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는 정권

시장 불확실성 증대시키며 오락가락 해선 안된다

등록 2008.04.05 10:36수정 2008.04.0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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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시장의 자율과 규제철폐를 공약하고 집권하였다. 과도하게 국가의 역할을 축소할 것을 염려할 정도였다. 특히 대기업의 편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마저도 폐지할 것이라는 염려가 여전하다. 가뜩이나 우편향인 대한민국호의 방향성을 더욱 우측으로 잡은 것이다. 말하자면 우측 깜빡이를 켜고 집권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권이 하는 일을 보면 도모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50개 품목을 선정하여 생활물가를 잡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이제는 청와대가 은행연합회에 각종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사실 국가의 권력을 이용해서 시장을 통제하려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앞에서 이미 우측 깜빡이를 켰으면서 갑자기 좌회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가격이란 본래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조절되는 것이 옳다. 수요초과는 가격의 상승을, 공급초과는 가격의 하락을 유발하며 그 가격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물론 시장은 항상 그러한 조절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지는 못한다. 종종 시장실패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그 시장실패에 대한 개입은 국가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시장실패가 특별히 나타나지 않는 경우라면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자본주의 원리다.

 

특별히 희소성이 과도한 한국의 부동산 시장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시장실패의 전형이다. 그래서 국가가 강력한 개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부동산 시장조차 시장의 자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실 가장 국가의 개입과 역할확대가 필요한 부분에서조차 시장의 자율을 확대하는 해법을 말했던 것이다. 종부세 폐지나 양도세 경감같은 것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여 앙등을 초래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건드려선 안될 부분이다.

 

그렇게 시장주의를 주장하던 정권이 생활물가 품목을 선정하여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또 은행이 자신들의 서비스에 대하여 받고 있는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은행에 대한 그러한 간섭은 과거의 관치금융을 재현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인수위 시절에는 이동통신 요금을 인하하겠다고 했다가 유야무야된 일이 있었다.

 

재벌들에게 어떤 규제를 혁파했으면 좋겠는지 정리해서 목록을 올리라고 한 것도 코미디같은 일이다. 그들이 원하는 규제혁파가 국가경제를 위해서 필요한 것일 가능성이 있을까? 재벌은 중소기업을 마구 사냥할 수 있고, 비정규직을 제한없이 채용할 수 있으며, 원하면 언제라도 마구 해고할 수 있는 자유를 요구할 것이다.

 

이쯤되면 정말 막가자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우측 깜빡이를 켜더니 좌회전을 하는가 하면 좌회전을 하는 도중에 우측으로 유턴을 하기도 한다. 도무지 뒤따르는 차들이 종잡을 수가 없다. 정말 대한민국 호가 초대형 사고제조기가 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 정책의 지향에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시장의 주체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시장의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법이다.

 

지난 참여정부에 대하여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정권이라고 비아냥 거리던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런데 내 기억으로는 참여정부가 좌측 깜빡이를 켠 일이 없다. 선거 때 서민을 위한 서민정권이라는 포장이 있었지만 시작부터 일관되게 시장경제를 추구하였다. 오히려 시종일관 중도우파적 입장에서 경제를 운용해 왔다. 부동산 같은 너무도 특별한 시장에는 강력한 개입을 피할 수 없다. 좌측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직진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지금 정권의 경우 확실히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다가 갑자기 우측으로 유턴을 하는 등 종잡을 수가 없다. 시장의 주체들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과연 시장의 자율에 의한 자본주의 경제를 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의 자율은 억누르고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을 위해 정부가 봉사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이 떠오른다. 시장의 자율은 없고, 모든 것을 국가가 통제하였다. 다만 재벌과는 특별한 유착관계를 유지하며 재벌의 편의를 정부가 도모해 주었다. 노동운동도 탄압해 주었다. 재벌들이 마음껏 특혜를 누리고 정권의 정치자금을 열심히 조달했다.

 

지금 시대에 다시 군사정권의 경제운용 방식이 떠오르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그 시절로 돌아가선 살 수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재벌은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

 

부디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다 갑자기 오른쪽으로 유턴하는 고개운전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4.05 10:36ⓒ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시장경제 #규제철폐 #시장자율 #관치금융 #재벌위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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