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황당한 죽음, 의혹 풀어야" - 학교 "가혹행위 인한 사망 아닐 것"

한달 째 풀리지 않는 유족-학교 갈등 봉합될까

등록 2008.03.20 13:09수정 2008.03.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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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의 분노 고 강장호군 유족들은 학교측이 사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나설 것을 촉구하는 피켓을 제작했다.
유족들의 분노고 강장호군 유족들은 학교측이 사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나설 것을 촉구하는 피켓을 제작했다.이호영

용인대학교 신입생 강장호군이 사망한 지 보름이 지났다. 지난 2월 14일 강군은 교내에서 후방 낙법을 시도하다 머리를 다쳐 병원에 이송됐다. 그 후 의식불명, 식물인간 상태를 거쳐 결국 지난 4일 사망했다.

아직 강군의 죽음은 명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4일 MBC <PD수첩>은 "강군의 죽음에 대해 많은 의혹이 있다"며 "사인이 가혹행위와 무관하지 않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강군의 유족들은 집을 떠나 동수원병원 장례식장에서 한 달 넘게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유족과 학교 측의 갈등은 조금씩 봉합되려 하고 있지만 일부 의견 대립은 여전한 상태다.

<오마이뉴스>는 18일 오후, 19일 오전 관계자들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강군의 어머니인 박미숙씨는 유족 측, 이병익 대책위원장(현 용인대학교 교육대학원장)은 학교 측, 윤석엽 용인경찰서 수사관은 경찰측, 강신욱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현 단국대학교 학생지원처장)는 시민단체 측에서 각각 자신들의 입장과 소견을 밝혔다.

[유족] "납득가지 않는 상황들, 반드시 밝혀져야"

총장 사퇴 요구 고 강장호군 유족들은 학교측의 사과가 부족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제작했다.
총장 사퇴 요구고 강장호군 유족들은 학교측의 사과가 부족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제작했다.이호영

강장호군 어머니 박미숙씨는 "아들의 사망에 많은 의혹이 있다"며 "반드시 진실이 밝혀지고 가해자와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덧붙여 "전날 가혹행위를 했던 가해자들의 부모는 장례식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며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분노했다. 여기에는 입학식도 채 치르지 못한 아들이 황당한 죽음을 맞이한 것에 대한 억울함도 자연스레 배어났다.


박씨는 구체적인 의혹으로 ▲강군이 충분히 큰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는 점 ▲사고 전날 가혹행위 가해자들의 신원이 밝혀졌음에도 구체적인 사과가 없어 학교 측의 비호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점 ▲수사 결과 발표가 계속 지연되고 경찰이 번복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을 제기했다.

또한 박씨는 "학교 측이 병원비와 장례비에 대한 정산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학교 측에 총장 사과, 교내 분향소 설치, 명예 졸업장 수여 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학교] "유족측 입장 이해하며 해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용인대 대학본부 대학측은 강군 사망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용인대 대학본부대학측은 강군 사망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이호영

강군의 죽음과 관련 학교 측은 자칫 학교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 의지는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상태다.

이병익 대책위원장은 "유족 측이 분노하고 있는데 심정을 이해한다, 학교 측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총장님의 대국민 사과문을 4개 지역지(<경기일보> <경기신문> <경인일보> <중부일보>)에 실었으며 교내 홈페이지에도 사과문을 띄웠다"면서 "사고예방 대책을 위해 상설기구로 학생 폭력예방위원회를 구성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6일 구타학생 3인에 대해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고 7일 담당교수·학과장을 보직해임하고 직위해제했으며 대학장을 경고 조치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유족이 요구한 병원비·장례비 정산, 교내 분향소 설치, 명예 졸업장 수여에 대해서는 "18일 내부 회의를 통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면서 "추후 검토해 유족 측의 입장을 존중하는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장 사과에 대해서는 "훈련이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어서 체육대학 자체적으로 사과한 것"이라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강군의 사인에 대해서도 "아직 경찰 조사가 나오지 않아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 "학교 측은 기본적으로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강군의 병원 후송에 대해서는 "최초 다보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으나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안다"면서 "병원 자체 판단으로 수술이 가능한 주변 병원으로 옮기다 보니 인근 동수원병원으로 가게 됐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경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겠다"

유족 측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강군 부검 결과가 18일 공개되면서 경찰 수사도 큰 진전이 있게 됐다. 이번 일을 전담하고 있는 윤석엽 용인경찰서 수사관은 "부검 결과를 받았다"면서 "이제 관계자 70여명의 진술을 다시 확보하고 검찰의 신병지휘를 받아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수사관은 "유족들이 용인대와 용인경찰서와의 관계를 두고 유착관계 등 불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은 공정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그는 "최대한 빨리 조사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면서 "다만 관련자들이 학생이나 교수로 도주 우려가 적고 부검 결과에 대해 검토나 보완 수사가 필요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까지 보고 신중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일단 수사 결과 기다리겠다"

체육시민연대 항의 방문 지난 7일 강신욱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왼쪽)가 김정행 용인대 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체육시민연대 항의 방문지난 7일 강신욱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왼쪽)가 김정행 용인대 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호영

체육시민연대는 지난 7일 시민단체를 대표해 용인대 항의 방문을 추진했다. 여기서 강군의 죽음에 대해 공개사과와 책임자 처벌 및 대책 마련 공개요구서를 전달하고 학교 측 입장을 전해들었다.

강신욱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우리는 우선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라면서 "사법단체도 아닌 시민단체가 경찰의 수사나 학교 측의 개선 의지를 간섭하는 것은 월권이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고소, 고발이 능사는 아니다"며 "다만 수사 결과가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일 경우 유족측과 법적인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개입은 않고 있지만 유족 측으로부터 진정서가 접수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과연 어떤 결론이 날까?

유족 측은 강군 사망사건에 대해 최근 학교 측이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찰 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양측의 입장차는 급격하게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사 결과가 단순히 '훈련 도중에 일어난 사고'로 결론이 난다면 일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 이 경우 유족과 시민단체는 법적인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고 인권위가 개입할 소지도 있다.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도 책임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학교 측에는 여전히 부담이다.

한편 애써 진정된 신입생과 선배간의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4일 MBC <PD수첩> 보도에서는 신입생들의 증언이 쏟아졌고 그 결과 선배들과 신입생 사이 적잖은 갈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에서 이들의 갈등을 중재하지 않는다면 당장 "제2의 강장호군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를테면 학교 측의 해결과제가 하나 더 남은 셈이다.

강장호군 사망사건은 이제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용인대 뿐만 아니라 일부 대학의 신입생 가혹행위 근절에는 보다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스포츠 관련 제보나 인터뷰 신청 받습니다.
http://aprealist.tistory.com
toberealist@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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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장호 #용인대학교 #박미숙 #체육시민연대 #용인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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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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