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즉석연설 '투혼'... 정운천 동문서답 '눈총'

국회 대정부질문서 정운천 장관에 '송곳 질문'

등록 2008.05.08 18:34수정 2008.05.0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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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마이크 앞에서 절규하는 강기갑! ⓒ 김호중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번엔 국회 본회의장에서 투혼의 즉석 연설로 주목을 받았다. '농민 대표'인 강 의원은 최근 한-미 '쇠고기 협상'이 졸속이었음을 증명하는 정부 내부 문서를 잇따라 공개하는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강 의원은 8일 오후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몰아세우며 정부의 협상 잘못을 빈틈없이 따졌다. 하지만, 강 의원의 질문에 정 장관은 '동문서답'으로 일관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광우병 소의 특정위험물질(SRM) 검출 주요 부위 판넬을 보이며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광우병 소의 특정위험물질(SRM) 검출 주요 부위 판넬을 보이며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유성호

질문시간 끝난 뒤 즉석 연설... 의원들 "잘했다"

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질문시간이 끝난 뒤에도 국민과 동료 의원들을 향해 즉석 '5분 연설'을 했다.

마이크가 꺼졌지만, 강 의원은 "국민 여러분들이 못 들으실 것 같다"며 목청을 높여 주장을 폈다.

강 의원은 "세상을 다 얻어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 있느냐"며 "광우병의 99.9%가 30개월 이상된 소에서 발생하는데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30개월 미만짜리인지 이상짜리인지 표시도 안하고 들어오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이제 국민들이 일어나지 않으면 바로잡을 수가 없다"며 "국민이 함께 일어나 이명박 정권이 재협상 결정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의원들을 향해 "많은 동료 의원들도 입법부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함께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강 의원은 대정부질문에 앞서 머리말에서도 "잘못된 쇠고기 협상을 바로잡는 방법은 재협상 뿐"이라며 "수술을 하면서 가위, 거즈를 넣고 봉합했으니 재수술로 꺼내지 않으면 고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의 연설에 동료 의원들도 "잘 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왼쪽)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8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오른쪽) 정운천 장관이 대정부질문이 끝나자 이상득 국회부의장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있다.
(왼쪽)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8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오른쪽) 정운천 장관이 대정부질문이 끝나자 이상득 국회부의장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있다.남소연/유성호

"캐나다 소 안전?" - "병 없는 나라 어딨냐"... 송곳질문 vs. 동문서답

이에 앞서 강 의원의 '송곳 질문'과 정운천 장관의 '동문서답' 대결이 흥미 진진했다.

강 의원은 정 장관에게 "캐나다에서 올해도 광우병 소가 발생했다. 미국도 캐나다 소를 수입하는 것을 아느냐. 캐나다가 광우병을 잘 통제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광우병 위험율이 높은 캐나다 소가 미국을 거쳐 다시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는 협상의 허점을 꼬집으려는 질문이었다. '도축 전 최소한 100일 이상 미국 내에서 사육된 소'라는 규정 때문이다. 미국에서 100일만 사육되면 캐나다 소라도 미국 소로 이름을 바꿔달고 수입될 수 있다.

하지만 정 장관은 엉뚱하게도 "병이 없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병을 충분히 통제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인간이 생명인데 병이 없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는 말도 했다.

정 장관의 '동문서답' 행진은 계속됐다. 강 의원이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권고하는 사료정책을 쓰지 않고 있다"면서 교차오염율이 높은 미국 사료정책의 허점을 지적하자, 이번에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가장 (광우병) 위험이 낮다"고 답해 주위를 아연하게 만들었다.

'브루셀라나 구제역은 100도 이상의 물로 끓이면 균이 사멸되지만 광우병의 원인인 프리온(변형 단백질)은 사멸 안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광우병은 위험하다"고 답해 눈총을 받았다.

강 의원 "빙빙 둘러 엉뚱한 답변만 한다" 호통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유성호
정 장관의 이런 답변 태도가 이어지자 강 의원은 "답을 제대로 하라. 답을 않고 엉뚱한 변명만 늘어놓지 말라. 답도 않고 빙빙 둘러서 (동문서답) 하지 말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정 장관은 반년 새 뒤바뀐 정부의 협상 태도의 근거로 "미국이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부여 받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가,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해 10월 1차 협상 때와 달리 올해 협상에서는 대폭 후퇴한 안을 들고 임했다.

강 의원은 "미국이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부여받은 건 작년 5월의 일인데 (작년 10월 1차 협상과 올해 4월 협상 때 태도가 달라진 이유가) 어떻게 OIE 때문이냐"고 정 장관을 나무랐다.

하지만, 강 의원의 지적에도 정 장관은 "저는 우리 농어업을 살리라는 특명을 받고 장관이 됐다"며 "미국이 통제국 지위를 부여 받게 된 기준이 합당하다는 판단하에 구체적인 통상은 통상 대표에게 맡기고 저는 현장전문가로서 농어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온몸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동떨어진 말을 했다.

이날 답변에서 정 장관은 쇠고기 협상으로 국내에 들어오게 될 쇠고기가 미국에서 팔리는 쇠고기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승인된 31개 도축장에 (고기가) 들어오면 SRM(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하고 한국에서도 다시 검역과정을 거치니 미국보다 안전하다"는 것이다.
#쇠고기협상 #강기갑 #정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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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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