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 잘못한 것이 없다로 들립니다

등록 2008.05.22 14:17수정 2008.05.22 14:17
0
원고료로 응원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군요.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경제만은 반드시 살리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일해왔고, 광우병은 괴담이며, 정부는 소통에 소홀한 잘못이 있지만 추가협의를 통해서 모두 해결되었다. 지난 10년 세계경제가 호황을 누렸지만 우리는 흐름을 타지 못했다. 지금은 70년대 오일쇼크 이후로 최대위기이다. 우리는 통상으로 먹고살기 때문에 FTA가 급하고 중요하다. 한미FTA는 지난 정부와 17대국회의 성과이다. 앞으로 더욱 낮은 자세로 잘하겠다.'

 

경제만은 살리겠다고 열심히 일해왔다니 이 무슨 해괴한 말입니까? 한국 경제가 언제는 죽었습니까? 2만불에 근접한 나라치고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 왔습니다. 수출도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DP)도 증가했습니다. 지표상 매우 훌륭한 상태였습니다. 멀쩡한 경제를 어떻게 살립니까?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양극화였습니다. 경제를 살릴 것이 아니라 양극화를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엉뚱한 방향으로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걱정이 늘고 있는 것이죠.

 

광우병이 과연 괴담입니까? 광우병에 관한 괴담을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어린 학생들조차 비교적 상세히 사안을 파악하고 있으며 뚜렷한 자기주장이 있습니다. 오히려 괴담은 정부와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이 만들고 있습니다.

 

전 정권이 할 때는 그렇게 위험하던 광우병이 왜 갑자기 그렇게 안전해진 것일까요? 괴담이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들이 확대재생산되는 것인데 지금 거짓이라고 할 만한 주장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소통이 소홀했다고 사과했군요. 정부가 일은 다 잘했는데 단지 국민에게 설명이 부족했다는 주장인 모양이죠? 정부가 과연 잘못한 것이 없나요? 단지 국민에게 적절히 알리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 잘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잘하는 정부를 이해하지 못한 국민의 잘못이 크겠군요. 정부가 어떻게 모든 것을 다 설명하고 소통하겠습니까? 국민들이 알아보고 파악해야 할 점도 있는 법입니다. 결국 그렇게 일 잘하는 정부를 이해못하고 반발하는 국민이 죄인입니다.

 

추가협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요? 해결된 것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만 해결되었다고 하니 살펴봅시다. 월령문제, 선진회수율 문제, 동물성 사료강화 조치문제, 광우병 발병시 즉각 수입중단, 상위인 협정은 그대로 두고 하위인 서한으로 교환한 것의 효력문제, 추출 및 파생제품의 위험성 등 따지고 보면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미국이 그렇게 호락호락 이미 맺은 협정을 양보하고 후퇴할 리도 없을 겁니다. 뭐가 해결되었다는 겁니까?

 

지난 10년 세계경제가 마치 큰 호황을 누린 것처럼 주장하고 있군요. 규모가 큰 개발도상국들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지만 사실 엄청난 호황을 누린 나라도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흐름을 벗어나서 정체되거나 퇴보한 것은 양극화 외에 거의 없습니다. 적절히 잘 성장해 왔습니다.

 

또 지난 10년은 한나라당 정권이 이미 엎질러 버린 외환위기를 수습하느라 온 국민이 고통을 감내했던 10년입니다. 지난 10년의 정권을 은근히 비난하는 것은 제얼굴에 침뱉기입니다. 정체된 것도 별로 없지만 문제의 모든 근원은 바로 외환위기였습니다. 엉뚱한 곳으로 책임을 돌리지 마세요.

 

지금 우리 경제가 무척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정권만 바뀌면 바로 투자가 일어나고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하더니 왜 이 모양입니까?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위기라는 것은 거짓말 아닙니까? 1997년 외환위기는 오일쇼크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한국경제의 뿌리부터 모조리 흔들렸던 대사변이었습니다. 국민의 정부는 그런 사정 위에 집권했습니다. 수습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일도 있습니다. 그 여파가 카드대란이나 부동산 폭등 그리고 국가 채무의 증가로 나타났습니다. 누가 유발한 것입니까? 지금의 집권세력과 한집안이 맞지요?

