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주최로 19일 오후 서울의대 동창회관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권호장 단국대 의대 교수가 '광우병의 과학적 진실과 한국사회의 대응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남소연
오후 3시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입을 모아 정부의 무책임한 협상과 대응 태도를 질책했다.
권호장 단국대 의대교수는 "환경 및 먹거리 정책은 원인·결과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불확실하더라도 위협이 있을 때는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광우병 논란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운운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권 교수는 "어떤 물질이 유해하다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과학적 방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례로 폐암 등을 일으키는 석면은 130년 전부터 사용됐고 그 유해성이 50~60년 전에 보고됐지만 한국에서는 2009년부터 사용을 전면금지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은 사전예방의 원칙에서 기회를 여러번 놓쳐 인간광우병을 발생케 했다"며 "현재까지 광우병이 어떤 전파방식과 발병기전을 가지는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는 이상 SRM 부위는 들여오지 않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기본적으로 위험분석은 과학 차원에서의 위험평가, 정책 차원에서의 위험관리, 공청회·토론회 등의 위험정보 교환 세가지 카테고리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쇠고기 협상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정책을 입안한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불안에 대해 해소하지도 못한 채 밀실에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박 정책국장은 "수차례 전문가들과 정부 스스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했고, EU의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따르지 않았음에도 지금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점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수입위생조건과 검역이란 '둑'을 무너뜨려 국민들을 홍수위험에 빠지게 했다"며 "이제 우리 국민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각개약진을 해야 할 판"이라고 한탄했다.
"광우병 논쟁은 과학 대(對) 경제, 하지만 경제적으로도 손실 커"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광우병 논쟁이 마치 과학 대 과학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사실은 과학 대 경제의 싸움"이라며 "정부 관계자들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한미FTA로 얻을 이득이 더 크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이 같은 정부 측 관계자의 생각은 '착각'으로 단정지었다.
정 교수는 "정부는 한미FTA를 통해 10년 동안 한국이 6% 성장할 것으로 말하는데 광우병이 단 한차례만 발생하더라도 60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뻥튀기한 성장률일지라도 단 한번에 다 이득을 날려버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과학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전예방의 원칙을 최대한 미룬 영국의 경우 복구비용만 11조원이 들었지만, 초기 대처를 잘한 일본은 1조 3천억원 정도만 사용했다"며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또 "미국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자국 내 축산업의 60% 이상을 대기업이 쥐고 있는데다 이들이 로비로 5백억원 이상을 사용해 새로운 규제 조치를 전면 보류케 만들었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현실적으로 한국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일본 정도의 안전성을 보장한 뒤 미국에게 안전수준을 올릴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캐나다와 일본의 축산두수 별 도축두수 비용을 계산해 분석할 때 약 5천억원 정도를 5년 정도 투자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미 축산업계의 이득을 위한 것... 이미 미국은 계산 끝냈다"
한편,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미 캔자스 주정부가 2004년 작성한 문건 '광우병 관련규제로 인한 미 축산업의 경제적 손실'을 공개하고 "한미 쇠고기 협상은 미 축산업계의 이득을 위한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우 정책실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소장 부위를 수출할 경우 미 축산업계는 9600만 달러를, 고압기술을 사용해 뼈에 붙어 있는 육점 및 단백질 등을 회수하는 선진회수육(AMR)을 수출할 경우 2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현재 한미 쇠고기 협정에서 SRM 부위에서 제외된 부분만 수출할 경우 연 2억 달러의 이득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논란이 된 동물성사료 조치에 대해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세우고 각 시나리오별 이득 계산도 끝난 것으로 드러났다.
