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무슨 재미로 살까?

[서평] 박민영의 <즐거움의 가치사전>

등록 2008.03.18 14:09수정 2008.03.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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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그림 책 표지 ⓒ 청년사

▲ 책 겉그림 책 표지 ⓒ 청년사

책 읽기 좋은 계절이 왔다. 비단 책뿐이 아니라 산책이나 산행, 여행을 하기에도, 뭘 해도 좋은 날씨다. 노란 산수유가 교정을 수놓기 시작했고,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목련이 만개해있다. 사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렇게 좋은 계절을 완상할 수 있다는 건 다름 아닌 축복이다.

 

인간에게 즐거움이란 어떤 걸까? 욕망하는 모든 것을 얻을 때 우리는 비로소 즐거운가? <즐거움의 가치사전> 저자는 즐거움을 5가지로 분류하여 놓았다. 그것은 곧 사랑, 섹슈얼리티, 사회적 쾌락, 여가의 쾌락, 지적 쾌락이다. 이 책은 우리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질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라 할 수 있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책을 거의 다 읽을 무렵에는 한 번쯤 정리해두면 좋을 '생각들의 총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들이 꼭 읽어야할 필독서라는 생각이 시나브로 몰려들었다.

 

로맨스, '염산은 쇠를 녹이지만 연산(戀酸)은 영혼을 녹인다'

 

'완전히 도달할 수 없는 합일에의 욕망'이 바로 로맨스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책 없이 쏟아지는 햇살 한 가운데 있으면 굳이 봄을 타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공중부양하고 있음을 느낀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도 이와 흡사하지 않을까. 뭐 특별히 좋은 일도 없는데 마냥 기분이 좋다. 이유 없이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지고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 가진 위력이라 할 밖에.

 

'사랑하고자 하는 자는 감정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반드시 자신을 속이거나 스스로 속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어차피 사랑은 자기 최면이다. 사랑 속에 있을 때는 절대로 그 사실을 인지할 수 없다. 사랑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 알게 되는 진리일뿐.

 

진정한 사랑은 자신과 타인을 충분히 인정할 때 이루어진다. 사랑은 단순한 쾌락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사랑은 자아를 확장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사랑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자연스럽게 타인을 이해하고 나아가 세계를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배움의 한 방식이다. 우리는 지식을 통해서 인식을 확장시킬 수도 있지만, 사랑을 통해서도 그럴 수 있다.  사랑을 통한 인식의 확장은 책을 보거나 강연을 들음으로써 얻는 것 못지않게 효율적이고 강력하다. - (21쪽)

 

사랑을 통해 사람은 성숙한다. 사랑은 달콤함만 가져다주는 게 아니다. 필연처럼 고통도 준다. "사랑이란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사람들이 고뇌와 인종 속에서 얼마나 강할 수 있는가를 자신에게 보이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한걸음 물러나 사랑을 관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사랑에 이를 수 있을 것 같다.

 

걷기 예찬,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걷는다'

 

지인 중에 걷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네 집에 놀러갈 때면 나는 방바닥을 친구삼아 들어 눕기를 좋아하는데 그 친구는 자꾸만 동네 뒷산으로 산책을 나가자고 보챈다. 귀찮지만 친구를 위해 동행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상쾌한 공기와 걷기에 매료되어 귀찮았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활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곤 했다.

 

루소는 자신의 산책과 사유와의 관계를 <고백록>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보행에는 내 생각들에 활력과 생기를 부여하는 그 무엇이 있다. 한 곳에 머물러 있을 때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정신을 움직이게 하려면 육체가 움직여야 한다. 들판의 모습, 이어지는 상쾌한 전경들, 바깥공기, 왕성한 식욕, 산책을 통해 얻게 되는 건강, 술집에서의 자유로움, 내가 얽매어 있다고 느끼는 모든 것, 나의 처지를 상기시키는 모든 것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 그 모든 것이 나의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며 내 사고에 대담성을 부여하고, 존재의 광대함 속에 나를 던져 넣어 기분 내키는 대로 그것들을 조합하고 선택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게 해준다."  - (206쪽)

 

우리는 자동차의 편리함에 몸을 맡겨 점점 덜 걷게 되었다. 그러나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을 만끽하려면 혼자서 산책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홀로 산책할 때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감각은 최대로 확장되는 것이라 했다. '혼자 걷는다는 것은 독립을 상징하며, 혼자 걸음으로써 안전하지만 닫힌 세계를 벗어나 자유가 보장되는 더 넓고 고독한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걷기는 육체적 자유과 정신적 자유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산책은 분노와 불안의 진정제이며 사람을 성찰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예찬한다.

 

단순히 걷는 행위 속에 그렇게 많은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음을 사람들이 알까. 그래서 그토록 걷기를 즐기는 이들이 많은 걸까.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따사로운 햇볕을 친구삼아 산책을 즐겨보자.

 

독서, '책 읽는 사람은 스스로 발전한다'

 

독서는 자신을 심미적, 철학적, 도덕적 존재로 만드는 즐거움을 준다. 책을 읽는 사람은 삶의 여러 문제를 풀 수 있는 만능열쇠를 가직 있는 것과 같다. 독서하는 사람은 자기 안에 자가발전 시스템을 갖춘 것과 같아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를 개선시켜 나갈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것, 나아가 남에게 지배당하지 않고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책을 읽는 사람은 두뇌가 발달하고 현명해지며, 세계와 자신을 성찰하고 비판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 (315쪽)

 

공부는 학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공부할 수 있고, 매번 새로운 사실에 눈 뜨게 되는 짜릿함을 맛보게 된다. 우리가 평생 책을 읽어도 세상의 모든 책을 다 볼 수 는 없다. 그리고 모든 책을 볼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책만 보면 되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자아와 세계를 확장하면 그만큼 더 넓고 풍요롭게 세상을 살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몇 개의 주제에 관련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고도 많은 명제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이끌 것이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드는 그 모든 즐거움의 실체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는 책을 통해 독자들은 즐거움 속을 여행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2008.03.18 14:09ⓒ 2008 OhmyNews

즐거움의 가치사전 - 인간이 욕망하는 모든 것

박민영 지음,
청년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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