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여자, 김하리가 쓴 수필집

[서평] <푼수가 그리운 시대>

등록 2008.05.28 19:03수정 2008.05.2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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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 갑을패

시인이며 작사가인 김하리(53)선생이 수필집 <푼수가 그리운 시대- 도서출판 갑을패>을 지난 24일 출간했다.

 

그동안 <버스 꽁무니에 매달려 휘파람을 불며>를 포함하여 8권의 시집과 시낭송 음반, 시화전 등을 열기도 했던 그가 (작고 소중한 것들에 관한 명상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수필집을 출간하였다.

 

시인 김하리는 수필집<푼수가 그리운 시대>를 통하여 가끔 생각이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꽉 채워져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사람보다는 약간 비어 있어 여유가 있는 넉넉한 사람으로 해석하고 싶다며 자신은 영원한, 귀여운 푼수로 살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작고 소중한 것들에 대한 명상으로 인연은 참으로 소중하다. 인연을 소중히 하며 평생을 살았다면 나름대로 잘 살아 온 인생이라 말할 수 있다. 인연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을 갖고 있어서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살아가면서 언제 누구를 만날 것이며 누구와 사랑을 할 것이며 누구와 사업을 할 것이며 누구와 친구가 될 것이며 누구와 부부가 될 것인가 하는 것들은 계획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또 스스로 글쓰기 공부를 하면서 신문을 보다가 내 눈길을 강하게 붙잡고 놓아 주지 않는 글귀가 있어 오려서 아직까지 일기공책 갈피에 붙여 놓고 힘들 때마다 꺼내어 읽곤 했다. 누렇다 못해 거무스름하게 변한 신문지는 삭아 버렸지만 내 오랜 숨결과 손길과 마을을 여러 번 채색해준 글귀만큼은 아직 생생하다. 아니 더 파랗게 살아있다고 아름다운 기억을 더듬고 있다.

 

아울러 나이를 먹으면서 삶을 관조하는 마음이 늘어 요즘 똥배가 조금씩 나오지만 개의치 않는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함을 즐길 줄 아는 여유도 생겼다. 나이 먹는다는 게 이런 점이 참 좋다. 살아있다는 것에 그저 고마워할 줄 아는 것 역시 나이를 먹으며 저절로 터득된 지혜이다. 나는 여전히 가끔 나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마다 가슴 속에 바다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 한다. '고향 닮은 바다를, 마음의 눈으로 그리워하며 찾아가기도 한다. 육안으로 보이는 바다만이 바다가 아니다. 때로는 어머니도 고향도 사랑하는 사람도 바다가 된다. 바다는 그리움이 때문이다'라며 인생과 사랑을 말하고 있다.

 

그는 운동화에 캐주얼차림을 자주 한다. 내가 즐겨 신는 신발은 운동화다. 똑같은 운동화가 여러 켤레 있다. 운동화를 즐겨 신다보니 자연히 옷차림도 티셔츠에 점퍼, 바지를 입게 된다. 바쁠 땐 남보다 시간 절약도 되고, 구두를 신을 때처럼 발을 삐거나 스타킹에 구멍 날 염려 안 해도 되니 더 좋다고 한다. 자유인다운 면모이다.

 

또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전기가 귀한 시절이라 가로등이 없이 캄캄한 밤길을 상대방의 발소리와 목소리만으로 인사하며 지나가던 일. 전교에서 몇 명 빼고는 보자기에 책을 싸서 어깨에 메고 다니던 학생들, 고무신을 철사나 실로 여러 번 꿰매신고, 몇 번이나 덧대어 꿰매 입은 옷, 식량이 모자라 학교에서 급식으로 주는 밀가루, 옥수수 빵과 유유가루를 타 먹던 일, 머리와 몸에 이가 많아 담임선생님이 줄을 세워놓고 디디티를 뿌려주던 일 등을 회상하고 있다.

 

가끔 고향의 흙냄새가 그리워 아파트 화단으로 나가 흙을 파고 손바닥에 놓고 코를 박고 킁킁거리는 고약한 습관을 밝히고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쓸 때면 몇 번이나 그대에게 보낼 편지를 쓰려고 펜을 들고 앉았습니다만 이렇게 망설였던 일은 처음입니다. 한 줄의 안부조차도 적질 못하고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라며 말하는 소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사진작가인 양아들 연준이에게 내 너를 만난 후 오히려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너를 내 가슴에 품는다. 생각하는 날부터는, 글쎄 누군가는 알 수 없지만 기쁨과 걱정과 사랑의 씨앗이 내 가슴 한 귀퉁이에서 자라나기 시작하더라고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들꽃을 좋아한다며 고상하고 화려한 꽃이 시들면 더 초라하지 않은가. 처음부터 그리 예뻐 보이지 않아도 은근하게, 시들어 가면서도 본디 모습을 지탱해내며 서서히 바뀌어 가는 들꽃의 자태가 인생의 단면을 보는 듯해서 좋다고 한다.

 

그래서 들꽃을 보고 있자면 나이를 먹고 늙는다는 것은 이해와 관용의 폭과 깊이가 넓어진다는 의미에 가깝다. 나이 들어서야만 가질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있다. 이런 이유로 오랜 된 것들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래 된 가구를 좋아하고, 오래 된 집을 좋아하고, 그리고 오랜 된 친구들과 오래 사귄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인생을 말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살면서 만난 한국의 아줌마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엄마들, 아줌마들의 열성적이고도 강한 모성애를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나름의 방법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대한민국 위대한 엄마들과 아줌마들은 인생을‘제 멋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제 맛대로 살고 있습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울러 자신의 자유로운 성격을 나는 구속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어디에 억지로 소속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확실한 마음이 가지 않으면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성이 강하다는 말도 듣기도 하고, 외로울 때도 있다. 하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옳다고 판단되는 길이며 외롭더라도 선택한다고 한다.

 

또한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선주, 수경 두 딸의 성장사와 함께 씨도둑은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정말 이상하리만치 부모와 자식은 어쩌면 그렇게 닮는지 경이롭다. 나 역시 나이를 먹을수록 영락없이 어머니를 닮아 갔다. 어머니 나이 때가 되니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에 다 공감이 갔다. 부모와 인연을 맺은 것도 하늘의 뜻이요, 인연이 존재하면 악연도 존재한다는 것, 모든 세상사 맺어진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 불행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지론에 고개를 끄덕이고 인정하게 된다고 나이 들어가며 느껴지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다.

 

시인 김하리는 수필집<푼수가 그리운 시대>를 통하여 정말 푼수같이 자신의 시시콜콜한 일상과 가족, 가족사, 행동양식, 글쓰기, 학교공부, 종교, 고향, 사랑, 친구 등을 세세하게 그리고 있다.

 

참, 바보 같은 여자다.

 

 

 

 

 

 

 

 

 

 

덧붙이는 글 시인이며 작사가인 김하리 선생은 1956년 경북 영주시 풍기 출신으로 풍기고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했다. 8권의 시집과 시낭송 음반 11장, 70여 편의 노랫말을 썼다. 현재 서초구에서 음반제작 및 기획 녹음을 전문으로 하는 <아리온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푼수가 그리운 시대 - 작고 소중한 것들에 관한 명상 에세이

김하리 지음,
갑을패, 2008


#김하리 #푼수가 그리운 시대, 시인, 김하리, 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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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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