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회+ 오징어회, 그리고 자장면의 동침

모든 것이 셀프서비스인 횟집에 가다

등록 2008.05.24 14:10수정 2008.05.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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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안주거리가 싱싱한 광어회다. 싱싱한 광어회에다 소주 한잔을 생각하면 침이 꼴깍 꼴깍 절로 넘어 가는게 술꾼들의 인지상정.


안양에 일을 보러갔다가 일을 마치고 나니 오후 6시가 넘어간다. 술꾼이 술시를 챙기지 않으면 큰일난다며, 남은 일을 더 해야 한다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 <안양뉴스>이민선 기자의 팔을 잡아끌고 마춤한 식당을 찾아나섰다.

안양역 주차장 인근이다. 발걸음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마춤한 술집을 찾는데 눈에 딱 들어오는 가게가 보인다. 바로 싱싱한 회를 파는 횟집이다.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쓰윽 훝어보고는 마춤한 가격대의 회를 주문했다. '광어+오징어'세트가 2만원이란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양이 물가가 싸다고 하더니 정말인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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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듯 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회를 즐길 수 있는 이런 횟집을 나는 상당히 좋아한다. 오늘의 주무대인 삼광수산 전경이다. ⓒ 추광규



우리 가게는 '술'은 안파는데요!


한참을 기다려도 나올 것이 안 나온다. 바로 술하고 밑반찬이다. 횟집에 가노라면 으례 나오기 마련인 꽁치구이라든지 회를 먹기전에 비어있는 속을 채워줄 밑반찬을 이 집은 차려내올 생각을 도통 안 했다.

주인장은 가게 앞쪽에서 회를 썰기에 여념이 없다. 아주머니만 이것저것 매만지면서 다른일에 열중하고 있다. 슬그머니 짜증이 치솟기에 다시 한번 소주 한병을 먼저 가져다 달라고 주문을 했다.

"아주머니 아까 소주 한병 시켰는데요?"

되돌아 오는 답변이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저희집은 술을 안파는데요!"
"엥? 그게 무슨 말이예요?"
"저기 벽에 써놓은 것 처럼 물과 함께 모든 것은 셀프서비스구요. 술을 자시고 싶으면 옆에 슈퍼에서 사다가 마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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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와 함께 술과 음료수는 슈퍼에서 사다 먹으라는 공지가 당당히 붙여져 있다. ⓒ 추광규


아주머니의 말에 벽으로 시선을 돌리니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글귀가 떡 하니 벽을 장식하고 있다.

'술과 음료수는 슈퍼에서 사다 드세요'.

한참 동안을 글씨를 들여다 보고 생각을 해봐도 내 상식에서는 쉽게 받아 들여지지 않으니 궁금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물어 볼 수밖에.

"술을 사다가 먹으라구요?"
"네. 사장님의 영업방침이에요. 횟값을 최대한 싸게 하기 위해 저희 가게는 회 이외에는 아무것도 서비스 하지 않는 답니다."

술을 안파는 이유가 종교적인 이유는 아닌 듯 했다. 한 번 더 물었다.

"왜 그런 방침을 가져가는데요?"
"술 내오고 그릇 같은 걸 씻을려면 한 사람이 더 필요하고 한 사람 더 있으면 가격을 그 만큼 올려받아야 하고 그러면 손님들에게 부담이 가니까. 먹고 싶은 만큼 술은 바로 옆 가게에서 사다가 먹으시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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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사장은 자신의 이름을 김재만이라고 소개했다. 김 사장은 가게 문 앞쪽에서 회를 써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 추광규


뭐 그렇다면 수긍 못할 이유가 없다. 곧 바로 옆에 있는 슈퍼로 가서 소주 한 병과 맥주 팻트병 1.6L 짜리 한 병을 5700원을 주고 사들고 오는 수밖에. 하지만 술을 사들고 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술'은 물론이고 '밥'도 안팔아

술을 사와 잔을 따르는 도중 먼저 '오징어회'가 먹기 좋게 썰어져 상에 놓여진다. 야채 또한 별도로 시켜야 한다고 해 주문하니 배추속 등이 먹음직 스럽게 차려진 야채 한바구니가 금새 나온다. 가격은 3000원이다.

오징어는 1년살이다. 여름과 가을 겨울 성장을 한 오징어는 지난 초봄무렵 산란을 한 후 수명을 마친다.

5월말에는 초봄에 태어난 오징어들이 한창 성장해 가고 있어 그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해 회로 먹기에는 시기가 딱 좋다.

