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도 지출과 결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사진은 지난해 여름 '물물교환 장터'에 참가한 슬비와 예슬이가 직접 물건을 팔면서 소비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돈삼
슬비의 용돈은 1주일에 4000원, 한 달에 1만6000원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까지는 1주일에 3500원씩이었습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500원 오른 것입니다. 작은아이 예슬이한테는 1주일에 2500원씩 주고 있습니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또 많은 액수죠.
용돈이라고 해서 그저 주지도 않습니다. 아이들 엄마는 그것을 주면서 몇 가지 전제를 답니다. 이부자리를 스스로 정돈하고, 책꽂이와 가방 정리, 신발장 정리, 마른 빨래 정돈과 방 청소 도와주기 등등.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땐 용돈 삭감도 단행합니다. 한두 번은 눈을 감아주지만 몇 번 누적이 되면 500원씩 깎는 것입니다. 용돈은 적고 쓸 곳이 많은 슬비는 그때마다 허탈해 합니다. 무슨 청천벽력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에야 안 일이지만 삭감을 많이 당해서 용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슬비의 얼굴은 울상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용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터인데 거기에서 깎여버렸으니…. 이해가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마음도 아팠습니다.
그러면 조용히 슬비방으로 들어가서 아이를 달랩니다. “앞으로는 용돈이 깎이지 않도록 조심해라. 할 일도 제때 잘 하라”고 타이르면서 1000원짜리 두세 장을 가만히 내밀곤 합니다. 순간 슬비의 안색이 바뀌고 ‘역시 우리 아빠’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은 양 잠자리에 들죠.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나면 아이들 엄마가 부릅니다. 아이들 용돈 삭감사실을 얘기해 주면서 “모른 척 할테니 아침에 용돈을 좀 주라”는 것입니다. 피식 웃는 내게 이유를 묻지만 “알았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용돈을 깎은 엄마의 마음도 언짢았던 모양입니다.
진즉 삭감한 용돈을 보충해 줬는데…. 한편으론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악역은 늘 엄마의 몫이고, 아빠는 언제나 아이들 편에 서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일이 몇 번 있고부터는 아이들이 대담해졌습니다. 엄마가 용돈을 삭감한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반응이 많이 무뎌졌습니다. 예슬이는 ‘500원 삭감’ 이야기가 나오면 선뜻 1000원 짜리를 가지고 나와서 500원을 거슬러달라고 하기까지 합니다. 웃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하고 자문해 봅니다. 어디까지가 ‘교육’이고 ‘사랑’인지…. 따끔하게 야단을 치고 바로잡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머리로는 생각을 하면서도 몸은 따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