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짓이 아니고 일종의 '합체'지 "

[성교육도 시작이 반 1] 시작해야 하는 데 입이 안 떨어진다고요?

등록 2008.05.24 16:15수정 2008.05.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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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 애만 둘이다. 그래서 솔직히 성추행, 성폭력 등의 단어를 접할 때 딸을 둔 부모들만큼 떨지는 않는다. 그러나 반면에 딸 둔 부모보다 더한 책임감을 느낀다. 드러나는 것으로 봤을 때 남자들이 가해자인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성의식을 갖춘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어떨 땐 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여자에 너무 관심이 많을까 걱정이고 또 어떨 땐 너무 관심이 없어 독신을 고집할까 걱정이다. 물론 결론이야 타고난 제 성적 취향대로 살겠지만 그 성적 취향의 발산이 그릇되지 않으려면 양육과정에서 적절한 조언을 해주어야겠기에 부모로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올봄 계속해서 아동 성폭력 사건이 터지면서 올해 초등 3학년인 첫째 아이 성교육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막연히 학교에서 알아서 가르쳐 주겠지 했는데 학교는 아직 아이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줄 만큼 속 시원한 성교육을 해주지는 않는 것 같았다.

성교육, 시작은 어려우나 '시작이 반'

"엄마, 아기는 어떻게 낳아?"
"동생 낳을 때 봤잖아."
"다 까먹었다. 설명해줘."
"학교에서 배웠다며? 3억 마리의 정자가 죽을 힘을 다해 달려 난자에 일등으로 도착한 놈이 난자에 들어가면 임신이 되는 거라며?"
"그러니까. 정자는 남자 고추에 있고 난자는 여자 자궁 속에 있는데 어떻게 만나냐고?"
"그래, 핵심을 찔렀다. 좋은 질문이다."(웃음)

그러나, 아는 것 많은 어른인 나는 괜히 얼굴이 붉어지면서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야, 질문은 좋은데 엄마가 지금 바빠서 이따가 저녁에 확실하게 대답해 줄게."
"지금 해줘."
"지금은 아직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안돼서 이따가 밤에 잘 때 해줄게, 진짜."
"알았어. 안 해 주기만 해봐라."

일단 미루기는 했으나 구체적 설명을 하자니 걱정이었다. 그러나 어른인 내가 쑥스럽다고 얘기를 못 꺼내면 갈수록 더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녀석이 잊어버리더라도 내가 상기시켜 들려주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윽고 밤, 불 끄고 취침 완료 상태에서 말문을 열었다.

"개구리가 한꺼번에 알을 많이 낳고 그 알들이 다 올챙이가 되듯이 사람도 3억 마리의 정자가 3억 개의 난자를 만나 다 임신을 한다면 니 그 자식 다 키울 수 있겠나?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응"

"그래서 하느님은 인간에게는 좀더 특별한 공법으로 아기를 만들도록 남자와 여자를 각각 특별 설계했어. 난자는 한 달에 두 개만 만들어 지게 하고 정자는 더 건강한 정자에게 선택권을 주려고 그냥 3억 개가 만들어지도록 놔뒀어. 아, 동물도 인간하고 비슷한 공법으로 새끼를 낳아. 임신 기간이 길면 한번 임신에 하나 밖에 못 낳게 만들고 임신 기간이 짧으면 돼지나 개처럼 한꺼번에 여럿을 낳기도 하지."

"짐승들은 몇 달 만에 새끼를 낳아?"
"소는 사람과 같이 열 달 만에(280일) 낳고, 돼지는 백일 조금 지나면(114일), 그리고 개는 두 달 만에(63일) 낳아."
"새는?"
"새? 새는 나도 몰라. 그건 나중에 알아보고 너가 엄마에게 알려주라. 아무튼 사람은 한번에 하나, 아주 가끔은 둘, 아주 드물게는 세쌍둥이까지도 낳을 수 있어."
"그렇군."

