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안병기
작품의 글씨는 행·초서를 섞어 썼다. 문화제의 성격에 맞추려다 보니 그리된 것일까. 글의 내용도 '애'라든가 '복' 같은 간단하면서 일상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삼베에 꽤 길게 써내려간 글씨는 무슨 내용일까.
작가에게 물으니 <성경보감>의 구절들을 적은 것이라고 한다. <성경보감>이라니? 듣느니 처음이다. 재차 <성경보감>이 어떤 책인지 물었더니 성경을 한자로 옮긴 것이라 할 뿐, 자세하게 말하지 않는다. 아마도 몇 마디 말로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엔 벅찬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와 검색해 보니, 한국기독서예선교원에서 제작한 우리말식 한문성경이라고 나온다. 정식 이름은 <한문성경보감>으로 아마도 서예가들을 위해 만든 책인가 보다. <신약성경> 시편에 나오는 한 구절만 예로 들자면 이런 식이다.
主乃我之牧者(주내아지목자), 使我不至窮乏(사아부지궁핍), 使我臥於草地(사아와어초지), 引我至可安歇之水濱(인아지가안헐지수빈) 여호와는 나의 牧者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詩篇 23: 1~2절"부지런하지 않으면 세상을 읽을 수 없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부지런히 쫓아다니면서 세상을 읽을 수밖에.
1984년, 정신 수양차 서예에 입문했다는 김선화 작가. 그의 작품들에선 화선지 대신 도자와 삼베라는 이색적인 소재에서 풍기는 여성만이 가진 특유의 아기자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소재는 그렇게 여성스러운 반면에 글씨체만은 남성 서예가의 서체를 방불할 만큼 굉장히 활달하다. '화이부동'이라 쓴 작품이 대표적이다.
공자의 세계는 화이(和而)'를 추구했던 세계였을지라도 예술은 역시 "화이(和而)'보다는 '부동(不同)을 추구하는 세계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문화재인 오숙재에서 작업하는 이 작가가 남들의 작품과는 결코 화목하지 않고 홀로 독야청청한 작품 세계를 이뤄가길 빈다. 제13회 동춘당문화제는 오늘까지 계속된다.
서예가 인정 김선화 |
인정 김선화
한국서화작가협회 초대작가 국제미술가협회 영동지부장 근정회(槿情會) 회원
1984년 서예에 입문 동춘 박기태 선생에 사사 1988년 신춘초대회원전 1990년 아세아국제미술전 2004년 대한민국국제미술대전종합대상 2005년 한·일 서화대전 감사장 2006년 한·중 명인 병장 우수작가전 2007년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기원 웰컴 투 평창 214인전
*개인전 2회
현재 충북 영동에 거주하는 작가는 송용억가의 작은 사랑채인 오숙재를 작업 공간으로 삼아 정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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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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