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최고의 연극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레이디 맥베스>(연출 한태숙)가 6년 만에 관객을 찾아왔다.
예술의 전당 관객 1099명과 연극 전문가 82명이 선정한 설문조사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결과다.
<맥베스>의 새로운 재해석과 인간 본성에 대한 독특한 시각으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은 <레이디 맥베스>가 지난 6년간 얼마나 진화했는지 살펴보자.
덩컨 왕을 시해하는 그날 밤의 진실을 파헤치는 기분으로 입장!
시작부터 남달랐다. 정식 출입문이 아닌 무대 뒤의 출연자 출입구로 관객들을 내몰 때부터 은밀한 비밀에 다가가는 기분이다. 레이디 맥베스의 숨겨진 진실을, 덩컨 왕을 시해하던 그날 밤의 진실을 파헤치는 기분으로 입장한다.
주체할 수 없는 권력욕으로 남편 맥베스를 부추겨 덩컨 왕을 살해했던 레이디 맥베스. 이제 왕후의 자리에 오른 그녀는 매일 밤 심각한 몽유 증세로 고생하고 있다. 궁중전의와 시종들은 최면 요법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한다.
레이디 맥베스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던 어느 날, 몽유와 최면의 혼돈 속에서 레이디 맥베스는 전의와 시종들에게 왕권찬탈의 모의 과정과 섬뜩한 과거사를 실토하며 죄를 지을 당시를 재현한다.
전의가 최면으로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풀어내기 시작하자 레이디 맥베스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범죄를 은폐하려는 욕구와 자신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본능 사이에서 고통과 혼돈의 실체인 '죄의식'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는데… (예술의 전당 발췌 http://www.sac.or.kr)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시작한 극의 무대는 오브제극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엄청난 기교의 무대장치와 소품들로 가득할 것이라 지레짐작했던 탓이다) 간소하다. 기울어진 무대는 검은 장막으로 덮여있고, 무대의 오른쪽 구석엔 악사, 구음 시종이 이름 모를 숱한 악기들을 앞세운 체 공연의 긴장과 이완을 소리로 표현한다.
아… 황홀한 소리들이여. 가부키에서나 들을 법한 소릴 자유로이 구사하는 악사시종(최재천 분)과, 구음시종(김민정 분)의 마지막 울부짖음(?)은 인상적인 무대 연출과 어우러져 소름을 돋게 한다.
극의 여러 가지 내용을 이미지화 시킨 오브제 시종(이영란 분)의 여러 가지 퍼포먼스는 신선하다. 특히 찰흙으로 빚은 거대 두상은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극의 몰입을 돕는다.
토월극장 객석 절반을 포기하며 새롭게 창조한 무대
▲<레이디 맥베스>공연장면예술의 전당
▲ <레이디 맥베스> 공연장면
ⓒ 예술의 전당 |
|
무대 연출(이태섭)은 또 어떤가? 토월극장의 객석 절반을 포기하며 새롭게 창조한 무대는 엄숙한 제단을 연상시킨다.
마치 부감촬영으로 찍은 영상을 바라보듯 관객은 제단의 꼭대기에서 레이디 맥베스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고통과 번뇌를 관찰한다.
장막이 걷어진 마지막 3분은 인상적이다. 왜 토월극장 객석의 절반을 포기해야 했는지 마지막 3분을 보면 알 수 있다. 관객들은 경이로운 공간감에, 레이디 맥베스의 처연함에 다시 한 번 감동 받을 것이다.
더불어 무엇보다 두 주연배우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맥베스와 궁중의사 역을 오가며 혼신의 연기를 펼친 정동환씨의 연기와 터질 듯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무대와 객석을 압도하는 서주희씨의 연기는 레이디 맥베스의 현신을 보는 듯하다. 두 주연배우가 펼치는 최고의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는 시종일관 관객들을 최고의 몰입상태로 이끌어준다.
두 주연배우의 거대한 에너지에 가리긴 했지만 키다리 시종(홍승균 분)과 난쟁이 시종(권겸민 분)의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연출을 맡은 한태숙씨는 이번 예술의 전당 공연을 레이디 맥베스의 운명을 점쳐보는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레이디 맥베스>가 한때의 전설로만 남아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게 될지, 새로운 생명을 얻어 또 다른 창조적 육체를 얻을지 이제 관객들의 평가가 남았다. 그 감상과 평가는 오롯이 여러분의 몫이다.
덧붙이는 글 | <레이디 맥베스> 3월 21일부터 4월 13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리며, 입장권은 전 좌석 4만원(수요일 공연 3만원)이다.
공연문의 02-580-1300
2008.03.27 14:53 | ⓒ 2008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