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숲 속 작은 요정들, 숲을 평정하다

[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 178] 은방울꽃

등록 2008.05.06 17:48수정 2008.05.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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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5월의 숲은 신록의 새순들이 내어놓는 풀향기와 작은 들꽃들이 내어놓는 꽃향기로 가득합니다. 그 중에서도 아카시아 피어나기 전에 피어난 작은 꽃, 은방울 꽃의 향기가 으뜸입니다. 
 
숲 속의 작은 요정 은방울꽃이 고개를 살포시 숙이고 피어있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꽃에서 나오는 향기가 온 숲에 가득합니다. 신비스럽습니다. 작고 겸손한 꽃이지만 온 숲을 채우고도 남을 향기의 근원은 깊고도 넓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싱그러운 5월, 그러나 5월은 그냥 오지 않았습니다. 추운 겨울을 넘고 꽃샘추위 몰아치는 2월과 3월을 넘고, 잔인한 4월을 넘어 온 것입니다. 그 안에 모든 고난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어 5월인 것입니다. 우리 역사의 5월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5월, 싱그러운 5월을 닮은 아이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여듭니다. 그 아이들에게 조차도 좌파딱지를 붙이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왜 그들이 촛불을 밝히는가에 대해 일말의 반성도 없는 이들을 보면서, 그들을 권좌에 앉힌 무능한 기성세대임을 뼈저리게 반성하게 됩니다.
 
어두운 밤을 밝히는 촛불, 그것은 마치 작은 종을 닮았습니다. 하늘을 향해 있지만 종이컵안에서 활활 타오르는 촛불은 은방울꽃을 닮았습니다. 아, 은방울꽃의 향기가 온 숲을 채우듯, 5월을 닮은 아이들이 손에 든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것 같아 마음이 환해집니다.
 
봄볕 내리는 5월, 그들이 밝힌 작은 불꽃 하나가 헛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작은 꽃 하나 둘 모여 깊고 넓은 향기 만들어가듯, 그들의 작은 불꽃이 보며 큰 바다를 이루기를 소망합니다.
2008.05.06 17:48 ⓒ 2008 OhmyNews
#은방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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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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