우 정책실장은 "미국에서 한국 및 일본에게 수출하는 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았을 때는 한 두당 55달러 정도를 버는데 검사를 100% 할 경우 이득이 20% 정도 낮아진다"며 "광우병 전수검사를 한다고 해서 미 축산업계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윤 마진이 낮아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작 20달러 정도의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한국 국민들이 검사하지 못한 소를 먹어야 한다"며 "도대체 한 사람의 생명은 과연 얼마인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우 정책실장은 "한국정부가 '국제적 기준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 무역 과정에서 위생검역주권에 대한 문제를 전혀 모른다는 뜻"이라며 "위생·안전성 문제를 입증할 책임이 수입국에 주어지는 WTO의 위생검역협정보다 각국이 높은 수준의 원칙을 정할 수 있는 것이 지금까지 협상의 원칙이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앞으로 한미FTA협정이 체결되고 투자자-국가 직접 소송제가 도입되면 이제 국가가 국가에게 제소하는 것이 아니라, 카길·몬산토 등의 수출업체가 곧바로 정부에 문제를 제소하는 등 검역주권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미국 산업의 이익을 위해 한국민들의 생명을 포기한 한미쇠고기 협정은 무효화되어야 하며, 한국 국민의 권리를 위해 한미FTA를 조기에 비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3신 : 19일 오후 3시 50분]"특정위험물질(SRM)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주최로 19일 오후 서울의대 동창회관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정해관 성균관대 의대 교수가 '새로운 전염병 인간광우병(VCJD)의 역학과 전망'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남소연
우희종 교수에 이어 정해관 교수(성균관대 의대 예방의학과)가 '인간광우병(vCJD)의 역학과 전망'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정 교수는 영국·프랑스 등의 사례들을 근거로 인간광우병 잠복기, 유전자형에 따른 발병 위험도 등을 집중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인간광우병의 잠복기와 관련 "이종 프리온에 의한 질병이므로 잠복기간이 더 길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소 5년이지만 사람의 일생보다 길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90년대 중반 이후 공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해 지금은 (발병율이) 떨어진 상태이긴 하지만 최근 3년간 15명이 발병하는 등 앞으로 감소할지 증가할지 현재로선 추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인간광우병이 없어졌다고 얘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프랑스 자체에서도 앞으로 10명 이상 더 발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영국의 경우 애초 2010년까지 상당히 오래 지속하면서 몇백명이나 몇만명 더 발생하지 않겠느냐 하는 우울한 주장이 있었지만 우리 예상보다 빨리 감소하는 추세"라며 "올해 들어 발생한 환자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현재 영국은 종식기에 가까워 보이나 이는 MM형에서 발생한 것을 기준으로 추정한 것"이라며 "프랑스의 경우 MM형 유행의 정점을 향해 진행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잠복기가 길고 저향력이 더 높다는 VV/MV형의 유행이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증상 환자와 임상 전 환자의 규모에 대한 파악이 충분하지 않지만 긴 잠복기를 가진 환자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유행이 종식됐다고 하려면 앞으로 최소 50년 이상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향후 5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추적 관찰과 감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이어 정 교수는 "쇠고기와 부산물 수입과 관련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소에서 푸드체인(food chain)으로(2단계), 푸드체인에서 인간으로(3단계), 인간에서 인간으로(4단계) 전염되는 단계를 거친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3단계까지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종간 장벽 때문에 광우병이 푸드체인을 오염시키더라도 인간까지 오염시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광우병이 사람에게 넘어와 인구집단에서 유행하면 종간장벽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이는 광우병이 한국인에게 발병하면 종간 장벽조차 무너져 이전단계보다 빠르게 전염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포함된 부위가 들어오면 파기하거나 다른 동물의 사료로 가야 하는데 그것이 사람의 입으로 들어온다"며 "우리나라처럼 다량의 SRM에 노출된 경우는 드물다"고 우려했다.
그는 "SRM 등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SRM에 대한 규정은 국민의 식성을 고려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쇠고기 수육이나 꼬리곰탕 등의 재료가 되는 SRM의 국내 유입 차단과 함께 푸드체인의 안정성 확보도 강조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주최로 19일 오후 서울의대 동창회관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정해관 성균관대 의대 교수가 '새로운 전염병 인간광우병(VCJD)의 역학과 전망'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남소연
"광우병 발생하면 천문학적 비용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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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관 교수(성관관대 의대)는 이날 토론회에서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라고 물은 뒤 "의료행위의 안전문제가 직접 영향을 받는다"고 자답했다.
그는 광우병의 발생지인 영국의 경우 환자와 그의 가족에게 1인당 2만2000파운드(약 5000만원)가 지출된다는 점을 들어 "우리도 영국의 절반 정도는 지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광우병 발병의 문제는 개인이 지출해야 할 비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정 교수는 전염을 막기 위해 의료기구 등을 교체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기구의 소독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영국의 경우 2억파운드(약 3750억원)"라며 "전체 수술기구 소독과 1회용 (의료기구) 교체 비용까지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런 비용 외에도 ▲수혈 안전을 위한 비용 ▲건강진단, 수술적 치료, 수혈 등을 기피함으로써 발생하는 질병 희생자 ▲국가적 신인도 하락, 의료산업 불황, 관광기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등도 추가로 언급했다.
그는 "인간광우병 환자로 인한 국가손실은 일반 위험에 비해 월등히 크다"며 "따라서 발생환자 '0명'을 기준으로 모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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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9일 오후 2시50분] "광우병이 전염병 아니라고? 정부가 '괴담' 유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