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김헌태의 진보재구성론, 동의하나 2%가 부족하다

등록 2008.03.15 15:32수정 2008.03.1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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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글은 창조한국당 대변인이 아니라 논쟁을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여기는 한 논객의 입장에서 작성한다는 점을 알려드린다. 현재 처해있는 조건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회발전을 위한 담론시장에서는 가급적 정치적 선입견이 배제되어야 공정하고 효율적인 의견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헌태 씨의 ‘진보재구성’기고문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지난 대선 때 문국현 캠프활동에 대한 후기성 글이다. 상당부분의 인식에 동의할 만한 내용이다. 동지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 그의 풍부한 전략적 마인드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결정체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보완하고 싶은 게 있다.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서다.

 

김헌태씨 글의 핵심은 문국현이 개혁진보노선상에 서는 데 정치적으로 실패했다는 점이다.  민주화를 이룩하고 근로대중의 이익을 옹호해 온 개혁진보진영의 공로를 무시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새로운 진보 역시 기존 개혁진보노선의 연장선상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 주장은 현실정치에서 '쪽수'를 많이 차지하기 위한, 나름의 진정성이 전제된 관점이다.

 

그런데 이 인식의 전제인 개혁진보노선은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혹은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는 데 어떤 의의와 한계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진단은 없다. 앞으로의  한국정치에서 개혁진보가 무엇을 뜻하느냐에 대한 추세적 분석은 다루지 않고 있다. 화려한 과거를 갖고 있지만 지금은 국민의 지지를 잃은 정도로 기존 개혁진보세력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은 정치패러다임의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정신이 들어설 공간을 협소화시킨다. 전통적인 개혁진보의 고정지지자를 확보한 후에 중간지대 유권자를 포섭하자는 진지론적 사고는 있으되 틀거리 자체가 변화된 시대흐름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공간에서 학술적 논쟁을 할 의도는 없다. 능력도 없지만 대중이 알아듣기에는 너무 어려운 문장구조가 대중을 소외시킨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보다 근본적이고 보다 현실적인 논의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개혁진보세력의 시대정신은 민주화다. 정치적으로는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해 국민기본권을 확립해왔고, 사회경제적으로는 20세기 유럽의 분배복지를 확충해 왔다. 그리고 아쉽게도 민주화세력을 대표했던 노무현정권, 구시대의 막내로서의 노무현 정권은 막을 내렸다. 여기까지다. 기존 개혁진보세력의 정치적 수명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손학규대표 체제가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창조의 여지도 있고 해체될 여지도 동시에 안고 있다.

 

그러나 나의 문제의식은 정치패러다임의 교체에 있다. 흔히 문국현과 창조한국당이라고 하면 ‘사람중심 진짜경제’슬로건에서 보듯이 사회경제 패러다임의 새로운 제출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옳다. 문국현 패러다임은 사회경제시스템을 새롭게 짜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국현 패러다임을 사회경제적 틀거리안에서만 보려는 것은 매우 협소한 인식이다. 문국현 패러다임은 당사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정치권에 실사구시적 정책정당의 출현을 뜻한다. 다시 말해 정치 패러다임의 교체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정당, 누구나 하는 말이고 누구나 포장으로 생각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자유선진당도 정책은 있으되 정책정당은 아니다. 지역주의정당을 포장하기 위한 장식물에 불과한 정책이 있을 뿐이다. 정책 기반을 가지고 있는 정책정당은 창조한국당 뿐이다.

 

그 이유는 창조한국당의 기반이 ‘뉴패러다임’이란 정책노선에 있기 때문이다.  여타 정당이 지역주의를 근거로 성립된 정당이라면 창조한국당은 ‘사람중심, 진짜경제’라는 정책노선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의 정당이다. 다만 창조한국당과 유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정책정당이라기 보다는 20세기 이념형 정당이라고 보는 게 옳다.  창조한국당은 실사구시형 정책정당이란 점에서 유럽복지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자는 관념적 이념정당인 민주노동당과도 차이가 있다.

 

여기서 창조한국당이 중요한 것은 바로 정치판의 구도를 지역대결이 아니라 정책대결구도로 만들 수 있는 단초를 가지고 있는 정당이란 점이다. 지금은 비록 거대 지역정당들에 포위되어 가려져 있지만, 그리고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적 명운이 좌우될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개혁을 생각하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창조한국당을 살려내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 자세라 본다. 

 

중요한 것은 창조한국당이 정책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지난 대선에서 적지 않은 국민지지가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실사구시적인 정책정당에 대한 국민수요가 있으며 그 적임자로 뉴 패러다임을 들고 나온 창조한국당이 적절한 주체라는 것이다. 적어도 지난 총선에서 원내 진출했던 민노당 대표주자인 권영길 후보보다 앞섰다는 점은 새로운 대안정책정당으로서 창조한국당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의 교체가 아니다. 정치 패러다임의 교체를 의미한다. 지역정당구도에서 정책정당구도로, 이념정당이 아니라 정책정당구도로 바꾸라는 시대정신이다. 그리고 그 일을 창조한국당이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정치패러다임의 교체는 반드시 기존 개혁진보세력과의 단절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김헌태씨가 말한대로 계승을 전제로 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시대정신은 기존 개혁진보세력과의 단절이나 계승에 별로 관심이 없다. 국민은 시대정신이란 꿩을 잡을 매가 누구냐 하는 것이 관심사일 뿐이다.

 

사회경제와 정치 틀거리(패러다임)가 바뀌는 시점에서는 단절과 계승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 단절과 계승은 새로운 시대정신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진다. 그러므로 사회경제적, 정치사회적 뉴 패러다임세력인 창조한국당이 반드시 기존 개혁진보세력의 정통성을 계승해야 한다는 전제나 강박관념은 지나치게 경직된 관점이다. 일정부분 정신을 계승할 수도 있고 단절할 수도 있지만 그 기준은 기존의 정치세력이 아니라 국민이 지향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헌태씨는 미래진보의 재구성을 말하면서 과거 개혁진보에 지나치게 많은 눈길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시대가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 총선을 지나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들은 어차피 미래세력이란 큰 바다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 다만 개혁과 진보를 어떻게 재구성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이 지나치게 다르거나 재구성하기도 전에 감정적, 정서적 거리가 형성된다면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정신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각자 긍정적인 역할과 기능을 할 때다. 그도 아니라면 자강의 능력을 배양할 때다. 행여나 진보를 재구성하자는 담론이 선거를 앞둔 지금, 협력적 문제제기가 아니라 흠집내는 문제제기가 된다면 누가 봐도 개혁진보세력의 재구성에 대한 진정성만 의심받을 뿐이다. 한낱 주도권다툼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면 새로운 개혁진보세력의 재구성은 그만큼 요원해진다.

 

숱한 차별기준이 있다지만 조그만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더 큰 차이가 있는 대항세력에게 어부지리만 가져다주는 문제제기는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다. 근본적으로 함께 할 수없는 세력이라고 여기지 않기에 애정을 실어 답장 드린다. 지금은 비록 각자의 길을 가지만 머지않아 새로운 시대정신의 담지세력으로 다시 만나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 김석수 기자는 창조한국당 대변인입니다. 

2008.03.15 15:3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김석수 기자는 창조한국당 대변인입니다. 
#진보재구성 #김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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