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보다 작은 우주, 어떻게 무한대로 팽창할까

[과학이야기 4] 우주를 진화시키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등록 2008.03.31 14:40수정 2008.04.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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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오래전부터 '우주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 끝은 어디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어왔다. 수십 년 또는 수억 년 전의 과거 우주의 모습을 현재의 별빛을 통해 감상하며 그 경이로운 모습에 전율을 느끼기도 하고, 우주의 진화에 대해 궁금해 하기도 한다.

또한 우주에 숨어있는 정보를 분석하여 우주탄생의 단서를 찾기도 하고, 미래 우주의 운명을 예측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우리는 우주의 많은 부분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우주는 여전히 결정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인류가 그 베일을 벗겨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태초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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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초고온 초고밀도의 원자조각보다 작은 한 점이 폭발하면서 우주가 탄생했다. 빅뱅이후 우주는 지금 무한히 팽창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에서 찍은 에그성운의 모습. ⓒ NASA


우주는 시간과 공간조차 없는 절대적인 무에서 생겨났으며 지금 무한히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 현대물리학계의 정설이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 이론적으로 우주를 수축시켜나가면 지금의 우주가 태초에 모래알보다 작은 한 점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137억 년 전, 태초의 우주에는 시간도 공간도 물질도 없었다. 단지 초고온 초고밀도의 특이점이 있었을 뿐이며, 우주의 모든 물질과 힘은 원자알갱이보다 작은 이 특이점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 특이점이 폭발(Big Bang)하면서 원시우주가 탄생하고, 4가지 힘(중력, 약핵력, 전자기력, 강핵력)이 초강력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처럼 빅뱅은 절대적인 무에서 우주의 시공간을 동시에 탄생시키면서 4가지 자연력을 분리시켰던 것이다. 빅뱅 후 1초가 되었을 때 우주는 100억℃가 넘을 정도로 뜨거웠고, 3분이 지나면서 온도가 10억℃이하로 낮아지면서 수소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38만 년이 되었을 때, 온도가 3000℃ 정도로 낮아지면서 처음으로 전자가 원자 내부에 붙잡혀서 중성원자가 생기고, 에너지가 빛으로 방출되면서 그 빛이 암흑 속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빅뱅 이후 점점 낮아진 우주의 평균온도는 지금 영하 270℃(3K: -270도)로 냉각되어 있다


만약 빅뱅 후 우주가 더 빨리 팽창했으면 수소의 우주가 형성되면서 중력이 적어 태양계가 생성되지 않았을 것이고, 좀 더 느리게 팽창했으면 헬륨의 우주가 되어 행성에 생명체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텅 빈 우주와 암흑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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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3천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소용돌이 나선은하. 이론적으로 나선은하의 중심은 물질이 많으므로 중력에 의해 빠르게 회전해야 하고, 은하 바깥쪽은 별이 별로 없으므로 중력이 약해 느리게 회전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은하의 바깥쪽이 은하의 안쪽과 거의 같은 속도로 회전한다는 것이 관측결과 밝혀졌다. ⓒ NASA



우주에 있는 물질은 시공간을 휘게 하여 중력을 만든다. 이 중력은 또한 물질을 끌어당겨 별과 은하를 만들면서 주위의 물질을 삼키기도 한다. 만약 우주에 물질이 충분하다면 중력 작용에 의해 우주가 다시 수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극초단파 탐사선(WMAP)이 관측한 최근자료에 의하면,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들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총 물질과 에너지의 4퍼센트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수소와 헬륨 등 가벼운 원소들이 대부분이고, 질소, 산소 등의 무거운 원소는 0.03퍼센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우주가 이처럼 텅 비어있다면 지금의 우주가 유지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론적으로 나선은하의 중심은 물질이 많으므로 중력에 의해 빠르게 회전해야 하고, 은하 바깥쪽은 별이 별로 없으므로 중력이 약해 느리게 회전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은하의 바깥쪽이 은하의 안쪽과 거의 같은 속도로 회전한다는 것이 관측 결과 밝혀졌다.

이 사실은 우주에 있는 별보다 훨씬 무거운 '암흑물질(Dark Matter)' 또는 ‘잃어버린 질량(Missing Mass)’이 어딘가에는 더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과학자들은 이 '암흑물질'이 텅 빈 우주의 23퍼센트를 차지하고 나머지 73퍼센트는 '암흑에너지'가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암흑물질이 없다면 은하는 나선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난 채 흩어질 것이다.

