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한이 있더라고 홍콩에는 간다

이랜드, 홍콩증시상장 저지를 위한 원정투쟁을 준비하며

등록 2008.04.24 10:41수정 2008.04.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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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버의 마크 위에 붙여진 이랜드노조 스티커 '박성수를 구속하라' ⓒ 이경태

홈에버의 마크 위에 붙여진 이랜드노조 스티커 '박성수를 구속하라' ⓒ 이경태

이랜드 뉴코아 노동자들의 투쟁이 300일이 지났다. 이랜드 뉴코아 노동자들은 길바닥에 쫓겨나고, 용역경비에게 폭행을 당하고, 경찰에게 물대포를 맞고 연행되면서 지난 해 7월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의 허상을 폭로하였다. 민주노총은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싸움이 이기지 못하면 민주노총 깃발을 내리겠다며 투쟁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 노동조합은 연초부터 이랜드의 홍콩증시 상장을 막기 위한 원정투쟁을 준비해 왔다. 지난 3월 13일에는 홍콩증시 상장주관사인 UBS 한국사무소가 있는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이랜드와 같은 부도덕한 기업의 상장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근거한 기업의 발전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대다수 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될 것이며 실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랜드그룹은 일말의 책임조차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홍콩증시 상장절차를 즉각 중지"할 것을 UBS에 요구했다.

 

또한 홍콩원정투쟁을 통하여 "국제노동조합네드워크, 홍콩노총 등 국제 노동단체들과 국제공동행동"에 돌입할 것임을 경고하였다.

 

하지만 홍콩원정투쟁 준비과정은 쉽지 않다. 지난 300일의 투쟁으로 이랜드 노동자들의 다수가 고소고발 및 재판 진행 중이라 출국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투쟁 기금조차 바닥이 난 상태라 원정투쟁 예산을 만드는 것도 힘겨워하고 있다.

 

지난 300일 동안 이랜드 조합원이 민주노총의 지원으로 받아간 생계비가 50-150만원씩 세 번 가져간 것이 고작이었다니, 예산을 다시 들추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다. 전기가 끊겨 자식이 촛불을 켜놓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뒤에서 물끄러미 쳐다봐야 하는 것이 이랜드 엄마 조합원의 실정이니 말을 해 무엇하랴.

 

참고로 민주노총은 지난 해 8월 21일 사상 처음으로 단위노조 투쟁을 안건으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이날 민주노총은 연말까지 16억 원을 모금하여 매달 800명의 이랜드 조합원에게 생계비를 지원하겠다고 결의한 적이 있다. 이석행 위원장은 "(결의한 금액에) 단 1원도 부족함 없이 투쟁기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화문을 통하여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 의지만도 높게 살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예산 문제가 원정투쟁의 여러가지 계획을 가로막고 있다.  참가 인원에서 일정까지 축소해야 할 분위기가 원정투쟁단 준비모임에서 거론되는 안타까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이 분위기를 깬 것은 지난 300일 동안 1천 원짜리 김밥 한 줄로 끼니를 해결하며 싸워온 조합원들이었다.

 

뉴코아 노동조합의 김석원 조합원은 "홍콩에 가서 잠잘 곳이 없으면 길바닥에서 자고, 식비가 없으면 굶으면서라도 악덕기업 이랜드의 홍콩상장을 막겠다"며 결의를 밝혔다. 물론 김석원 조합원만의 생각이 아니다. 원정 투쟁을 준비하는 모든 이의 마음이다.

 

"홍콩에서 구속이 되더라도 악덕기업의 상장을 막아야 하지 않겠냐"는 원정투쟁단의 결의에 가슴이 울컥하다. 돈이라는 현실에 일정을 조절하느냐 마느냐를 들으며, 가슴이 시리도록 짠 소금을 문질러야 했다.

 

일정한 수입이 없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받아 적기만 하는 직업 아닌 직업을 가진 필자를 부끄럽게 했다. 함께 하겠다며 겨우 혼자의 비행기 삯만을 달랑 구해 나간 필자의 얼굴이 불거졌다.

 

이 글을 쓰며 멕시코에서 자신의 가슴을 가른 이경해 열사가 떠올랐고, 지난 해 프랑스로 원정투쟁을 간 라파즈한라 우진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스위스에서 단식투쟁을 한 테트라 팩의 정창훈 노조위원장의 얼굴도 떠나지 않는다.

 

이랜드 뉴코아 노동자들은 지금껏 보내준 민주노총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연대와 지지, 그리고 성금에도 눈물겨워한다. 그래서 홍콩에서는 굶으면서 싸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홍콩증시 상장 저지 싸움은 '이랜드 매출 제로' 투쟁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고, 이랜드 투쟁의 새로운 전환점이 예상된다.

 

4월 30일에 원정투쟁단은 출국하여, 5월 1일 홍콩 노동절 집회에 참석하고, 이후 이랜드의 홍콩증시상장 저지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오도엽 기자는 시인이며,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구술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랜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려고 홍콩원정 투쟁에 자원하여 함께 가기로 했다. 위 기사는 준비모임과정 논의에 직접 참여해 쓴 글이다. 

2008.04.24 10:4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도엽 기자는 시인이며,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구술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랜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려고 홍콩원정 투쟁에 자원하여 함께 가기로 했다. 위 기사는 준비모임과정 논의에 직접 참여해 쓴 글이다. 
#이랜드 #홍콩 #뉴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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