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전무, 에버랜드 인수하면서 세금 한푼도 안낸 까닭

철저한 준비로 세법 허점 이용... 편법·불법으로 얼룩진 경영권 세습

등록 2008.03.31 12:59수정 2008.03.3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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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8일 서울 한남동 삼성 특검 사무실에서 삼성 이재용 전무가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을 조사받고 14시간만에 귀가를 했다.
지난 2월 28일 서울 한남동 삼성 특검 사무실에서 삼성 이재용 전무가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을 조사받고 14시간만에 귀가를 했다.윤대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지난 96년 10월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인수하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31일 "이 전무가 당시 세법에 과점주주(본인 또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50%를 초과한 경우)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취득세를 안 내고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취득세 관련 조항은 지방세법 105조 6항. 이 조항에 따르면 비상장법인의 과점주주가 되면 기업을 인수한 것으로 보고 해당 기업 자산의 2%에 달하는 취득세를 내도록 돼 있다.

이 전무는 96년 12월 전환사채를 인수한 뒤 주식으로 전환해 자신의 지분 31.36%와 특수관계인인 여동생의 지분을 합쳐 총 64%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전무가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하던 당시 과점주주에 대한 규정에는 심각한 구멍이 나 있었다. 규정에 "주식 또는 지분을 주주 또는 사원으로부터 취득함으로써 과점주주가 된 때"라고만 명시돼 있어 증자를 통해 실권주를 인수한 이 전무는 납세를 피해나갈 수 있었다.

"삼성, 우리나라 세법 발전에 혁혁한 공"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연합뉴스 배재만
사실 정부는 그 해 10월 2일 전환사채를 이용한 주식거래에 대한 증여·상속세를 부과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었다. 에버랜드 이사회가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한 것은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0월 30일. 결국 삼성이 취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법이 개정되기 전에 선수를 친 것이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97년 5월 에버랜드 세무조사에 참여했던 용인시 관계자는 "세무조사에 나갔더니 삼성에서는 이미 관련자료를 다 준비해놓고 행정자치부에 질의해 받은 답변 자료까지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철저한 기획 속에서 이 전무는 세금 한 푼 들이지 않고 에버랜드 최대주주로 등극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한 셈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의 이상민 간사는 3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법규의 발전에는 삼성그룹의 혁혁한 공이 있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편법 증여를 하고 그 후 행정당국이 관련 법규를 마련하는 등 그렇게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법은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이번 일은 그를 다시 한 번 증명한 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해당 회사에 손해까지 끼치며 회사의 자산을 넘긴 일이다."

이 간사는 "특검이 이 부분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며 "이미 법원에서도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을 인정했고 김용철 변호사가 허태학·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사장들이 '연기'를 했다고 밝힌 만큼 특검이 기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과 관련해 박노빈 에버랜드 사장을 포함해 에버랜드 관련자 3명을 소환 조사한다. 박 사장은 한 달 전 해외에 출국 중이다 최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 29일과 30일 당시 배임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허태학 삼성섬유화학 사장과 전환사채 발행 당시 구조본 재무팀장이었던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에버랜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특검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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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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