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과 맞붙는 신은경 "중구 구민은 내 가족"

자유선진당 입당... 남편 박성범 의원 공천탈락 '설욕'할까?

등록 2008.03.18 09:20수정 2008.03.1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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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입당을 선언한 신은경 전 KBS 앵커가 18일 오전 여의도 자유선진당 당사에서 이회창 총재와 악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기사대체 : 18일 오후 1시]

전 KBS 앵커인 신은경씨가 18일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에 입당했다. 신씨는 이날 입당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4·9 총선에서 선진당 간판을 달고 서울 중구에서 출마할 것임을 사실상 선언했다.

신씨의 '서울 중구 출마선언'은 폭발력 있는 뉴스였다. 한나라당은 이미 당 대변인을 지내 지명도가 높은 나경원 의원을 '전략공천'한 상태다.

90년대 KBS 간판 앵커였던 신씨가 출마한다면 대중의 주목을 끄는 '파워 여성’끼리의 맞대결이다. 중구는 단박에 '화제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신씨의 남편은 박성범 한나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이 지역에서 재선(15·17대)을 했다. 그러나 이번 당 공천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뒤 "공천심사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어떻게든 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은경 "이 총재, 남편 통해 '만나고 싶다, 도와달라' 제의"

이날 오전, 신씨는 입당 기자회견 예정 시각보다 40분이나 일찍 여의도 자유선진당사로 들어섰다. 4층의 총재 비서실 한 켠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그는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대기시간을 틈 타 슬쩍 방으로 들어선 기자들을 그는 반갑게 맞았다.


"제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지,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일단 이 총재님과 만나봐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매우 조심스럽게 뱉었다. 신씨에게 손을 내민 건 이회창 총재다. 이 총재가 전날인 17일 오후 박성범 의원을 직접 만나 "신 전 앵커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남편에게서 이 총재의 뜻을 전해들은 신씨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한 듯하다. 그가 남편에게 건넨 답은 "한번 가보죠"였다고 한다.

"이 총재께서 박 의원 통해서 저를 만나보고 싶다고 제의를 하셨다고 해요. 선거기간에 왜 만나자고 하시는지는 뻔하잖아요. 제가 방송을 했던 사람이니 선거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선대위 대변인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출마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일단 뵙고 무슨 말씀 하시는지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박 의원이 (선진)당을 도울 의사가 있느냐고 해서 제가 '한번 가보죠'라고 답했죠."

이 총재와는 96년 처음 만나... 부인 한씨와는 '기도모임' 멤버

이 총재와는 지난 96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이 총재가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 한 지인의 소개로 부부가 함께 만난 적이 있다. 이 총재의 부인인 한인옥씨와는 같은 '기도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다.

이 총재에 대해 신씨는 "그 이후로 (대선) 선거도 두 번 도와드리고. 같이 패배도 맛본" 사이라고 표현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는 지역구인 중구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동네 목욕탕에서 지역구민들의 등을 밀어주며 남편을 당선시킨 그다. 박 의원은 지난 1996년 이 지역에 처음 출마해 5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래서 그의 선거운동은 국회의원 부인들에겐 일종의 '교본' 쯤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탓에 중구에서 신씨의 인지도는 남편 못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언젠가는 박 의원이 지역구를 신씨에게 물려줄 것이다'라는 소문이 나돌았었다.

- 지역구를 남편보다 더 잘 닦아놨다는 얘기가 있다.
"좀 포장된 게 있지요. 그래도 구석구석 정을 많이 쌓았어요. 아는 분도 많고 그렇죠. 벌써 12년이니까요. 가족 같다고 해야할까요?"

"중구 구민은 내 가족... 다른 사람은 모르는 정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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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 전 KBS 앵커가 18일 오전 여의도 자유선진당 당사에서 입당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당직자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이어 "그간 지역구민들과는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깊고 내밀한 걸 많이 나눠왔으니까요"라는 말이 뒤따랐다. '다른 사람들은'이라는 대목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나경원 의원을 의식하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나 의원은 애초 송파병에 공천신청을 했지만, 공심위의 전략공천 방침에 따라 중구로 방향을 돌린 경우다. 나 의원에 비해 신씨의 강점이라면 '중구 토박이'라는 점일 것이다.

나 의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웃으며 "나 의원님은 아주 좋은 분이죠"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선에서는 유권자들이 '정권교체'라는 명분 때문에 당을 보고 찍지만 총선은 다르다"며 "인물을 보고 표를 주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만만찮은 '필승 의지'가 읽혔다.

남편을 낙천시킨 한나라당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솔직히 밝혔다. "정치 신인이야 당에서 (공천여부를) 정하지만, 현역 의원의 경우에는 지역주민들의 의사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지역구민들이 앞으로 4년간 일하라고 선택을 해주셨으면 그만 둘 때도 지역구민들의 의견을 묻고 뜻에 따라야죠. 당에서 몇 사람이 출마 하지 말라고 (공천을 안준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나 의원을 전략공천 한 데 대해 "다른 지역에서 '자리다툼'을 하던 분이 갑자기 공천됐는데 그것은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다른 지역서 '공천다툼' 하던 사람 갑자기 공천하다니"

신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에게서 공식적으로 '서울 중구 출마 제의’를 받았다. 신씨는 "제의를 받아들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구가 우리 정치의 심장부라면, 그 심장부에 어떤 문제 있는지, 그 심장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12년간 지역과 함께 해온 제가 잘 아는 사람의 한 사람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날 신씨가 기자에게 건넨 명함에는 환한 미소의 얼굴과 함께 이런 문구가 찍혀있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오늘 아침에도 남편의 명함을 수백장 돌리고 왔다"는 그가 '국회의원 후보 신은경'이 박힌 자신의 명함을 돌릴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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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 전 KBS 앵커가 18일 오전 여의도 자유선진당 당사에서 입당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18대총선 #신은경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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