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은 30일 ‘운하반대 교수에 대한 경찰과 국정원의 성향조사 즉시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3월 25일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 출범을 전후하여 각 경찰 정보과와 국가정보원에서는 운하반대교수모임 공동대표를 비롯하여 대학별로 참여교수들을 면담하고 성향조사를 하고 있다’고 폭로하였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80년대 공안정국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이들의 지적대로 요즈음 역사의 시계추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먼 일처럼 느껴지던 군사독재시절의 악몽이 속속 되살아나고 있다.
정권이 바뀐 지 불과 한 달 만에 드러나고 있는 과거회귀 조짐은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새 정권과 함께 진행되는 변화가 바람직한 것이었으면 좋겠지만 반대로 우리가 수많은 희생과 지속적인 노력으로 얻어낸 소중한 가치들이 부정되고 오히려 잊고 싶은 과거로 되돌려지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관료, 정치인들이 도발적으로 북한을 자극하여 관계를 악화시킨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대결하여 충돌하게 되면 번영은커녕 남북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쏟아놓는 대북관계 강경발언을 들으면 다분히 의도적으로 남북관계를 냉각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이에 화답하듯 북한도 연일 도발적으로 응답하고 있다.
왜 그럴까? 선거를 앞두고 북풍을 도모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사실이 그렇다면 과거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선거 때마다 등장하던 북풍의 악령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남북의 긴장관계를 유도하여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이를 핑계로 안정을 위해서는 여당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다시 펼치려는 게 아닌가?
시위 현장에 체포전담조가 투입된다고 한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최루탄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일이다. 우리는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이 시가전을 벌이던 시위대와 진압대의 충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으면 어김없이 듣는 대답이 TV를 통해 중계되는 최루탄이 터지고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광경이었는데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것일까?
‘떼법’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였다. 노사관계가 평탄치 않으리라는 전망을 하게 된다. 법을 지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전제조건으로 법이 공평해야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친재벌, 친기업주의를 표방하는 이번 정부는 행정뿐만 아니라 입법과 사법권까지 독식할 전망이고 따라서 친기업적인 법 개정과 시행 그리고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사관계는 공생의 관계가 아닌 지배와 피지배의 입장으로 갈려 격렬한 투쟁이 전개될 것이고 우리는 잊었던 최루탄의 추억을 되살리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지만 학교에는 형사가 상주하여 교수와 학생의 동태를 감시하고 국정원은 정치사찰에 나서는 공안정치가 부활하게 될 것이다.
정치는 후진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풍토는 여전하다. 지역주의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던 세력이 되찾은 권력을 같이 향유하자며 지역주의를 부추긴다. 차떼기에서 진화했다는 봉지떼기도 나타났다. 금권정치를 꿈꾸는 세력이 잔존하고 있다는 증거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은 그들, 그들에 의해 진행되는 새로운 시작이 두렵다. 물론 경제도 염려되지만 경제가 비관적이라서가 아니다. 그들이 말했던 '잃어버린 10년'은 본래의 의미인 일본의 장기 경제침체와는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그들이 불러왔던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국민소득 2만불시대를 열었으며 주가 2천포인트의 성장을 만들어냈다. 물론 글로벌질서에 휘둘려 양극화의 그늘이 짙게 깔린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지난 10년이 일본에서 처럼 우리 국민의 잃어버린 10년은 아니었다.
'잃어버린 10년'은 그들만의 정서와 특권을 말한다. 그것을 되찾아갔다. 되찾은 그들이 날갯짓 하고 있다. 경제 교육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되살아나는 과거의 악령이 무섭게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희망으로 맞이하고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많은 국민들의 소망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두려움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나의 심정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시절이라 외치던 그들과 같은 것일까?
2008.03.31 09:12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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