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지금, 잠이 오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북한 문제 간단치 않아

등록 2008.03.30 15:48수정 2008.03.3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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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이명박 대통령님!
  
국정을 운영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불초소생, 아아 잠이 오지 않습니다! 나라가 걱정스러워 도무지, 쉽게 잠이 청해지지 않습니다. 18대 총선이 아니라 김하중 통일부장관과 김태영 합창의장의 발언으로 야기된 북한 측의 '도발성적(?) 반응'에 전국민들이 하루가 멀다 않고 긴장과 긴장의 가속도에 휩싸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 성사(聖事)하시는 이명박 대통령님!
   
추측입니다만 대통령께서도 현 통일부장관과 함창의장의 문제를 보다 심각한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단계까지 와버렸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두 분의 말에서부터 비롯된 파장이 단순히 파장으로만 끝나지 않고 자칫 우리 국민들 모두의 불행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그것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시를 노래하는 한낱 '시골선비'에 지나지 않는 저 같은 사람이 이와 같이 '큰 염려'를 한다면 정부 상층부에서 계시는 분들이야 오죽하랴 싶습니다. 이번 사건만 놓고 볼 때 이 두 분은 앞으로도 대통령의 국정시스템운영에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게 되는데 이것이 어찌 저 혼자뿐이런가 싶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대통령께서는 현대건설 사장을 하실 때 참으로 훌륭하셨습니다. 아파트를 짓고, 다리를 놓고, 해외건설 경력도 다채로웠다는 것은 이미 신문방송을 통하여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건설현장에서도 깊이 느끼셨으리라 믿습니다만 토목사업과 건축사업은 하자가 생길 경우 설계를 다시 하고 설비를 다시 깔면 되지만 큰 정치, 이를테면 대통령이 되어 정치를 할 때는 그 하자를 바꾸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저 역시 조금은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전쟁이 터지면 대통령께서 누누이 강조하고 계시는 '경제 살리기'는 그만두고서라도 실로 엄청난 사람들이 죽어가고 살아난 사람들이라 해도 평생을 악몽에 시달려야 한 줄로 압니다. 여기에 비유하여 말씀드리면 평화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경제를 누리는 것 그 이상이며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그것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생각들과 함께 한 나라 대통령은 역사가 부여한 거의 신앙에 가까운 책무에 잠시도 빈틈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거듭 충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우러러보는 직위 높은 공무원으로서가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가 없는 어쩌면 '성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깊은 밤 부랴부랴 대통령께 편지를 올립니다. 전쟁은 컴퓨터 게임이 아니라 그야말로 엄청난 생명과 재산이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리게 한다는 끔찍한 사실을 국민 모두에게 깊이 각인시켜주어야 한다는 뜻에서입니다.

요즘 전후세대는 그러니까 더 근접거리에 들어가 말한다면 요즘 디지털세대(혹은 사이버세대)는 불과 60년 전에 이 땅에서 벌어졌던 무시무시한, 엄청난 전쟁의 참상을 모릅니다. 6․25한국전쟁을 이야기 하거나 한국군이 50여 만 명 참전한 베트남전쟁을 이야기해도 '그저 그러했겠지'라는 시큰둥한 반응만을 보일 뿐입니다. 흥미거리도 아닐뿐더러 관심 밖 일처럼 받아들입니다. 
 
지나간 외신입니다만 미국의 랭킹 3위권에 들어간 은행이 무너지고 한동안 환율이 갈피를 잡지 못한 적 있는데 그것은 앞으로의 미국경제가 '거대한 금융공황'에 처할 수 있다는 사뭇 불안한 예측까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코리언 월가'에서도 한때 이상한 이야기들이 나돌기도 했다고 합니다.

