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논공행상, 전리품 챙기기

파탄난 경제는 언제 살릴 셈인가?

등록 2008.03.14 11:19수정 2008.03.14 11:19
0
원고료로 응원

정권과 한나라당의 숙청이 점점 노골화된다. 안상수 원내대표를 필두로 유인촌 장관이 나서고 청와대조차 그들의 주장이 옳단다. 처음에는 국정파탄 세력이니 스스로 물러나라고 점령군 행세를 하더니 점점 강도를 높여서 왕따를 시킨다. 그 것도 모자라서 감사를 통해 꼬투리를 잡아 자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영원히 영남 지역주의를 발판삼아 정권을 향유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에게 지난 10년의 야당생활은 충격이 크긴 했던 모양이다. 사실 아무리 계산해도 대선에서 질 가능성이 없었는 데 연거푸 고배를 마셨으니 그 한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러게 왜 나라를 거덜내고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도록 무능한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절치부심 정권을 찾아왔으니 기분이 좀 들뜨는 것이야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너무 심하게 오버하면 그걸보고 주권자인 국민이 화병난다. 취임하고 한달도 안돼서 지금 하는 짓들은 앞으로 5년을 훤히 보는 듯하다. 인수위 시절부터 우왕좌왕 앞뒤 못가리더니 인수작업이 잘 안된 것을 전정권의 탓이란다. 사교육비는 왕창 올려놓고, 세계경제의 먹구름이 몰려 오지만 아무런 대책도 나온 것이 없다. 투기꾼 내각을 만들고, 공무원들 군기잡는 꼴이 우습다.

 

방송장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가관이다. 방송통신위원장 자리는 자신의 정치적 멘토에게 주고, KBS사장도 자기편으로 바꿔서 방송장악하면 무엇을 선전할까? 자신들이 주장했던 임기제를 허물고 미리미리 물러나라는 것은 또 무슨 짓인가?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자리를 왜 전리품으로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것일까? 심지어 민간단체장까지 모조리 자신들을 찬양하는 세력으로 채우려는 그 덕지덕지한 욕심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 10년간 잃었던 정권을 찾았으니 맘껏 권력을 휘둘러 보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심하게 휘두르면 그 칼이 부메랑이 돼 자신들의 목을 향할 수 있음을 알야야한다. 정치보복이란 국민의 외면을 받는 지름길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주권자의 목전에서 못볼 장면을 보여서야 될 일인가? 위임된 권력은 주인의 것임을 알아야한다. 위임받은 범위에 충실하지 않으면 그것은 주인에게 저항하는 꼴이다. 정치보복은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달콤한 권력을 잡았으니 그동안 기여한 자들에게 좀 나눠주고 잔치라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 심정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권력을 잡은 자들이 그렇게 논공행상에 몰두하는 장면은 주인인 국민에게 그리 유쾌한 장면이 아니다. 누구의 것으로 누가 마구 누리려고 하는가? 논공행상이 급할 것은 없다. 앞으로 5년 내내 나누고 해먹을 일이 있을 것이다. 뭐가 그리도 급한가?

 

대통령이 법률에 따라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수만개가 있다. 그러나 임기도 남은 사람들을 쫓아내고 전리품 챙기듯 해서야 되겠는가?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한이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에서만 유효한 것이다. 법에 명시한 임기를 무시하고 밀어내선 안된다. 치사하게 왕따시키고, 뒤를 캐서 협박하겠다는 발상에 국민은 벌써 눈쌀을 찌뿌리고 있다. 전리품을 챙기는 것도 적절한 룰이 있는 법이다. 욕심대로 마구 챙겨 먹어서는 배탈난다.

 

공천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배제된 인사들을 달래기 위해서는 자리가 많이 필요할 테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치사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야 될 일인가? 공천은 공천이고 그 자체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서 반발을 최소화하는 것이 옳다. 이곳저곳에서 모아온 철새들은 공천도 잘 주면서 무엇으로 낙천자들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자리를 몇개 만들어서 앉힌들 그리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호사를 누리다가 배신하고 들어온 자들, 참여정부에서 역시 누릴 것을 모두 누리고 침뱉고 떠난 자들조차 모두 수용하는 한나라당이다. 정치적 색채도 없는 공공기관장, 오히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할 사람들조차 모두 구정권의 사람들이라며 내치는 것은 치졸한 일이다. 내치는 것도 정도가 있고, 절차가 있는 법이다.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왕따작전을 동원하는 것은 지나치다.

 

참여정부에서 법무장관을 하다가 슬그머니 임명권자를 비난하며 줄을 바꿔선 사람을 국정원장 자리에 앉히지 않았는가? 과거 여당에서 장관도 하고 비례대표로 국회의원까지 하다가 역시 침뱉고 돌아서서 줄선 사람도 공천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누군들 포용하지 못할 것인가? 배신자는 되고, 아직 배신도 충성맹세도 하지 않은 사람은 내치는 것인가? 한번 배신자는 또 배신할 가능성이 높은 법이다.

 

코드인사라고 비난하던 것, 낙하산 인사는 안되고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정치와 관련이 없는 자리는 전문성을 기준으로 하자고 주장하던 것, 편가르기 하지 말고 포용하라고 주장하던 것, 이념으로 가르지 말자고 주장한 것 등은 모두 자신들이 야당일 때만 성립하는가? 남들은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고 자신들은 당연히 그렇게 할 권리가 있는 것인가?

 

노태우 정권에서 김영삼 정권으로 넘어갈 때의 물갈이, 김영삼 정권에서 김대중 정권으로 넘어갈 때의 물갈이에 입에 거품물고 비판하던 사람들은 누군가? 그나마 정권이 거듭하며 점점 그러한 물갈이도 폭이 줄었고, 임기를 보장하는 추세가 자리를 잡았다. 특히 지난 정권은 약 10%범위만을 교체하고 모두 임기를 보장하였다. 그조차 한나라당은 엄청난 비난을 퍼부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단체까지 모조리 물갈이를 하고자 온갖 술수를 쓰고 있다. 이 무슨 자가당착이고, 자기모순이란 말인가? 정치보복은 그만하자. 논공행상은 주권자의 눈에 거슬린다. 전리품 챙기듯 마구 먹으려 들면 배탈나기 십상이다. 어린 학생들도 이제 왕따시키는 짓이 나쁘다는 것 쯤은 다 안다. 하물며 어른들이, 그것도 대한민국의 집권세력이 그런 짓을 해서야 되겠는가?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그런 정치보복 놀음, 논공행상, 전리품 나누기가 아니다. 세계경제의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물가는 치솟고 있다. 경제를 살린다며 집권했으니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정권이 국정을 파탄냈다고 했으니 그보다는 한 100배쯤 든든한 모습을 보여줘야할 것 아닌가?

 

아니 최소한 그보다 훨씬 못하고 치졸한 모습은 보이지 않아야 할 거 아닌가? 자리나 탐하는 자들을 데리고 5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할 셈인가?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3.14 11:1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정치보복 #논공행상 #전리품 챙기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또 틀렸다... 제발 공부 좀
  2. 2 한국에서 한 것처럼 했는데... 독일 초등교사가 보내온 편지
  3. 3 임성근 거짓말 드러나나, 사고 당일 녹음파일 나왔다
  4. 4 저출산, 지역소멸이 저희들 잘못은 아니잖아요
  5. 5 '최저 횡보' 윤 대통령 지지율, 지지층에서 벌어진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