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은 총재 "불안하지만, 미국 같은 위기 없을 것"

[현장] 2년만에 강연... "가계부채, 만성병처럼 안고 간다"

등록 2008.03.25 11:44수정 2008.03.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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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와 내년 경제는 그리 썩 좋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경기 파동이 지나가면, 내년 하반기부터 나아질 수 있는 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와 내년 경제는 그리 썩 좋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경기 파동이 지나가면, 내년 하반기부터 나아질 수 있는 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불안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미국 같은 서브프라임 사태는 없을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25일 오전 7시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외대 미네르바포럼에 참석한 이 총재는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전국 부동산 값의 폭등 과정을 설명하면서, "전국적으로 2배, 서울은 3배, 서울 강남은 5배 가까이 올랐다"고 회고했다. 이어 "(부동산) 거품이 생기면, 터트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면서 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움직임을 민감하게 보고 있다"면서 "(부동산) 거래가 되지 않아 불만족스럽지만, 값이 오르지도 않고 많이 떨어지지도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신 최근 지방 저축은행이 부실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 등을 들면서, "저축은행과 연결돼 있는 기획부동산 문제 등 약간 불안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미국 같은 서브프라임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년만에 외부강연... "미국 위기 언제까지 갈지 몰라"

 

이성태 한은 총재의 이날 강연은 스스로 밝혔듯이 2년만에 외부 강연이었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그의 발언 한마디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외부 행사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이날 강연에 앞서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면서 운을 뗀 후, 최근 경제상황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그대로 내비쳤다.

 

특히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 상승, 환율과 금리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이 많아 이 총재의 이날 강연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그는 "미 금융시장 불안과 원자재값 상승이 얼마까지 갈 것이냐고 물어오면, 아무도 답을 못한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대신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은 금방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올해까지는 베어스턴스 같은 금융기관 부실이 하나씩 터져 나올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면서 "미국정부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에서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으니, 더이상 우리를 놀라게 할 대형 악재는 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라고 말했다.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그리 썩 좋지 않을 것"

 

최근 급등락을 보이면 불안한 양상을 보인 달러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에 대해선, "최근 원화 뿐 아니라 유로화, 엔화 등 모두 천장이 어딘지 한번 테스트 해본 것 같다"면서 "미국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길게 보면 여전히 달러의 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나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이 총재는 설명했다. 거대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 등의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각종 원자재 수요가 여전히 높을 것이기 때문.

 

올 한해 국내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쪽으로 돌아보면, 수출이 여전히 잘되고 있는데 대표선수격인 대기업의 경쟁력은 강하다"면서 "하지만 고용은 늘지 않는 등 다른 분야 파급은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담보 대출 등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보였다. 이 총재는 "요즘은 많이 거론되지 않는데 가계부채가 상당히 많다"면서 "해결되지 않고 지금 만성병처럼 안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와 내년 경제는 그리 썩 좋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경기 파동이 지나가면, 내년 하반기부터 나아질수 있는 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연이 끝난 후, 일부 참석 기업인이 향후 한은의 금리정책 방향에 대해 이 총재에게 물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 경기 침체와 과열 여부, 경상수지 등 각종 주요 경제지표에 따른 금리 정책을 일일히 설명한 뒤, "나도 잘 모른다"고 피해 나갔다.

2008.03.25 11:44 ⓒ 2008 OhmyNews
#경제위기론 #한국은행 #이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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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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