소주를 먼저 한잔 입속에 털어넣고 노란 배추 속 위에 잘게 썬 오징어 회를 얹고 여기에 쌈장, 마늘을 곁들여 입안에서 오물거리니 그 맛이 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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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야채 한바구니가 삼천원 이란다. 야채가격은 별도로 받는 것이다. ⓒ 추광규


오징어회 맛을 한참 즐기고 있을때 광어회도 나왔다. 광어회도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의 일환인듯 무채위에 광어를 썰어 놓은 게 아니라 접시 위에 바로 썰어 놓았다.

몇년 전 부산쪽에서 '누드회'라 이름 붙인 그런 방식이다.

회는 양이 조금 밖에 안나오기 때문에 풍성하게 보이게 하고, 외부 온도에 변화를 덜 받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통 채썬무 위에 얹어서 나오는데 이걸 생략한 것이다.

어쨌든 가격이 싸니 그 정도는 무시해도 될법 하다. 상위에 나온 광어도 대충해 600g짜리 광어를 잡은 듯 하다. 그정도 크기면 싼 횟집에서도 보통 4~5만원은 받는다.

오징어 1접시에 광어 1접시니 5만원은 훌쩍 넘는 가격인데도 2만원에 나오니 무척이나 가격이 싼 편이다. 게다가 술 또한 사다가 먹으니 주머니 사정을 꽤나 헤아려 주는 셈이다.회로 슬슬 배를 채워가니 이제는 매운탕에 밥 한공기를 겉들여야 할 것 같았다.

"아주머니 여기 밥 세 공기 주시구요. 매운탕도 주시면 좋겠는데요!"
"밥은 안파는데요!"
"엥?. 밥도 안팔아요?"
"네. 밥 자시고 싶으면 앞에 백반집에서 시켜서 자시면 되는데요!"

별 수 있는가. 백반을 먹기 싫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 한참을 궁리하다 자장면으로 합의를 보았다.

"여기 삼광수산인데요 삼선자장면 하나요!"
"네! 잘알겠습니다."

중국집도 이 집을 잘 알고 있는듯 했다. 삼광수산이라는 이름을 말하자 위치도 물어보지 않고 이내 전화를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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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회+ 오징어회...그리고 삼선자장면의 동침이다. ⓒ 추광규


"저렴한 가격에 회를 즐기게 하기 위한 방법"

회를 써는 일이 한가해졌는지 가게 밖에서 분주한 손놀림을 계속하던 이 가게의 사장님이 홀안으로 들어온다. 그를 붙잡고 궁금한 사항을 물었다. 가게 주인은 김재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횟집에서 술도 안팔고 밥도 안파는 상당히 특이한 영업방식을 고수하는데 그 이유는 뭡니까?"
"간단하지요. 최대한으로 저렴한 가격에 회를 즐기시라고 이런 방식을 가져가고 있습니다.박리다매를 노리는 거지요"

계속해서 궁금한 사항을 물었다.

"가게를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는데요?"
"그 동안 안양시장 안쪽에서 주방일도 보고 횟집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제 가게를 차리고 싶어서 시작한게 일주일쯤 됩니다. 가진 돈에 맞추어서 이 가게를 얻었고. 손님들이 가장 싸게 회를 즐길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술도 손님이 사다 자시게 하고 밥도 안팔고 그렇습니다."

주인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다른 손님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물었다. 이 가게의 영업방식이 어떻느냐는 물음에 손님들의 반응은 좋다는 측과 조금은 불편하다는 반응이 섞여 나왔다.

근처에 살고 있다는 조 아무개(여)는 "너무 밋밋하다. 금정역쪽 포장마차의 경우 옥수수하고 조개탕 국물이 나와 속을 달랠 수 있는데 이 집은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님은 만족하다는 답변이다. 유 아무개(남)는 "싼 가격으로 다양한 회를 즐길 수 있어 좋다. 가격이 싼게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횟집에서 '술'도 안팔고, '밥'도 안파는 영업방식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두사람의 일행이 추가로 합류해 먼저 시킨 안주에다가 해삼+전복 한셋트 1만5천원짜리를 더 시켜서 먹은 후 가게를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내기를 한다.

"저 집이 대박날까? 아니면 영업 방식이 조금 바뀔까?"

우리 일행의 답은 후자였다.  '술'은 팔지 않겠지만 다른 일체의 서비스가 없는 것은 조금 수정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 같다. 어쨌든 광어+오징어+해삼+전복 등 총 4접시의 회를 네명이 먹고 지불한 돈은 3만 8000원이 전부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삼광수산 #안양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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