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스님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바닷물을 다 마셔 봐야 아나"하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주빈
- 한동안 바깥활동을 하지 않다가 이번에 5·18 28주년 행사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한 10년 동안 선방(禪房)에서만 살았지. 재야 활동한 15년 동안 중노릇 제대로 못했으니까 중노릇 제대로 해보려고, 허허. 선원에 있으면서 수행자인 내 신분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앞에서 하는 일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후원인 역할이나 제대로 해야 겠다고 있는데 할 사람은 이미 다 해버렸고 할 사람이 없다고 사람들이 찾아와서 사정을 하는데…. 나는 항상 뒤치닥거리나 해요. 옛날 전민연할 때도 그랬고. 안 해주면 섭섭해 할까봐 맡았어요, 하하하."
- 이번 28주년 기념행사의 큰 방향은 무엇인가요."슬로건을 시민공모 했는데 '오월의 희망으로 세상을 보라'가 당선됐어요. 나는 이 말이 아주 좋아요. 오월의 희망이라는 것은 태어날 가치가 있는 것은 다 태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희망차고 푸르른 모든 의미가 이 말속에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 일각에서는 5·18기념행사가 매년 비슷하고 시민참여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5·18기념행사의 주제가 매년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직도 5·18이 현재 진행형이고 미완성이기 때문입니다. 발포명령자도 밝히지 못하는 등 5·18의 진실규명이 아직 안 되었습니다. 전두환·노태우를 아직도 상전으로 모시고 잘 먹고 잘 사는 이들이 있어요. 그 뒤로 들어선 정권이 민주화 세력이라고 하지만 5·18을 가볍게 대했습니다.
5·18진상규명이랄지 이런 것은 정치권이 나서서 시비를 가려주고, 국민들에게 이해시켜야 하는데 못했기 때문에 시민들은 5·18에 대해 기피와 나름의 소외감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시민참여가 떨어지고 행사를 위한 행사가 반복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요. 안타깝습니다."
- 5·18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요즘 역사와 민족·민중을 말하면 구태의연하고 편협하다고 그러는데 민족이라는 것은 그렇게 편 가르는 뜻이 아니에요. 민족은 민주며 자주고, 평등평화며 공존공영입니다. 남의 민족을 해치치 않고 불이익 주지 않고 자기민족 운명과 똑같이 여기는 것이 민족이에요.
그래서 민족은 내셔널리즘도 아니고, 나치즘도 아니고, 파시즘도 아니에요. 또 동족과 민족은 달라요. 민족은 생명과 운명공동체입니다. 민족은 외세의 지배가 오면 저항하지만 동족은 바로 빌붙어요. 그게 친일파에요. 친일파는 동족·동포는 될지언정 절대 민족은 되지 못합니다.
5·18정신이 무엇입니까. 민족자존을 지키고 민중생존권을 지키고 통일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5·18도 세계화하고 국제화해야지. 그러려면 우선 내부적으로 5·18의 진상과 본질이 가려져서 전 국민이 5·18정신을 이해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법과 제도를 만들고, 교육자들은 교육을 통해서 가르쳐야 해요. 그런데 안 하더라고요."
"이명박 대통령 욕할 것도 없어요, 찍은 사람이 반성해야지"- 이런저런 사회적 이슈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나는 처음부터 이명박과 박근혜를 절대 반대했습니다. 포교하러 미국 가서 교민들에게도 말했어요, 두 사람은 절대 안 된다고. '한 명은 '반공'을 국시로 삼는 군사정권의 딸이고, 한 명은 사업가로서 망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정권 잡아서 다시 개발독재국가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고 돌팔매 맞아가면서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씨가 되더라고….
한반도 대운하로 온 땅을 파헤치겠다고 하질 않나, 학교자율화 한다고 한바탕 뒤흔들어놓질 않나, 미국 쇠고기를 막 들여오질 않나, 과거청산은 못하겠다고 그러고…. 세상 어디에 이런 나라가 있나. 이것은 필연적인 일이니까 국민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욕할 것도 없어요. 찍은 사람이 반성해야지.
국민피해 생각해서 이명박 정부가 잘 되면 좋은데 바닷물을 다 먹어봐야 아나. 도토리 껍질에 조금만 떠서 마셔봐도 짠 줄 다 아는데. 그 머리에서 나올 거 다 나와버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