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권은 경제를 잘 살리고 있는 것일까?

국민은 핑계를 대는 모습을 기대하고 지지한 것이 아니다.

등록 2008.03.21 16:20수정 2008.03.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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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호언하였다. 살리겠다는 것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서민들의 생활이 어렵고,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지만 사실 한국경제를 죽어간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 그런데 살리겠다고 했다. 때로는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주장했었다. 그 말을 믿고 별다른 검증도 없이 국민은 그를 선택하였고,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자신이 청년실업자라며 참여정부가 경제를 절단내서 힘들다고 눈물바람을 했던 청년도 있었다. 그가 이제 경제가 살아나고 있어서 취직을 했을지 궁금하다. 강북에 허름한 국밥집에서 강남사는 할머니가 등장해서 경제는 꼭 살리라고 부탁한다. 그 할머니의 경제는 잘 살아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공식 지지선언을 한 한국노총의 경제는 또 어떨까? 몰표를 준 강남의 어떤 동에 사는 분들은 과연 희망에 불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겨우 취임하고 한달이 돼 간다. 아직은 그렇게 나아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좀 기다리고 희망을 걸어볼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지지율이 50%에 육박한다고 하니 다수의 국민이 그러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같다. 이 정권이 경제를 어떻게 운용하여 살리겠다는 것인지, 살리려는 것이 과연 누구의 경제인지 아직은 참고 기다릴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점점 그러한 기대가 망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참으로 정권에 대한 의구심치고는 너무도 이른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적어도 몇개월은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정상인데 왜 벌써 의구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일까? 혹시 서로가 전혀 다른 것을 경제라는 용어로 표현했던 소통오류가 아닐까?

 

대선공약에서 경제성장률을 7%로 제시하였다. 지난 정권이 각고의 성장노력을 기울이고도 4~5%의 성장을 기록하였다. 도무지 한국경제를 7%씩 성장시킬 방법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자신이 있다고 강조하기에 믿었던 국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7%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것이 바람직한 것일 가능성은 없다. 잠재성장률을 넘는 무리한 성장은 곧 인플레이션같은 부작용만 키우고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임도 하기전에 벌써 성장률 목표치를 낮춰잡았다. 자신이 없어서 뒷걸음질치는 모습이 국민의 눈에 비친 것이다. 하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결국 국민을 현혹하여 득표에 활용하고는 곧장 입장을 바꾸는 것을 보니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던 것임이 틀림없다.

 

대통령이 스스로 시장의 자율과 규제의 혁파를 누누히 강조하고 집권에 성공하였다. 그런데 슬금슬금 다른 말이 나온다. 인수위가 통신요금을 깎겠다고 하다가 취소한 일이 있었다. 대통령이 나서서 일부 품목의 물가를 정부가 관리하라고 지시하였다. 시장원리에 의하여 형성되는 가격을 정부가 완장차고 다니며 관리하겠다는 발상이 과연 시장자율일까?

 

일부 공공요금을 제외하고 정부가 나서서 물가를 통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좌파적 경제관을 가진 사람이나 독재정권의 시각에선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시장자율을 해치는 일이다. 또 억지로 억누른 물가는 후폭풍을 더욱 키울 뿐 오래가지 못한다. 공공요금의 경우도 인상요인을 반영하지 못하고 억누르면 결국 국민의 세금인 재정으로 채워야한다.

 

세계경제의 위기론을 대통령이 직접 강조하고 나선다. 본래 경제는 심리적 영향으로 위축될 수도 있고, 과열될 수도 있다. 위기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심리적 위축이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그러면 피할 수 있는 위기조차 제촉하지 않을 지 걱정이다. 여러가지 의미로 세계경제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의식을 부추겨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다.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아무런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위기만을 강조해선 위기를 부채질할 뿐이다.

