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 장군봉 정상의 기기묘묘한 바위. 마니산을 지키는 장군님이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다.
전갑남
이른 아침, 감자밭 고랑을 매기 시작했다. 감자밭 김을 이번에 잡아놓으면 풀과의 씨름은 끝날 것 같다. 감자꽃이 피고, 밑이 들기 시작하면 풀 자라는 것은 겁나지 않다.
밤늦게까지 울어대던 개구리소리가 잠잠하다. 목청껏 노래를 불렀으니 지치기도 했으리라. 뒷산에서 휘파람새가 목청을 다듬는다. 무슨 신나는 일이 있어 아침부터 휘파람을 불까? "구구구우! 구구구우!" 산비둘기도 휘파람새 소리에 맞장구를 친다.
나를 부르는 건가? 쉴 새 없이 들리는 새소리 유혹에 김매는 일이 짜증난다. '그래 산에 오르자! 밭일이야 내일 하지 뭐!'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 집 뒷동산 마니산에나 올라보자. 어떤 녀석들이 불러대는지 가까이 만나보자. 신록이 뿜어내는 맑은 기운을 받고 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함께 할 길동무가 없을까? 옆집아저씨가 생각났다. 아저씨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산길을 걸으면 얻는 게 많다. 아저씨는 세상사는 이치며 내가 모르는 자연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다.
마침 밭에서 아저씨도 일을 하고 계신다. 아저씨께 여쭈었다.
"아저씨, 오늘 바쁘셔요?" "뭐 좋은 수 있남?" "저랑 장군봉이나 오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왜 밭일 안하고?" "만날 밭일에만 매달리나요." "그래 맞아. 가끔 쉬기도 해야지. 장군봉? 좋지! 장군님의 미소를 또 보겠구먼." 산에 가자면 마다할 아저씨가 아니다. 막걸리 한 통에 마른 오징어 한 마리, 그리고 떡을 준비했다. 간단히 배낭을 꾸려 발걸음 가볍게 출발했다.
고샅길을 따라, 나무꾼이 나무하던 길을 따라
민족의 영산이라는 마니산. 마니산은 전국적으로 기(氣)가 가장 세기로 유명하다. 정상에는 단군께서 하늘에 제를 올렸다는 유서 깊은 참성단이 있다. 주말이면 주차장이 넘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마니산 산행은 우리 동네 화도주차장에서 오르거나 정수사·함허동천 쪽의 왼쪽 능선을 타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오른쪽 능선에 있는 장군봉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정상에 표지석이 없으니 '장군봉'이란 이름도 생소할 수밖에. 요즈음 마니산을 종주하는 사람들이 늘고부터 장군봉이 많이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