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틀 무렵 해남 북평 앞바다에서 어부들이 숭어를 잡고 있다.
김준
숭어를 부르는 이름도 가지가지흑산도에 귀양 온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숭어를 '치어'라 썼다. 의심이 많아 사람의 그림자만 비쳐도 달아나버려 낚시로 잡기 어렵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숭어가 위를 열어 오장을 다스리며 오래 먹으면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고 했다. 또 숭어가 진흙을 먹으므로 백약에 어울린다고 했다.
숭어는 지역마다 이름이 달라 물고기 가운데 방언이 제일 많다. 그 만큼 여러 곳에서 잡히고 민초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다. 숭어는 성장 시기에 따라 이름이 다양한 출세어다. 방언만 100개가 넘는다. 모치, 동어, 글거지, 애정이, 무근정어, 무근사슬, 미패, 미렁이, 덜미, 나무래미가 있고 그 외에 살모치, 뚝다리, 모쟁이, 모그래기, 수어 등이 있다.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잡혔으면 그렇게 많은 이름이 붙었겠는가. 무안에서는 큰 것은 숭어, 작은 것은 눈부럽떼기라고 한다. 작은 숭어에게 "너는 숭어도 아니다"라고 했더니 눈을 부릅떴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름도 크기별로 각각이다. 알에서 깨어나 얼마 되지 않은 어른 손가락 두께와 크기의 숭어를 '모치'라고 한다. 통째로 묵음 김치에 싸먹거나 소금구이를 해서 먹는다. 20-30센티 정도 자란 것은 '참동어', 3년 정도 되면 '손톱배기', 4년 자라면 '댕가리'라 부른다. 5년 정도 자라면 딩기리, 6년이면 무구럭, 7년이 되어야 '숭어'라 한다. 숭어가 되면 무게만 6kg 정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