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04.03 13:56수정 2008.04.0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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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평야와 기름진 땅. 확 트인 시야. 도시 생활의 답답함을 훨훨 날려 보내 버릴 것 같은 들녘이 행인의 마음을 잡는 곳. 군데군데 보이는 파란 보리밭들은 어릴 적 뛰놀던 향수에 젖게 하고…. 이곳이 바로 전남 고흥의 명산인 팔령산이 굽어보는 곳에 자리한 간척지 땅 해창만이다.
어릴 적 이곳 수로에서 손으로 잡았던 고기들이 만국기처럼 기억 속에 어른거림은 정녕 태어난 곳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잊고 싶지 않는 작은 사연들 때문일까?
지금은 초라하리 만치 면민들의 인구도 외소해져 버렸지만 풍요로운 해창만 들녘은 왜 이곳이 잘사는 곳인지를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그런 곳에서 열린 면민들의 ‘화합 한마당 큰 잔치’가 있단다.
해서 찾아간 곳이 포두면 소재지에 있는 아담한 포두초등학교 운동장. 이미 운동장 주변에는 마을을 상징하는 천막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았고, 형형색색의 만국기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힘찬 응원소리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도 열려있음인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이방인에게도 오늘만큼은 모두가 한 동네 사람이다.
정장차림의 손님도, 고운 한복을 입은 아낙도, 심지어는 군정을 책임진 박병종 고흥군수도 오늘만큼은 모두가 터울 없이 운동장에 주저앉아 동네 사람들과 흥에 젖는다.
사람들의 발길 막음. 이미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아른거린 추억이 되어 버린 도시인들의 발길을 잡은 것은 오랜만에 보는 ‘새끼꼬기’ 대회다.
연필은커녕 사과조차도 제대로 깍지 못한다는 요즈음 이이들에게 ‘새끼꼬기대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를 생각할 즈음, 이번에는 도심에서나 볼만한 ‘홀라후프돌리기대회’를 한다고 요란스럽다.
몇 바퀴 돌리지 못하고 쓰러지는 아낙이 있는가 하면, 쉼 없이 기운차게 돌리는 젊은 아낙이 있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눈에 익숙치 않는 외모를 담아두고 망설이기를 몇 번. 혹시 실례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아낙의 남편을 수소문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초청가수들의 흥겨운 공연이 시작할 즈음 남편을 찾았다는 소식이 왔다.
베트남이 고국이라는 결혼이주자. 기자의 질문이 싫지는 않는 표정이다. 한국에 시집온 지도 벌써 4년째라는 응웬띠인피(24)씨는 이미 두 아이의 엄마라고 했다. 한국생활에 만족한다는 응웬띠인피씨는 자기가 소개할 또 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만난 사람이 시동생의 아내인 응웬티지(24)씨. 그녀 역시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에 시집 온 지가 3년째란다. 그리고 또 하나. 그녀는 쌍둥이 엄마라고 옆에 있던 시어머니(서향자·57)께서 자랑한다.
그렇다. 오늘은 모두가 하나뿐이다. 이곳이 고향인 사람도,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사람도 오늘만큼은 이방인이 아니고 그저 고향사람일 뿐이다.
취재를 마치고 교문을 나서면서 벌써부터 내년이 그리워짐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거라 여겨졌다. 그래서 고향은 떠나 있어도 항상 그리워지는 걸까….
2008.04.03 13:5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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