양차 세계대전 이후 되풀이하여 치러진 많은 전쟁텍스트에서 보아왔듯이 만약 미국의 경제상황이 심각할 정도로 악화되어 간다면 한반도 또한 그들 경제문제의 돌파구를 찾는데 악용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생각만 해도 뒤통수를 때리는 가설입니다만 제발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통령께서는 민족생존 차원에서 북측을 상대로 하는 평화적 대화의 묘미와 주체적 통치철학의 일관성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국민들 모두가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하며 대통령과 정부를 더더욱 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명박 대통령께서 나라를 잘 이끌고 나가시길 빌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난 해 대선에서 표를 던졌건 던지지 않았든지 간에 사실 이 나라의 국민들이라면 모두 저와 같은 생각으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순간 그렇게 기도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이제 한나라당원도 아니고 민주당원도 아닙니다. 국민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소위 '대한민국 운명당'의 총수이기도 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예의 짐작하고 있겠습니다만 지금 많은 국민들이 떨고 있습니다. 단지 김정일과 북한정권이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남북이 경색되면 그것을 기회로 삼은 '전쟁상인들'이 또다시 이 땅 한반도에서 게임을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제1,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20세기의 크고 작은 수많은 전쟁을 보아온 국민들은 지금 ‘세계역사의 사이클’이 사뭇 불안한 위치에 와 있지나 않는가 하고 의구심도 엿보입니다. 달러($)의 안전을 위해서 만약의 경우 한반도가 가장 비참한 상태에 놓일 수도 있다는 그럴 듯한 점괘일랑도 내놓습니다.

 바라건대 민족의 운명은 먼저 민족의 당사자 간에 대화를 나누면서 무력적 게임이 아니라 상호 애정어린 노력을 통하여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문제는 자동차로 말하면 바퀴를 굴리는 중심축만큼 중요합니다. 그리고 일찍이 중국의 노자도 정치란 역사의 물줄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대운하’도 좋지만 우선 발등에 떨어진 막힌 남북문제를 물처럼 흐르게 하고 국사만사를 순리로 행하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남북7.4공동선언-김대중 대통령의 6.15남북공동선언-노무현 대통령의 10.3선언으로 이어지는 대북관계를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보다 희망적인 대북정책으로 발전시켜 나라를 보다 순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주시길 기원합니다. 
 
다음으로 사족이 아닌 사족으로 한 말씀 더 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의 외교력(?)이랄지 공격술을 조금도 수긍할 수 없는 터이지만 남쪽 대한민국의 외교팀과 통일부  팀보다는 더 노련하다는(물론 교활한 측면도 많지만) 것만은 인정해 주면서 문제를 짚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외교팀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팀워크가 바뀌어 새로 당선된 대통령의 시스템운영스타일에 입맛을 맞추어야 하지만 북쪽(북한)은 김일성 주석 때부터 대남전략팀의 계보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어 내려오고 있어 노하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것은 인식해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북쪽을 상대했을 경우 언제든지 이번 사태처럼 남쪽이 먼저 펀치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남북한 정세분석가들에서부터 저 같은 민초들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일반 국민들도 한반도의 어제오늘의 상황을 결코 쉽게 보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새 대통령 '정치일정'에 쉽게 빼기 힘든 쐐기돌이 박혀들게 됨은 물론, ‘경제가 죽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따리를 싸고’ ‘국내 대기업들의 수출바운더리가 좁아들고’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용이 아닌 ‘지렁이’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들입니다. 정작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전쟁의 악령이 이 땅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말하고 싶습니다. 현임 통일부장관과 합참의장에 의한 '파장'을 파장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이 무척 아프시겠지만 이 두 분의 말에서 비롯된 문제를 보다 바람직한 관점에서 고려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북쪽은 이명박 대통령의 재임기간 내내 물고 늘어질 심산이 엿보입니다. 더 정확히 말해서 그것보다는 앞으로 대통령께서 벌일 일련의 대북관계 사업이랄지 대외적 외교에 분명 차질이 예상됩니다.

이미 대통령께서도 간파하고 계실 것 같으신데 이것은 북쪽(북한)의 엄포에 우리 측이 바보같이 무릎을 꿇자는 것이 아니라 이런 위기상황일수록 선수를 치듯 ‘먼저 불을 빨리 끄는’ 자세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불초소생,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드리는 말씀입니다. 전쟁은 필연에 의해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지엽적 상황에서도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세계 역사의 텍스트에서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불철주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성사(聖事)하시는 이명박 대통령님! 부디 영육(靈肉) 간에 건강하시고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와 지혜의 가르침을 받아 더욱 활기차게 국정운영을 하실 것을 거듭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3월 30일 새벽 국민의 한 사람, 김준태 드림

덧붙이는 글 | 김준태 기자는 시인으로 현재 조선대학교 국문학부(문창과) 초빙교수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준태 기자는 시인으로 현재 조선대학교 국문학부(문창과) 초빙교수입니다
#이명박 #김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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