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사과문강군 사망 이후 용인대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띄웠다.
이호영
강군이 고인이 된 지 보름이 다 되감에도 불구 가족들은 여전히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 의해 강군의 사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그 이유다.
강군 어머니 박미숙씨는 사인 규명도 규명이지만 학교 측의 은폐와 축소가 유족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를 대표하는 총장의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총장님이 오셔서 유족들을 만나 사과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더니 학교 사람들이 '원래 총장님은 그런 것 안 한다'고 말했어요. 빈소에 들른 학교 사람들도 웃고 마시고 놀고…. 오죽하면 제가 학과 교수님들을 쫓아내기까지 했겠어요. 윗분들도 그렇지. 잘못했으니 주의를 주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 거기만 가는 것도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용인대는 강장호군이 사망한 다음날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총장 사과문을 게재했다. 지역 신문에도 이번 일과 관련한 사과문을 싣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씨는 "학교가 진심으로 책임을 질 요량이라면 총장님이 직접 빈소에 찾아와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죠"라고 말했다. 이어 "자꾸 '죄송하다'고만 하는데 학교 측이 책임과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의혹을 없애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18일 용인대의 한 관계자는 필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무성의한 사과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학교 측이 이번 일로 크게 반성하고 있고 유족 측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문제가 없도록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되풀이되는 신입생 가혹행위지난 4일 방영된 MBC <PD수첩>의 보도에 의하면 용인대 체육대학에서는 지난해에도 뇌출혈을 일으킨 신입생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강장호군의 사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용인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18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부검 결과를 확인했다"며 "조만간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강군의 사인이 단순한 '후방 낙법으로 인한 후유증'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이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입학식을 치르지 않은 강장호군이 교내에서 사전 훈련을 통해 사고를 당했으며 사고 발생 전날 학과 선배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점이 <PD수첩> 보도를 통해 사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학교 측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강군 어머니 박미숙씨는 "장호가 얼마나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애였는지 몰라요"라며 "연휴 때도 도장 열쇠를 받아 하루만 쉬고 운동에 전념했어요"라고 말했다. 박씨의 말에 의하면 일반인보다 훨씬 건강한 운동선수였던 강군이 정상적인 낙법 훈련을 통해 식물인간, 사망까지 이를 가능성은 낮다는 것.
<PD수첩>에서도 유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낙법을 수년간 해왔던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착지 때 고개를 들게 되어있다"며 "정상적인 훈련 도중 뇌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강군이 전날 가혹행위를 당해 하체가 불완전한 상태여서 정상적인 낙법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씨는 "부모로서 아들의 억울한 죽음이 절대로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면서 "사인이 명확하게 밝혀져서 다음에는 이런 일이 절대 없어졌으면 해요"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일로 '너무 열심히 살아도 정말 억울할 때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라며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고 그렇게 가르치면 된다고 살아왔는데 아들에게 정말 미안할 따름이네요"라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