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소값 때문에 축산농가에선 다 키운 소를 내다팔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주빈
사료값은 치솟고, 소값은 계속 떨어지고...전남 함평 지역은 '함평천지 한우'로 유명하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손불, 나산, 월야, 함평읍 등에서 만난 거의 모든 축산농가들은 공통된 근심으로 한숨이 가득했다. ▲ 국제 곡물가 상승에 따른 사료값 폭등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화에 따른 소값 하락 등이 근심의 주범이었다.
이건실(60)씨는 30년 동안 축산업에 매달려왔다. 한때 젖소를 키웠던 이씨는 '젖소 파동' 이후 육우용 한우를 키우기 시작해 지금은 90마리를 키우고 있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하지만 이씨는 "갈수록 빚만 늘어나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한다고 하니까 바로 소값이 떨어졌다. 송아지 사다가 키워서 비싼 값에 내다 팔 궁리를 하던 사람들도 미국산 고기 들어온다고 하니까 엄두를 못내는 거다. 소값은 계속 떨어져 내다 팔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소들 굶겨 죽일 수는 없으니까 사료를 줘야 하는데 사료값은 계속 올라가니 느는 건 빚뿐이지."이씨는 하루 15~16포대의 사료를 주고있는데 한달 평균 사료값은 무려 500만 원에 이른다. 이씨는 "국제 곡물가가 상승해서 사료값은 천정부지로 상승만 하고, 소값은 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떨어지기만 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이러다간 전체 축산농가가 다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산에서 사는 김동수씨는 나이 마흔에 한우 40마리를 키울 정도로 장래가 촉망받는 젊은 농군이다. 하지만 그도 요즘 "갈수록 버티기도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최고일 때 500만 원까지 받고 팔던 소를 350만 원 이하로 판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게 전부 빚이 되는 겁니다. 사료값은 내일 또 오른다고 하죠, 소값이 싸다 보니 거래는 이뤄지지 않죠, 미국 쇠고기는 들어온다고 하죠, 누가 전망도 없는데 소 키우려 하겠습니까?""송암마을에서 소 댓마리 키운다"는 신철현 할아버지는 "미국 미친 소나 검역 똑바로 할 일이지 한우 검역만 복잡하게 한다"고 볼멘소릴 했다. 소를 내다팔고 싶어도 한 달에 검역이 두 번 있는데 그때를 놓치면 또 한 달을 검사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검역일에 맞춰 각 축산농가에서 동시에 소를 내다 팔다 보니 소값도 공동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불에서 역시 한우 2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김아무개(43)씨. 김씨는 "지금도 한우만 쓴다고 광고하는 큰 식당에서 수입고기를 써서 맨날 방송에 나오는데 그보다 더싼 미국산이 들어오면 장사하는 사람들이야 당연히 그것 쓸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계속 빚 져가면서 한우를 키워야 하는지 갈등이 많이 생긴다"면서 "정부가 사료값 보전 등 대책을 빨리 세워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방침이 전해진 후인 지난 22일 현재 한우의 도매가격은 1㎏당 평균 1만1929원으로 지난달에 비해 16.3%나 떨어졌다. 하지만 사료값은 지난해에 비해 약 40~50% 정도 올랐다. 벌써 올해만 하더라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사료값이 인상됐고, 5월 초에 한차례 더 오를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축산농가의 줄도산을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