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노자 강의
바이북스
고전 재번역운동을 펼치고 있는 묵점 기세춘(74)씨는 최근 <장자> 완역과 <성리학개론>에 이어 원전의 의미를 되살린 명쾌한 노자읽기 <노자 강의>(바이북스)를 책으로 펴냈다.
기세춘씨는 노촌 이구영 선생이 운영하던 이문학회에서의 강의노트와 한남대학교 인돈 학술원에서 후학들을 위한 장자·공자·노조·성리학 등 고전강의를 3년 전부터 해왔으며, 이번 학기는 실학강의를 하고 있는데, 작년 노자 강의를 마치고 강의록을 중심으로 책으로 엮은 것이다.
노자 강의에는 서론으로 민중의 집단창작, 노자와 도교, 노장과 견유학파, 선조들의 노장일기와 왜곡에 대해 지적했다. 2부는 민중의 저항, 3부 반체제(반유가 반의인 등), 4부 유토피아(무위자연, 반 문명, 원시공산주의, 무경쟁사회, 무치사회), 5부 공동체적 인간상(무욕, 무지, 동심), 6부 공동체의 도덕(약자의 천연도덕, 노자도덕의 특징), 7부 생명주의(신선과 양생술, 생명주의, 도인의 처세술), 8부 형이상학(도, 천제, 기론, 무, 무극과 태일), 9부 인식론, 10부 냉소주의 경계 등으로 모두 807쪽의 책이다.
기자와 만난 기세춘씨는 "지금의 노자(老子)는 노자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동양고전을 읽는 젊은이들을 보면 반갑기 그지 없으나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고 했다. 책방에 진열된 고전 번역서들이 오역 투성이라 민망해서라며, 특히 노자와 장자의 오역은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자에 대해 "노자가 기록된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이 끊이지 않던 난세였다. 이에 민중은 전쟁에 끌려가 죽고, 배고픔과 추위에 떨었다. 민중에게는 희망이 없었다. 이때 민중의 절망을 대변한 것이 노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노자는 은둔과 저항일 뿐 공자의 논어(論語)처럼 지배계급을 위한 정치론도 입신양명을 위한 처세술도 아니다. 오히려 노자는 기존 지배 문명 즉 공자에 대한 안티테제이며, 약자를 위한 철학"이라며 "오늘날 우리는 노자의 도(道)를 공자의 인의(仁義)와 혼동하며 노자를 현대문명의 살인경쟁 사회를 찬양하는 처세훈으로 읽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앞서 언급한 뿌리 깊은 근본적인 왜곡에 원인이 있다. 그런데 우리 학계는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과거의 왜곡을 신주 받들 듯 답습하고 거기에 오역을 덧붙여 삼류소설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세춘씨는 "지금 서점의 노자 번역서들은 모두 진짜 노자를 회칠한 무덤에 가두어 버리는 '왕필 노자'일 뿐"이라며 "그것마저도 오역 투성이로 지금의 노자는 본래의 노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책에서 국내 학자들의 여러 번역을 소개하여 과연 어떻게 다른지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며 "노자의 여러 판본들과 <장자><한비자><회남자> 등 다른 문헌을 비교·분석하여 <노자>의 본래 모습을 되살리려 했다"고 덧붙였다.
"노자 왜곡에는 대체로 두 가지 수법이 사용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