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테' 조사한다는 경찰, '드레퓌스사건' 떠올라

'반의사불벌죄' 조항 외면한 이명박 정부, 정말로 '고딩'과 싸우려고?

등록 2008.05.15 09:19수정 2008.05.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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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된 한국 누리꾼 "나를 고발하라"

 

프랑스에서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작가 '에밀 졸라'는 <나를 고발하라>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재판부 판결의 부당성에 대해 '양심'을 호소하면서 프랑스 군부와 왕당파, 종교계 등, 총체적인 권력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표한 글이었다. 물론, 에밀 졸라는 이 글을 계기로 "군부를 모욕한 죄"를 얻어 기소됐고, 영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하지만, 드레퓌스와 에밀 졸라는 오히려 전세계로부터 격려의 편지를 받게 됐으며, '재조사'에 대한 여론과 압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루어진 재조사 덕분에 진상이 밝혀져 드레퓌스는 군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에밀 졸라는 그 전에 망명을 끝내고 고국 프랑스로 돌아왔지만 이미 사망했다.

 

이 논란은 100여년 만에 한국에서 재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갖은 실정과 '서민 죽이기' 경향이 짙은 정책에 대한 반발로, '안단테'라는 필명을 쓰는 고등학생이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 발의'를 시작했고,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파동과 함께 정권에 분노한 많은 사람들이 그에 동의해 138만의 서명자를 모을 수 있었다.

 

물론, 법적으로는 효력이 없는 '인터넷 서명'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탄핵 서명'을 정권에 대한 분노와 항의 표시로써 활용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 열기는 오프라인으로 번져 '촛불문화제'가 돼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촛불집회를 주최한 사람들의 '형사처벌' 방침이 내려지고, 이명박 대통령과 광우병에 관한 괴담을 퍼트렸다는 이유로 '안단테'를 포함한 21명의 누리꾼에 대해 경찰이 포털사이트에 '신원확인'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분노한 누리꾼들은 그래서 '에밀 졸라'가 돼 경찰청 홈페이지에 "나도 체포하라"는 항의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는 중이다.

 

특히, '안단테'는 고등학생 신분이기에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안단테'에 대해 방문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한다. '안단테'는 인터넷에 "이명박 정부 앞에서 나는 당당하다. 잡아가라. 난 잘못한 것 없다"는 글을 작성해 수많은 격려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안단테'를 비롯해 21명의 '괴담 유포자'를 조사 내지는 처벌하겠다는 경찰의 발상, 법적으로 정당한 명분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경찰이 그들에게 적용하겠다는 법조항을 잘 살펴보면, 그 명분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이 발견된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 그런데도 조사한다면?

 

일단, 경찰이 조사와 처벌 방침을 제시한 부분을 돌아볼 필요성이 있다.

 

*독도 포기 괴담 -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포기했다"는 내용이 적힌 글을 쓰거나 퍼나른 행위 → 명예훼손 및 전기통신기본법 적용

*동맹 휴교 시위 괴담 - "5월 17일에 전국의 중·고교가 휴교와 함께 시위에 나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유포 → 업무방해죄 적용

*광우병 괴담 - "광우병 물·공기 전염설" 등 광우병에 대한 허위·과장된 정보의 조직적 유포 → 전기통신기본법 적용

*인터넷 종량제, 수도 민영화 - "인터넷 종량제 실시로 요금 폭등"이나 "수도 민영화하면 하루 물값 14만원" 등의 괴담을 '이명박 대통령 공약'으로 소개·유포 → 명예훼손, 전기통신기본법 적용(<중앙일보> 5월 14일자 '검경이 내사 중인 주요 '인터넷괴담')

 

개인적으로 '명예훼손' 조항이 가장 인상깊게 느껴졌다. 법률상식에 대해 조금이라도 감을 잡고 있는 분이라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수사할 수 없는 죄)에 해당한다. 경찰이 21명의 누리꾼에 대해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을 내세웠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21명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수사기관은 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고등학생에게 '방문조사'까지 한다는 것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수사를 막을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 밖에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명예훼손' 조항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인터넷 종량제'와 '상수도 민영화' 관련 부분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할 만한 부분도 있다.

 

'인터넷 종량제'를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명시적으로 내세웠다는 사실은 확인하기 어려우며, '상수도 민영화'는 실행될지의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논란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할 소지'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수사하자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누리꾼들이 '인터넷 종량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게 된 경위, 그것은 다름아닌 '언론보도'였기 때문이다. 확인해보도록 하자.

 

"쇠고기, 독도 문제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인터넷 종량제가 실시 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이 함께 일고 있다." -<데일리 서프라이즈> 4일자 기사 < 들끓는 민심, 인터넷종량제도 논란의 도마 위로>의 일부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와 독도 문제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인터넷 종량제 실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경제> 4일자 기사 <이번엔 ‘인터넷 종량제’ 논란…요동치는 민심>의 일부 (현재 해당 기사 삭제 상태)

 

"美 광우병 쇠고기 수입 조치와 독도 문제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인터넷 종량제가 실시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이 함께 일고 있다." -<매일경제> 4일자 기사 <이번엔 ‘인터넷 종량제’ 논란…연달아 터지는 민감 이슈>의 일부 (현재 기사 삭제 상태)

 

포털에서 이렇듯 멀쩡한 언론 보도를 봤으니, 언론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는 누리꾼의 입장으로서는 긴가민가 하면서도 일단은 조금이라도 믿어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종량제 논란'이 억울했다면, 이 언론들부터 대처해야 하는건 아닐까?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경제신문의 대표격으로서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언론들이라는 점부터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그런데 "공약하지 않은 것을 공약했다"는 소문에 의해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이 '한반도 대운하'는 왜 총선 공약에서 파기해놓고 '추진'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법조항을 자기들 마음대로 유불리를 따져 적용해서야 곤란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왜곡된 공격'으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이 피해를 봤다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 있었다. 한나라당 지지자 중 상당수는, 햇볕정책을 일컬어 '대북 퍼주기 정책'이라면서 두 전직 대통령을 '좌익 빨갱이'라고 주장한다.