암흑물질은 중력의 근원을 제공하며 우주의 구조를 발달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암흑물질은 블랙홀일 수도 있고, 유령 입자(Wimp)일 수도 있고, 그 이상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암흑물질은 감마선에서 전파까지 어떠한 전자기파로도 관측되지 않고 중력을 통해서만 인식할 수 있는 물질이기에 여전히 그 정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우주진화의 3가지 시나리오와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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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이 큰 물질은 중력을 만들고 중력이 높은 곳에서는 빛마저도 휘게 된다. 빛이 휜다는 것은 우주가 수축하거나 팽창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불안정한 우주가 싫었던 아인슈타인은 정적우주를 만들기 위해 그의 우주방정식에 우주상수를 도입했다. ⓒ 브라이언 그린(엘러건트 유니버스)


우주진화의 시나리오는 3가지다. 첫째,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다시 수축하는 경우(Big Crunch), 둘째 팽창을 멈춘 상태에서 그대로 지금의 우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평탄우주), 셋째 영원히 팽창하여 해체되는 경우(Big Rip) 등이다. 이 중 어느 시나리오에 해당될지는 우주총질량의 크기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1916년 발표)에 의할 때 중력이 높은 곳에서는 빛마저도 휘게 된다. 높은 중력장에서 빛이 휜다는 것은 우주가 언제든지 팽창하거나 수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안정된 상태로 영원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불안정한 우주는 그에게는 골칫거리였다.

그는 자신의 일반상대성이론(불안정한 우주)과 정적우주론(안정된 우주)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그는 동료에게 일반상대성이론이 혐오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불안정한 우주를 인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적우주에 물체를 넣으면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왜곡되며 서로 끌어당기게 된다. 이것을 방지하는 힘이 그에게는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적우주를 만들기 위해 중력과 동등한 반중력(우주상수)개념을 그의 우주방정식에 슬그머니 끼워 넣는다. 그리고 두 힘의 작용으로 우주가 균형상태를 유지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29년, 허블이 천체를 관측한 후 우주가 무한히 팽창한다는 사실을 공표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인슈타인은 그의 일생 중에 우주상수는 최악의 실수였다고 시인하고 우주상수 개념을 철회하게 된다(1931년).

한없이 팽창하는 우주와 암흑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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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도 없는 절대적인 무의 상태에서 모래알보다 작은 특이점이 폭발하면서 우주가 탄생했다. 빅뱅이후 137년 동안 팽창한 우주는 그 크기가 1560억 광년에 이르며 지금도 가속팽창하고 있다. ⓒ seis.scienceall.com


우리은하의 직경은 10만 광년이고, 우주의 직경은 1560억 광년이 될 정도로 그 크기가 광대하다. 빅뱅이후 137억년 동안 우주가 무한히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이 우주를 이토록 무한정 팽창시키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우주를 팽창시키는 반중력(反重力) 에너지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아직 밝혀진 게 없기에 과학자들은 그 힘을 그저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 현재 암흑에너지는 은하들을 서로 멀어지게 만드는 척력(斥力: 반중력)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주는 별, 성운, 퀘이사, 은하 등의 물질로 구성되어있다. 이러한 물질들은 우주공간을 수축시킬 정도로 힘이 세므로 중력으로 우주팽창을 막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은하사이의 암흑에너지는 그 힘이 중력보다 더 막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암흑에너지의 성분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오늘날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에서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걸고 있지만, 우주상수는 현재의 우주관측 결과와는 들어맞지 않고 있다.

암흑에너지(반중력)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중력을 잘못 이해한데서 생긴 결과물인지조차도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미래의 우주는 보이지 않는 이 두 힘, 중력(수축에너지)과 암흑에너지(가속팽창에너지)의 치열한 싸움에 의해 그 운명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중력이 이기면 우주가 수축하여 다시 붕괴할 것이고, 암흑에너지가 이기면 우주는 한없이 팽창하여 해체될 것이다.

우리가 빛으로 관찰할 수 있는 우주물질의 양은 너무 적어 현재 가속되고 있는 우주팽창을 멈출만한 충분한 중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만약 중력과 암흑에너지의 싸움에서 암흑에너지가 승리하면 우주팽창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천억 년 후에는 은하와 은하사이 또는 별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빛의 이동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므로 암흑만이 우주공간을 지배하는 삭막한 우주가 될 것이다.

은하들이 하염없이 멀어져 가면서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해체되고,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찬란한 별들도 아득히 저 멀리 사라져 버리기에, 점차적으로 빛마저 볼 수 없는 황량한 암흑우주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신화와 전설이 죽고, 모든 것이 잠드는 그런 암울한 시대가 도래 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기에, 어쩌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밤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빅뱅 우주 #인플레이션 우주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우주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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