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부부 팀 '실부플레'의 '우스꽝스러운 흰옷 커플'은 쿠하처럼 아주 어린 아이들의 웃음까지 자아내게 합니다.
정진영
'이외수' '마임' '안개' '요잔 손민규'.'춘천' 하면 떠오르는 존재들입니다.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이 없었다면 오늘날 춘천이 문화적이고 조용한 이미지의 도시가 되었을까요? 저를 포함해 춘천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감사해야 할 분입니다.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마임은 절제된 언어 때문인지, 과장된 몸짓 때문인지 보고 나면 여운이 오래 갑니다. 동작 하나가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서는 두고두고 곱씹으며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어 좋아합니다. 일부러 춘천까지 와서 볼 만큼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춘천의 명물 안개는 사람을 차분하게 합니다. 외지에서 놀러왔을 때는 강가에 퍼진 안개가 괜히 뭔가 있어 보이는, 분위기 잡기 좋은 무대 배경 같았습니다. 지금은? 자동차 전조등과 미등을 줄곧 켜야 하는, 매캐한 기운이 아이 감기에 안 좋을 것 같아 귀찮고 피하고 싶은 우울한 날씨일 뿐입니다. 너무 많이 변했죠?
마지막으로 요잔 손민규님은 오늘날 쿠하네 집이 만들어지는 데 적잖은 공헌을 하신 분입니다. 오쇼 라즈니쉬의 제자로 왕성한 번역 작업을 한 명상인입니다. 류시화 시인과 함께 라즈니쉬를 알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는데, 두 사람을 생각하면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이 떠오릅니다. 류시화 시인의 글이 여성적이고 유려해서 다보탑 같다면, 손민규님의 글은 남성적이고 간결한 힘이 잘 살아있는 석가탑입니다.
명상서적 번역자와 쿠하네 집이 무슨 상관이냐고요? 쿠하 아빠와 저는 요잔님이 번역한 책을 빌려 주면서 친해지기 시작했고, 몇 년 간 그 분이 만든 홈페이지에서 놀며 연애한 끝에 결혼에 성공했으니까요.
조용한 도시에 벌어지는 몸짓의 난장 춘천에 사는 기쁨 가운데 산과 물이 많이 보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다양한 축제입니다. 사람 많이 모이는 곳과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지만, 축제장에서는 소음마저 즐겁습니다.
해마다 5월 마지막 주에는 호반의 도시 춘천에 도깨비 난장이 벌어집니다. 도시 곳곳에서 길거리 공연을 볼 수 있고, 고슴도치 섬에서 밤새 공연을 볼 수도 있습니다. 집 앞에서 벌어지는 축제지만 그림의 떡입니다. 실내 공연이 5세 이상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마음'만 있다면 '마임'은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닭갈비 골목으로 유명한 춘천 명동이나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거리 공연에는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