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벙속 벚꽃
송성영
벚꽃을 담고 있는 둠벙을 어찌 더럽고 추하다고 말할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아름답지요. 하늘빛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늘빛 속에 푹 빠져 둠벙을 들여다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게 내 모습인지도 모른다. 속은 썩어 가고 있는데 겉모습은 멀쩡한 나의 진면목인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전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강의하면서 끊임없이 되물어 봅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과연 얼마나 지켜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이 늘 부끄럽습니다.
그랬습니다. 하늘빛에 가려진 둠벙 속은 그럴듯한 말과 언어로 치장하고 있는 내 모습이나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 입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참회'라는 양치질을 하지 않으면 그 냄새는 내내 지워지지 않습니다.
실천하지 않는 온갖 말과 언어들, 죽어 있는 말과 언어들에서는 썩은 냄새가 나기 마련입니다. 욕망을 먹고 사는 모든 것들에게는 썩은 냄새가 납니다. 그 냄새는 둠벙에서 올챙이가 사라지고 벚꽃이 빨리 피고 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주절거립니다. 스스로를 위로할 만한 한 장의 사진이 더 남아 있거든요. 둠벙 가득 떨구어진 꽃잎 사진입니다. 일주일 만에 벚꽃이 다 떨어지더군요. 아쉬웠습니다. 누군가 그리운 님 보여주지 못해 서글픈 꽃잎들처럼, 서글펐습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음 한구석이 편했습니다. 썩어가는 둠벙에 큼직한 꽃 한송이가 현기증처럼 피어났기 때문입니다. 구정물에서 피어오르는 연꽃처럼 말입니다. 심청이 환생할 만큼이나 큰 연꽃입니다. 하늘을 담고 있던 둠벙이었으니 하늘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