 

물론 취임초이니 후에 다가올 어려움을 미리 변명해둘 필요를 느꼈는지 모르나 집권자가 책임을 회피하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따를 것인가?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되면 후에 더욱 무거운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가 여러가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으며, 대비책은 충분하니 안심하라고 말해야 한다. 그 대비책이 무엇인지를 차라리 국민에게 알려주고 안심시키는 편이 훨씬 옳다. 결국 대책을 몰라서 변명에 급급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집권당의 정책위의장이 방송에 나와서 공공연히 책임회피를 하는 꼴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다. 참여정부가 워낙 심하게 망쳐놓아서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상실이다. 그런데 왜 대선에서는 자신있다고 떠들었을까? 한국경제의 현황도 알지 못하고 막연히 자만심을 표출했던 것일까? 뭐가 자신있다고 그렇게 당당히 내용없는 구호를 외쳤는지 알 수가 없다.

 

워낙 심하게 망쳐놓은 것은 참여정부가 아니라 10년전 외환위기를 초래한 바로 자신들이 아니었나? 지난 10년간 온국민이 고통을 당하고 심지어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까지 하는 동안 외환위기를 초래한 자들은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부동산 투기에 몰려다니며 열심히 치부하고 재산을 늘리느라 바빴던 사람들은 또 누구였던가? 지금 서민들이 떠안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사실상 대부분이 외환위기의 후유증이다. 외환위기를 딛고 다시 근실한 성장의 기반을 되찾은 것도 서민들의 고통전담 덕이다. 핑계를 대는 것은 자신이 없기 때문인가?

 

대통령이 느닷없이 전정권의 산업자원부를 비판하고 나선 것도 어이없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한 것이 우리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이미 아는 일이다. 산업자원부가 대책을 미리 세워두지 않아서 큰 죄라도 지은 양 비판하는 것은 또 전정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다. 이미 정부조직법을 고쳐서 없애버린 산업자원부가 지금와서 무슨 책임을 지겠는가? 경제살리기에 자신이 없으니 남탓하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

 

말이 나온 김에 산업자원부가 과연 얼마나 잘못한 것인지를 살펴보자. 참여정부 초기에 국제유가는 20달러 수준이었다 임기말에는 이미 100달러에 육박했었다. 다섯배나 올랐다. 그러나 특별히 엄살부리지 않고 견실한 성장을 지속해왔다. 그만하면 산업자원부의 대처는 훌륭했다.

 

특히 해외유전 확보같은 장기적 대책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보다 해외유전의 매장량을 3배가 넘게 확충한 것은 이미 통계가 나와있는 일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해외순방을 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 바로 에너지확보였다. 산업자원부는 정말 일을 잘한 부처이니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 부처를 집권하자 곧 없애 버리고 뒤에서 비난까지 해서야 되겠는가?

 

현정권이 지난 정권을 비난하며 내세운 구호가 '잃어버린 10년'이었다. 그런데 정작 현정권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지난 10년간 부를 훨씬 많이 늘렸왔다. 그렇다면 서민들이 양극화의 와중에 잃어버린 10년이란 뜻일까? 그런 뜻이라면 참으로 다행이다. 정권이 양극화를 해소하려고 노력할 의지를 담고 있는 용어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하는 행태로 봐서 그런 뜻은 전혀 아닌 것같다. 자신들이 초래한 외환위기로 기득권층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의 정권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복지예산을 좀 늘린 것이 불만이었다는 뜻이리라. 그렇게 눈꼽만한 복지예산 확충조차 너무 아까워서 잃어버린 10년이라 표현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들이 더욱 엄청난 속도로 부를 확충할 기회를 쥐꼬리만큼 제약했던 지난 10년이 무척이나 억울했었나 보다. 서민의 눈으로 보면 제약을 하기는 커녕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 불공평한 10년이었을 뿐인데 그들이 더욱 억울해한다.

 

점점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경제를 살리지 못할 이유를 국민에게 열심히 설파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이 없으면 핑계가 많은 법이다. 그들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며 열심히 지지했던 서민들은 눈뜨고 표를 강탈당한 꼴이 되고 말 것같다. 부디 핑계대는데 몰두하지 말고 대책을 세우고 발표하고 시행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죄없는 시장에 완장차고 통제를 가하기보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젼을 밝혀야 할 때이다. 자신이 없어 못하겠다면 부디 핑계대지 말고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옳다. 핑계를 듣자고 국민이 지지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3.21 16:2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경제위기론 #세계경제 #외환위기 #전정권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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