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9일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고시 발표와 관련해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대책이 있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당정협의회에서 "반대 여론이 굉장히 높으니 고시 발표를 늦추자"는 소수 의견이 없지 않았지만 "미루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한편으로, 청와대와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정운천 농림장관이 고시를 발표한 뒤 적당한 시점에서 자진 사임하는 것도 민심수습 차원에서 고려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당정협의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한구 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미국과 재협의된 내용들이 농림부 장관의 발표에 담길 것"이라며 "그 정도 내용이면 괜찮다고 생각해서 당에서도 동의해줬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일반 국민들은 정부 대책이 나오면 '그만하면 됐다'고 할 것이다. 계속 떼 쓰는 사람들은 원래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의장은 특히 광우병 발병률이 높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미국에서도 구별하지 않는 걸 우리가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국민들이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미국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우리 정부 차원에서는 얘기하지 못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는 차츰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공개 당정협의회에는 한나라당에서는 이 의장과 임태희 차기 정책위의장 내정자·권경석 수석정조위원장·홍문표 국회 농림수산위 한나라당 간사·황영철 당 민생특위 농어민대책분과위원장·조윤선 대변인이, 정부 측에서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조중표 국무조정실장·김성환 외교통상부 제2차관·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이 각각 참석했다.
다음은 이 의장과의 일문일답
- 오늘 정부 발표에 예전과 크게 달라진 내용이 있나?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미국과 재협의된 내용이 담겨있다. 축산업계 피해대책과 관련해서 가능한 것은 최대한 넣었다. 수년간의 숙원사업을 지원해주는 내용까지 다 집어넣었다. 그 정도 내용이면 괜찮다고 생각해서 당에서도 동의해줬다."
- 30개월 이상 쇠고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기로 했나?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미국의 제도 때문에 우리 정부 차원에서 대처하기가 어렵다. 미국이 자기들도 구별하지 않는 걸 우리가 그렇게 해달라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확실히 표시돼서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하겠다."
- 미국에서도 구별 못하는 걸 우리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다는 얘기냐?
"그런 방법이 있지만, 미국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는 얘기하지 못한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가능할지는 차츰 알게 될 것이다."
- 촛불집회가 격화되는 등 반대 여론이 강하다.
"여론이 안 좋았던 것은 정부가 대책 없이 강행할까봐 우려했기 때문 아니냐? 무조건 늦추라는 게 국민들의 요구가 아니지 않나? 보완 대책을 내놓으면 여론 안 좋을 게 없다. 오히려 빨리빨리 결론 내버리는 게 낫지."
- 오늘 회의에서 농림장관 인책론은 안 나왔나?
"처음 듣는 얘기다. 사임할 사람에게 발표를 시키면 어떻게 하나?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희망사항이겠지."
- 당내에서도 고시 발표를 반대하는 사람들 많지 않나?
"그런 사람이 어디 있나? 나도 연기하자는 사람이었지만, 무작정 미루자는 얘기는 아니었다."
- 국민들이 정부 발표를 수긍할 것이라고 보나?
"그렇다. 계속 떼쓰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 그 사람들은 다른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일반 국민들은 정부 대책이 나오면 '그만하면 됐다'고 할 것이다."
2008.05.29 11:0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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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 정도면 만족... 떼쓰는 사람들 어쩔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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