"학교에서 배운 대로 남자 성기는 밖으로 나와 있고 여자 성기는 안으로 들어가 있잖아?"
"응."
"그러니 어떡해야 하겠어?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성기 안으로 들어가야 되겠제? 그래야 자궁 속에 있는 난자를 만날 수 있겠제?"
"그치만 팬티가 있잖아?"

"팬티를 벗어야지. 남자도 여자도."
"뭐, 팬티를 벗어? 에이, 변태, 쑥스럽잖아."
"쑥스러우니깐 아무 데서나 벗으면 안 되고 지금처럼 밤이거나 남들이 안 볼 때 몰래 벗어야겠지. 그런데 또 문제가 있어. 니 고추를 봐. 그렇게 물렁한 상태에서는 여자 성기속으로 들어갈 수 있겠나?"
"못 들어가지."

"막대기처럼 딱딱해야 들어갈 수 있겠제? 저번에 니 동생 고추 갖고 장난치니 고추가 단단해졌제. 그렇게 단단해졌을 때 여자 성기로 들어가서 니가 오줌 누고 싶을 때처럼 정자를 싸고 싶을 때 싸면 오줌이 나오듯 정자도 나오는 거야."
"정자는 어떻게 생겼어?"

"현미경으로 보면 학교에서 봤을 때처럼 그렇고, 눈으로 보면 돈가스 먹을 때 나오는 크림스프처럼 생겼어. 글쎄 양은 스푼 한 숟가락 정도?"
"엄마, 단단한 고추를 여자 성기에 넣었는데 정자는 안 나오고 오줌이 나오면 어떡해?"

"좋은 질문! 그렇잖아도 하느님도 그 걱정을 했단다. 오줌과 정자가 나오는 길을 하나로 만들었는데 만들고 보니 둘 다 동시에 나오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었지. 그래서  정자가 나올 때는 오줌이 못 나오게, 오줌이 나올 때는 정자가 못 나오게 자동 차단되는 특수설계를 해서 그럴 문제는 전혀 없단다."

"그러면 남자, 여자 둘 다 팬티를 벗고 몸과 몸이 맞닿아야겠네?"
"그렇지. 닿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성기로 들어가서 정자를 싸야지. 그래야 그 다음 정자가 초고속으로 달려서 난자에 도달할 거 아이가."
"에이, 변태!"
"변태는…. 인류 역사는 다 그렇게 해서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진 거야."
"나는 독신으로 살 거다. 우리 친구들하고 약속했다."

"그래. 우선은 독신으로 살다가 마음이 변하면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그래라. 엄마처럼."
"그러니까 결국은 엄마도 아빠랑 그랬겠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대략 위와 같은 얘기가 오고간 끝에 녀석은 잠이 들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는 두 번, 외할머니는 다섯 번 했겠네?"

며칠 후. 아직 3학년인 아이에게 은유 없이, 너무 구체적으로 얘기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게 아닐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혹시 특이한 행동을 보이나 관찰을 했는데 녀석은 우려 아닌 웃음을 주어 배꼽을 잡았다.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는 두 번, 외할머니는 다섯 번 했겠네. 그리고 외삼촌은 세 번, 큰 이모는 다섯 번, 큰아빠는 한번…. 그러니까 자식을 낳은 어른들은 다 그 변태 짓을 했다는 것 아냐?"

"야, 변태 짓이 아니고 일종의 '합체'라고 해야 맞는 거야. 고귀한 생명의 탄생을 위하여 서로 좋아하는 남자와 여자가 잠시 합체하는 거야. 이 합체는 처음에 말했듯이 독특한 공정이자 생명 탄생이라는 엄숙함이 깃든 행위기에 꼭 둘 다 좋아서 할 때만 선한 행위야. 즉, 어느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덤비면 그게 바로 '성폭력'이고 '성추행'인거야. 성폭력? 성추행? 많이 들어본 말이제? 그건 감옥 가야 하는 나쁜 짓이야." 

아무튼, 이렇게 해서 어렵던 성교육의 서막을 열었다(웃음). 역시 시작이 반이었고 그 다음은 쉬웠다.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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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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