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해 이 고생을 하는지 원..."

연기군민체육대회 어머니 배구단, 아마추어지만 프로다운 투혼 발휘

등록 2008.04.21 10:14수정 2008.04.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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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배구대회 관중석에서 바라다본 경기장 모습 ⓒ 이인옥

▲ 어머니 배구대회 관중석에서 바라다본 경기장 모습 ⓒ 이인옥

배구라고는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에 잠시 해봤던 경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각 면을 대표하여 군민체육관에 모였습니다. 물론 팀에 따라 미리 충분히 연습을 하고 나온 팀이 있는가 하면, 서브 리시브도 안 될 만큼 엉성한 팀도 있습니다.

 

20일, 오전 9시부터 연기군민체육관에 모여든 어머니 배구단. 단체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나름 멋있습니다. 각 면을 대표하여 이곳에 모인 어머니 배구단은 말 그대로 순수 아마추어로 구성된 팀들입니다. 그러나 면을 대표하여 나온 만큼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가 대단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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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 아자 파이팅!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 이인옥

▲ 아자 아자 파이팅!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 이인옥

각자 팀별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푸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서브 연습과 리시브 연습이 한창입니다. 제가 속한 우리 면은(충남 연기군 서면) 두 번째로 시합을 하게 돼 있어서 체육관 밖에서 몸을 풀고 연습을 한 다음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첫 게임은 소정면과 전동면의 열전이 펼쳐졌는데 누가 봐도 어느 팀이 이길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실력 차이가 났습니다. 한쪽은 서브에서부터 공격까지 다양하게 구사하는데, 다른 한편은 서브 리시브조차 전혀 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그들의 파이팅을 지켜보며, 역시 어머니는 위대하고 아줌마는 강하다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따라주지 않는 몸일지라도 그 몸을 던져서라도 공을 받아 치려는 열성이 곳곳에서 느껴졌으니까요. 사실 실력 차이야 미리 팀을 구성해서 연습한 팀과 농사짓다 갑자기 어머니 배구단을 구성한 팀의 차이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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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공격 서브를 넣는 모습 ⓒ 이인옥

▲ 서브공격 서브를 넣는 모습 ⓒ 이인옥

첫 게임은 그렇게 일방적인 경기로 끝이 나고 드디어 우리 팀 차례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우승팀과 맞붙게 된 우리 팀은 사실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다 우승 후보들의 맞대결이라며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관중석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의 열기도 대단합니다. 좀 긴장은 되었지만 연습 때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느 고등학교 체육관을 빌려서 밤에 연습할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시퍼렇게 멍든 팔뚝을 들여다보며 한 어머니가 "누굴 위해서 한밤중에 나와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어느 어머니가 연기군과 국가를 위해서 고생하는 거라고 합니다. 그 말에 폭소가 쏟아졌습니다. 웃으면서 거창하게 동네 배구에서 무슨 국가까지 나오느냐더니, "그래 맞다! 연기군과 국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자"며 파이팅을 외치던 모습, 그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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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회의 필승을 다지는 선수들의 모습 ⓒ 이인옥

▲ 작전회의 필승을 다지는 선수들의 모습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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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작전타임중 파이팅!을 다짐하는 선수들 ⓒ 이인옥

▲ 파이팅! 작전타임중 파이팅!을 다짐하는 선수들 ⓒ 이인옥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우승 후보들의 대결답게 팽팽한 점수를 유지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잘 해주던 선수들이 그만 서브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연습 때 그렇게 잘 하던 선수들의 서브 미스 몇 개에 결국 리듬이 깨지고,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한 세트를 내어주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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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어머니 배구단의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 이인옥

▲ 파이팅! 어머니 배구단의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 이인옥

두 번째 세트에서는 초반에 한참을 앞서갔으나 뒷심 부족으로 역시 아슬아슬한 점수 차이로 패해 예선 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응원석에서 바라보던 한 어머니가 다가오더니 너무 아쉽다며 눈물이 다 나려한다고 안타까워합니다. 진 팀이나 이긴 팀이나 최선을 다해 임한 경기였기에 축하와 격려를 나누며 응원해준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였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 전업주부, 농사를 짓는 어머니,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어머니로, 아줌마로 살아가며 어머니 배구단으로 활약한 그녀들. 몸은 비록 예전 같이 따라주지 않지만 마음만은 학창시절 팔팔 날던 그 시절로 돌아가 최선을 다한 만큼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이 땅의 위대한 어머니로, 강한 아줌마로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어머니 배구 파이팅!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8.04.21 10:1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어머니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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