 

경찰은 왜 그 '좌익 빨갱이 낙인'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을까? 물론, '반의사불벌죄'인만큼 두 전직 대통령의 의중이 제일 중요하며, 두 전직 대통령이 '처벌을 원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지만, 따져보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광우병 물·공기 오염설' 처벌, '중세재판'하자는 의미

 

'천동설'이 정설이었을 무렵, '지동설'은 제기해서는 안될 주장이었다. 갈릴레이는 그래서 종교재판을 받고 처벌당했다. '광우병 물·공기 오염설'을 전기통신기본법으로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일단, '광우병'은 과학의 영역이지 법의 영역이 아니다. 명확하게 실체가 밝혀진 병이 아니다. 정부는 그래서 '과장된 괴담'이라고 주장할지는 몰라도, 시민들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불안해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선택한 정부를 비판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같은 개념을 다른 차원에서 받아들인 '인식의 차이'일 뿐,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논쟁으로써 결론을 내야 할 문제다.

 

그런데, 시민의 불안으로부터 비롯된 다소 과장된 소문을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에 근거해 '처벌' 의사를 밝힌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의 송호창 사무처장은 "법률적 근거가 없어 관련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고 전해진다. <미디어오늘>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그의 주장을 들어보자.

 

"최근 광우병 사례는 공익을 보호할 목적으로 정부에 항의하는 것이지 허위사실 유포와는 다르다. 전기통신기본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검찰의 주장이야말로 허위사실 유포다."

 

<법률신문> 13일자 기사 <'광우병 괴담' 인터넷 유포… 처벌싸고 논란>에서 보인 법조인들의 반응도 들어보자. 그들의 이름은 가명 처리됐다.

 

"검찰이 든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로 기소된 사건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부분은 입증하기가 어렵고 또 과연 광우병 괴담을 퍼트린 것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일단 허위사실인지, 허위사실인지 알면서도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유포했는지를 다 충족시켜야 하고 이 경우 거의 무정부주의에 가까운 반사회적인 단체가 어떤 '지령'을 받고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에야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하면 극단적인 경우 국가의 시책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하거나 사실을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처벌이 가능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모 부장판사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여지므로 명예훼손이라고도 볼 수 없다. 오히려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한다고 하면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나마 딱히 와닿지도 않는다." -재경지법 모 부장판사

 

"일단 소문의 유포자들을 가려내는 문제가 있고, 관련자들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적용 법조 등은 검찰에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아주 명백한 허위사실이 아니라면 검찰에서 기소를 하거나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모 부장판사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소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터넷에서 반대의견이나 실제 사실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검찰에서 처벌하겠다고 하고 또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소문을 중지시키기 위한 '반협박성' 강제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고법 모 부장판사

 

"시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적극적으로 문제삼는 것을 형사처벌로 막을 수 없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인터넷에서 '퍼다' 나른 것을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결국 국민들의 의사표현의 장에서 논쟁에 대한 근거와 설명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서울지법 모 부장판사

 

'판사'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억지스럽게 법조항을 적용해 조사와 처벌을 혹시라도 강행하겠다면 이는 서울고법 모 부장판사의 지적대로 '반협박성 강제적인 방법'일 수 밖에 없다. 국민의 기본권이 달린 문제다. 그래서 사람들은 '에밀 졸라'가 돼 "나도 처벌하라"는 목소리를 내세우며 경찰청 홈페이지를 무대로 사이버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법을 법답게 활용하길 바란다

 

나로서는 '동맹 휴교 시위 문자 메시지 유포'를 '업무방해죄'에 근거해 처벌하겠다는 발상도 만만치 않은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비슷하게 예를 들자면, 노조가 파업했을 때 '불법 파업'이라는 낙인과 함께 노조의 대표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학생들이 무슨 노조원인가? '업무방해죄' 운운할 사항이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정책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것도, 기업이 노조 탄압하듯이 문자메시지 검열까지 하며 막고자 하는 일부 교육자들, 설마 '문자메시지 검열'이 교육자의 '업무'라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법은 제발 법답게 활용하길 바란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으로부터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에 이르기까지 불법비리 의혹이 푸짐하게 거론됐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렇기에 '법'을 말해봐야 설득력 자체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판사들조차도 의문을 품는 법 적용을 경찰에서 밀어붙이겠다니, 말이 안된다.

 

'안단테'는 선거권은 없지만,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청소년으로서, 법적 효력이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이명박 탄핵 서명'을 시작한 것이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도 지적했듯이 이 '탄핵 서명 운동'은 '정치적 리콜 요구'다.

 

소비자는 잘못된 제품에 대해 항의하고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 마찬가지다. 유권자도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잘못된 정책을 항의하고 고쳐나갈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을 일컬어 '양심'이며 '자유'라고 하는 것이다. 그 양심과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소중한 기본권 중 하나다. 경찰이 그 기본권 탄압에 앞장서고 있고, 대통령은 고등학생으로부터 비롯된 데다가 명분조차도 빈약한 '명예훼손'에 대해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럴수록 "나도 처벌하라"를 외칠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수사기관은 판단을 제대로 하길 바란다. 정말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다.

 

"어디까지 갈 생각인가? 혹시, 국민이 두손 두발 다 들 때까지?"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확실하게 선언하고자 한다.

 

"'안단테'를 처벌하려거든 나도 처벌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5.15 09:1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쇠고기 #안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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