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왕암으로 오르는 길.
안병기
고왕암은 마곡사의 말사 중 하나인 신원사의 부속 암자이다. 660년(백제 의자왕 20)에 의자왕의 명에 의해 창건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해 바로 백제가 망해 버려 의자왕은 정작 이 암자의 완성을 보지 못했다.
당나라 소정과 신라 김유신이 백제를 침공하였을 때, 백제의 왕자 융이 이곳으로 피난했다고 한다. 백제가 멸망한 후, 7년 동안 이 암자의 동굴에서 머물다가 결국 붙잡혀 갔다고 하는 비운의 전설이 전해진다.
그렇게 해서 고왕암(古王庵)이란 이름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조선 초까지의 역사는 전하는 것이 없다. 다른 암자들이 그랬듯이 아마도 폐사의 길을 걸었던 게 아닌가 싶다. 1928년에 청운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고왕암은 아주 오랫동안 불사 중이었다. 그런 번거로움 때문에 신원사 가는 길에도 들르지 않았다. 거의 7,8년 만에 들르는 것 같다. 올라가는 계단이 말짱하게 정리된 것을 보니, 이젠 불사가 대충 마무리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