진 별 속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나는 가끔 푸른 하늘을 한 번씩 쳐다보면서 천천히 산책을 했다. 이 거리의 세련된 쇼핑가에는 누구나 들어도 알 만한 세계적인 명품 가게들도 널려 있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지만 쇼윈도 너머의 예쁜 상품들을 보며 눈만 즐겁게 했다. 들어가서 직접 보고 싶은 특산품 가게들도 눈에 띄었지만 아쉬운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거리의 중앙에 자리한 휴식 의자에서 다리를 쉬면서 이동을 했다. 일요일이지만 기념품 가게들은 문을 열었다. 역시 이곳에도 오스트리아 대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초콜릿 가게들이 눈에 띈다. 초콜릿들은 대부분 모차르트 초콜릿 일색이다. 슈테판 광장 근처에서 모차르트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는 이름부터 'Mostly Mozar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