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혜씨(미슈타르)30대 주부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정부가 주부들을 힘들게 하는 정책만 발표하는 것을 보고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장태욱
홍씨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중 '의료보험민영화와 당연지정제 폐지'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돈이 없으면 민영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을 것이고, 그러면 결국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해서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물음에 답할 때 정부의 정책을 열거하는 수준을 보면 "그간 정치에 무관심했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들렸다.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강사라서 그런 것일까?
"이명박탄핵연대 카페에 가입한 후 한 달 간 저도 모르게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여자가 한 달 만에 당당한 시민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아직도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촛불집회에 참여하기를 망설이는 주부들에게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부들이 나서야 우리 가정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자리에 참석한 세 여성 중 막내인 부성희(ID I love me, 28세)씨는 대학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으며 아직 미혼이다.
"국가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해야"지난 대선 정국 당시 공약을 발표할 때 나라 말아먹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선거에서 당선된 후 인수위시절 보여준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원들의 행보를 보면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인수위 시절 발표한 정책을 보면 서민들을 배려하는 내용이 단 한 가지도 없었습니다. 영어몰입교육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영어 과외열풍을 일으켜 경제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교육에서 탈락시키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가 없었어요.당선이 된 다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장애인 무상교육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겁니다. 장애아 교육 문제는 비단 장애아 개인의 불편 문제가 아니라 그 가정의 빈곤의 문제와 겹쳐져서 나타납니다. 부모 중 장애아를 뒷바라지하는 사람은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없잖아요. 결국 그 가정의 빈곤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국가는 이런 국민을 보호해야하는데, 그들에게서 지푸라기 같은 희망마저도 뺏어가려 하잖아요."소위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며 취업에 목숨을 걸고 있다는 20대 젊은이들을 향해서도 부씨의 시각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언론은 지금 20대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사회 참여를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는 같은 시간에 이 일대 시청 골목 술집에는 학생들이 넘쳐납니다. 취업난을 겪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만 젊은 지성인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후배 중고생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