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비지난 23일 오후 5시 경기도 구리시에서 열린 광개토태왕비 제막식 현장. 천에 싸여 있는 비 뒤로 광개토태왕 동상과 고구려고분벽화인 수렵도가 그려진 아파트가 보인다.
최육상
중국 지린성(吉林省)에 위치한 광개토태왕비를 실물 크기로 복원한 비가 경기도 구리시에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지난 23일 오후 5시 진행된 ‘광개토태왕비 제막식’에서 일반에게 공개된 광개토태왕 복제비는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세워진 것이다. 하지만, 이 비는 그동안 전쟁기념관과 독립기념관 등에 세웠던 5개의 복제비들과 비교할 때, 역사적 의미는 물론이고 학술적 가치와 완성도 등에서 단연 뛰어나다는 것이 복제ㆍ건립과정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실제 이번의 복제비는 여러 종류의 탁본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 비문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물론이고, 실물과 가장 일치된 외형을 지녔으며 또한 지난 2002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운 광개토태왕 동상과 함께 나란히 늘어서 있는 등 역사적 가치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비문고증을 담당했던 서영수 교수는 ‘비문소개’에서 "태왕비는 19세기말 재발견된 이후 세계학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으나 모두 고구려의 영광을 노래한 것은 아니었다"며 "일본 참모본부에 의해 비문의 일부가 변조, 왜곡되어 왜의 한반도 진출의 근거로 이용되었으며, 최근에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고구려가 중국사라는 역사왜곡의 상징물이 되기도 하였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어 "오늘 세운 ‘원형복제비’는 고구려 역사의 영광을 재현한 것인 동시에 문화재 복원의 이정표가 될 것이며 나아가 고구려의 기상을 되살려 우리 미래의 지향점을 알려주는 좌표가 될 것"이라며 "기존의 복제비는 원형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이번 복제비는 한중일 3국의 대표적인 원석정탁본을 토대로 정밀하게 고증하고 예술혼을 새겨 되살린 것으로 문화의 재창조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순 구리시장은 식사를 통해 "중국은 지금 우리 국민들이 태왕비 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시할 뿐만 아니라, 태왕비를 유리창 안에 가둬놓고 하나의 단순한 관광상품으로 전락시켜버렸다"고 지적하며 "이번 복제비의 건립을 계기로 민족역사상 가장 뛰어난 제국이었던 고구려의 기상이 다시 한 번 힘차게 웅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