 

우리 경제가 통상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난 참여정부 5년간 수출이 2배, 3배로 증가하였습니다. 한미FTA가 없었어도 그렇게 통상대국으로 변모한 것입니다. 그것을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경제가 죽어간다며 살리겠다고 집권한 현 정권이 아니던가요?

 

그렇다면 수출을 5배, 10배 늘려서 우리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야할 것 아닙니까?FTA가 아니라도 그것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다름없지 않나요? 언제 FTA가 비준되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했나요? 그냥 무조건 대통령만 바뀌면 살아날 거라 주장한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한미FTA가 지난 정부의 실정인지 성과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난 정권이 협상을 마쳤다는 사실입니다. 17대 국회가 많은 검토를 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현 정권의 경제살리기는 전 정권이 만들어둔 한미FTA를 토대로 성립하는 것인가요? FTA없이도 살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사람들은 속은 것인가요?

 

물론 17대 국회가 맡아서 처리하는 것이 옳다는 원론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쇠고기 협정을 그렇게 만들어서 일을 어렵게 한 것은 누구입니까? 또 전 정권이 모두 저질러놓은 일을 설거지했다고 주장하실 셈인가요? 쇠고기 협상을 할 때는 이런 파장조차 예측을 못하고 저지른 것입니까?

 

18대 국회로 넘어가면 새로 검토를 해야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국회의 검토기록은 모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부지런히 공부해서 한나라당이 압도적 우위인 18대 국회에서 책임지고 통과시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책임도 져야겠죠. 그렇게 한미FTA가 전 정권의 성과라고 한다면 그것을 현정권이 승계하겠다는 의지 아닙니까? 책임도 지면 되는 겁니다.

 

앞으로 더욱 낮은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말은 솔직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국민이 그렇게 안된다는 일을 여전히 밀어붙일 심산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인적쇄신이 언급조차 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운하가 안된다니 이제 치수공사로 우회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불법 또는 편법을 저지른 측근들을 교체하지 않고 버티기 때문입니다. 과연 뭐가 낮은 자세입니까? 말하는 태도만 싹싹하고 내용은 매우 불손한 사람을 만나는 기분을 아시는지 모르겠군요.

 

전체적으로 정권이 잘못한 것은 없는데, 국민들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모자랐다고 주장하는 담화문 같습니다.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했는데 국민이 무식하고 몰라서 불만을 표하고 있다는 말과 무엇이 다릅니까?

 

결국 모두 주권자인 국민의 잘못이라는 말로 들립니다. 하긴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정권을 선택한 것도, 국회의원을 선택한 것도, 지방선거에서 투표한 것도 모두 주권자인 국민이 맞습니다. 하지만 뽑힌 사람이 뽑아준 국민에게 잘못을 돌려서는 안되는 겁니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실책과 오류를 정확히 적시하고 참회의 뜻을 밝히는 것이 진솔한 사과로 국민에게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어물쩡 잘못한 것은 별로 없지만 미안하다고 말해서는 진실한 화해가 불가능합니다.

 

화해의 시작은 잘못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직시하여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다음입니다. 용서를 구하는 일이 마지막입니다. 물론 받아줄 것인지 아닌지는 상대가 결정하는 것이죠. 인정하지 않는 잘못을 말로만 사과하는 일은 진실해 보이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5.22 14:17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대통령 담화문 #경제살리기 #광우병 괴담 #한미FTA #남탓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또 틀렸다... 제발 공부 좀
  2. 2 한국에서 한 것처럼 했는데... 독일 초등교사가 보내온 편지
  3. 3 임성근 거짓말 드러나나, 사고 당일 녹음파일 나왔다
  4. 4 저출산, 지역소멸이 저희들 잘못은 아니잖아요
  5. 5 '최저 횡보' 윤 대통령 지지율, 지지층에서 벌어진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