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 사회에서나 그 시대의 정치체제, 정치권력이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정통성'이다. 정통성 또는 정당성이 확보된 권력만이 피통치자의 자발적 복종과 안정된 지배를 확립한다. 한나라 최고의 국가권력도 확보해야만 하는 정통성이니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2008년 2월 29일 시행된 조직개편으로 정통부가 여러 갈래로 해체되었다. 통신은 방통위로 우편은 지식경제부로 소속이 변경된 우정사업본부에서 업무를 도맡아 한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겼다. 바로 124년 역사를 기념하고 집배원을 비롯한 소속 종사원들의 큰 축제일인 '정보통신의 날'(4월 22일)을 방통위로 넘어가기로 예정되어 있던(지금은 방통위로 간) 구 정통부 관계자들이 우정사업본부와 한마디 협의도 없이 '정보통신의 날은 방통위 것'이라고 행정안전부에 통보한 것이다.
단순히 명칭에 '정보통신'이 들어가니 '방송통신위'가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정보통신의 날'이 과연 무엇을 기념하고 누구를 위한 날인가?
정보통신의 날은 1884년 우정총국 개설을 기념하기 위해 1956년 '체신의 날'로 시작되었다. 이때에는 고종황제의 우정총국개설축하연을 베푼 12월 4일이었으나 1972년에 고종이 우정총국을 개설하라는 칙령을 내린 4월 22일로 옮겨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1964년 충남 금산에 있는 우체국의 집배원이 험한 날씨에도 편지를 배달하다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해 5월 31일 금산군 기자단이 이 집배원을 기리는 행사를 연 것이 계기가 되어 1967년 제정된 '집배원의 날'이 1973년 정부의 각종 행사 통합·폐지 및 간소화 방침에 따라 '체신의 날'에 흡수 통합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체신의 날이 정보통신의 날로 명칭이 바뀐 것은 13년 전인 1995년 당시 정부조직법 개정(1994. 12. 23)으로 체신부에서 정보통신부로 명칭이 변경됨에 따라 기념일 명칭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이렇듯 '정보통신의 날'은 우정총국의 개설을 축하하는 날이며, 체신의 역사에 깊이를 더하는 날이며, 집배원을 비롯한 우정업무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날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자 '우정'이란 '우편에 관한 행정'을, '체신'은 '1. 우편이나 전신 따위의 통신, 2. 차례로 여러 곳을 거쳐 소식이나 편지를 전하는 일'이라 적혀있다.
방통위에서 우편에 관한 행정이 이루어지는가? 방통위에서 편지를 전하는 일을 하는가? 방통위에 집배원이 근무하는가? 서두에서 언급한 우정·체신의 정통성은 누가 갖고 있는가? 이제는 더이상 명분없는 '기념일 쟁취전'을 중단하고 전국 3600여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4만여 종사원들의 생일을 당장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서영중 기자는 정보통신부공무원노동조합 조직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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